독자핵 무장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허만 명예교수/전 한국유럽학회장
북한은 년 초부터 새로운 도발에 광분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 초 발언을 통해 한국을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니라 전쟁 중인 적대적 국가”라고 정의하면서 언제든지 핵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였다.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라고 한 말이 핵선제공격의 의도를 밝힌 것이다.
김정은이 어떠한 배경에서 이와 같은 핵전쟁가능성을 내비쳤는가. 무엇보다 김정은이 국제 환경이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유념한 것 같다. 애초 3일간 특수작전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미 전쟁 지원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회원국 중 몇 나라는 전쟁 지원 계획에서 이탈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으므로 유럽의 안보환경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반전 분위기가 고조되는 형국다.
국제 환경의 긴장이 지속하고 있는 이때 지난 해 말 12월 26-3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 8기 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내놓은 문서를 보면 김정은이 핵선제전쟁 준비 의도를 알 수 있다. 즉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미국을 “군부 깡패”로 격하시키는 동시에 지난해 4월 워싱톤 체제 그리고 8월 켐프 데이비드 정신을 헐뜯는 도전적 자세를 보였다. 이 같은 도전 정신은 평화통일을 지향해 온 대한미국의 남북한 관계 방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적대적 세력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규정했다. 이제 더 이상 북한 비핵화을 위한 논쟁은 필요 없게 되었다. 북한 체제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 대 독제체제의 대립만 남은 선택지로 보인다. 이제 어떠한 타협도 불가능한 상태로 변했다.
국제적 긴장에 고무된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연속적으로, 선제적으로 감행함으로써 평화의 조건들을 파괴하고 있다. 지난 5일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북방 한계선 북쪽에서 200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한국군은 K-9자주포로 400여 발 응사해 강한 응징 의지를 보였다. 이에 북한은 1월 6-7일도 150여 발의 포격을 가했다. 9·19군사 합의를 선제적으로 위반한 것도 선제적으로 공격의 환경을 조성 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전방 초소 피괴에서 지하 시설 파괴를 제외하고 표면 부분만 파괴했음이 들어났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 협정을 충실하게 지킴으로써 평화의 조건들-- 비핵화 실현, 종전협정 체결, 남북한 간 협력 증진, 장기적 평화 질서 수립 등--을 조성해 평화적 통일을 그 동안 꿈꾸어 왔다. 한국은 비록 9·19협정을 패기했지만 북한을 평화통일에 도달해야하는 동족으로 생각하고 있다. 군사협정을 패기한 것은 북한이 당초부타 그렇게 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교묘한 스라미전술(salami tactics)을 조요히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정은은 이 같이 평화의 조건들을 파괴하면서 단· 중· 장·거리 미사일을 증강시키고 있다. 군사정찰미사일(만리경-1호)도 최근(2023년 11월 21일) 발사했다. 이와 함께 핵실험도 다시 시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모든 행위는 유엔이 금지한 결의 사항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도발적 행위다. 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파가하는 행위이다.
김정은은 한미동맹의 격상을 대북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고, 동시에 한·미·일 남방협력관계를 북침협력체제로 규정했다. 이러한 모순적인 도발적 자세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도로 조성해서 핵선제공격의 구실을 만들려는 의고로 보인다. 최근 북·러 군사적 협력을 강화고 있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군사적 협력의 강화는 러시아군이 북한산 핵탑재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을 사용한데서 드러났다. 즉각 한미일은 북한의 불법적 무기 거래를 규탄했다. 한편 김정은이 긴장 조성을 이용해,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노선에 맞대응하려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격상이나 한·미·일의 새로운 협력 관계는 핵·미사일로 무장된 북한에 대해 자위적 방어 조치이고, 한반도 지역과 동북아 지역의 평화의 조건들을 새로이 수립하겠다는 의지이다. 북한 군부는 이러한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를 공격적 조치 내지 평화 파괴자로 규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끝으로 총선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북한이 노리고 있는 것은 대남 전략이다. 요컨대 북한의 핵무력 도발 자세는 우리에게 독자핵무장을 단행하도록 긴장감을 조성해 주고 있다. 독자핵무장의 필요성을 우리에게 피드백(feedback)하는 것이다. 한미 간 핵협의구릅(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한 동맹 관계를 이룩했지만 북한의 자살적 핵선제 도발 의도를 꺽고, 남북한 간 평화의 조건들을 세우기 위해서도 독자핵무기를 우리 손에 넣어야 하겠다. 이제 여기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스라엘의 독자핵무장 그리고 프랑스의 독자핵무장 등이 자국의 안보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평화의 조건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루어 진 것이다. 인도가 독자핵무장을 수행한 것도 북부에 위치한 거대한 중국의 핵무력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 한 번도 미국과 동맹을 체결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전 드골 대통령은 동맹 자체에 신뢰를 두지 않았다. 나토 통합기구에서 1966년대에 프랑스 공군과 함대를 철수 시켰다. 이것은 나토와 미국에 대항하여 유럽의 안보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게도 독자핵무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간섭 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또는 국제적, 지역적 도미노 효과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자기 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