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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1 (목) 대통령실, 세 차례 야당 반박… '민심 이탈 차단' 총력전
윤석열 대통령은 8월 9일 중부지방에 내린 100년 만의 폭우 대응을 위해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밤 피해가 속출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모습이 안 보였다는 야당 지적을 세 차례 반박하며 공세 차단에 힘을 쏟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4%(한국갤럽)까지 내려앉은 가운데 재난 대응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이 지지율 추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 일정 바꿔 긴급회의 후 피해 현장선 "취약층 살펴달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국민들께서 충분하다고 느끼실 때까지 끝까지 조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무엇보다 인재(人災)로 안타까운 인명이 피해받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국무회의에선 "국민 재산과 생명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겠느냐"며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후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침수로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피해 현장을 찾았다. 평소 윤석열 대통령이 발달장애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도 현장을 찾은 이유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우산을 들고 반지하 창문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침수 현장을 살피면서 피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약계층일수록 재난에 더욱 취약하다"며 노약자, 장애인 등의 주거안전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수도권의 호우 피해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서울로 국무회의 장소를 변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폭우와 관련한 일정 내내 취임 후 처음으로 '재난 상황 공무원 복장'인 민방위복을 입었다. 지난달 7월 29일 코로나19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정장 차림으로 주재한 것과 달리, 재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실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 '자택 지시' 엄호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대응을 지휘하고 현장을 찾는 동안,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전날 폭우 상황에서 서초동 자택에 머물며 한덕수 국무총리 등과 전화통화로 대응을 지시한 것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을 주제로 두 차례 브리핑을 열고 한 차례 반박 성명을 내는 등 이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선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았고 실시간으로 지침 및 지시를 내렸다"며 "대통령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강조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이 이재민이 됐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에 대해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것도 못 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며 "국민의 고통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행보를 멈춰달라"고 반박했다.
이후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나섰다. 이 관계자는 "어제 상황은 사전에 준비하고 예비했던 계획에 의해 대처한 것"이라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실이 초기부터 직접 지휘에 나설 경우 현장에 상당한 혼선이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2020년 수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서 다 마무리된 다음 현장을 찾아 '진작 와서 살펴보고 싶었는데 여러분께 누가 될까봐 못 왔다'고 말했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재난대응 원칙·체계는 일관성있게 유지돼야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재난 발생 초기에 현장을 찾으면 의전·보고 등을 신경써야 하는 만큼 피해 대처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따랐다는 설명이었다.
♠ 대통령실, 반면교사' 文정부 사례로 해명도
대통령실이 그간 '반면교사'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 사례까지 들어가며 해명에 나선 것은 폭우 대응 평가가 향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는 등 휴가 이후 인적 쇄신 등에 드라이브를 건 상황인 만큼 논란 차단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꾀하는 시점에 '잘 걸렸다' 싶은 게 아니겠느냐"며 "윤석열 대통령은 매뉴얼에 따라 정확한 대응을 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난항' 원인… 윤석열 49.9% '차기적합도 유승민’
국민들이 당대표 징계에 이어 텔레그램 대화 내용 유출 등 연이은 국민의힘 악재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을 꼽았다. 또 국민의힘 비대위 이후 차기 당대표 적합도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선두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6~8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현 국민의힘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인물’에 대해 질문하자 윤 대통령을 49.9%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21.4%,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16.7%,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4.3% 순으로 집계됐다. 기타와 무응답은 각각 4.8%와 2.9%로 기록됐다.
전 연령에서도 ‘윤 대통령’을 국민의힘 상황에 가장 큰 책임자로 꼽았다. 30대 57.9%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50대 56.0%(vs 이준석 21.3% vs 권성동 16.2%)와 40대 52.8%(vs 13.7% vs 21.8%), 18~29세 52.4%(vs 19.4% vs 13.6%), 60대 이상 38.7%(vs 29.4% vs 17.9%) 순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현 상황에 대한 책임 여부’에서 윤 대통령(30.1%)와 이 대표(35.3%)가 접전을 벌였다. 그 뒤로 권 원내대표가 22.3%로 뒤를 이었다. 보수성향 지지층에서도 윤 대통령 35.4%, 이 대표 31.1%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 52.5%로 이 대표 20.2%와 권 원내대표 16.3%에 비해 3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진보층에서는 윤 대통령의 책임을 70.8%라고 응답해 이 대표(7.1%)와 권 원내대표(13.7%)와 큰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같은 대상에게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질문하자 유승민 전 의원이 23.0%로 오차범위 밖 선두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이 대표 16.5%, 안철수 의원 13.4%, 나경원 전 의원 10.4%, 주호영 의원 5.9%, 김기현 의원 4.4%, 정진석 의원 2.6%, 권 원내대표 2.5%, 장 의원 2.2% 순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유 전 의원은 40대(27.8%), 50대(32.6%) 에서 강세를 보였다. 반면 이 대표는 자신의 지지층인 30대와 18~29세에서 각각 22.7%, 20.3%를 기록하며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정당지지별로는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이 각각 18.6%, 12.5%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반면 민주당에선 유 전 의원이 33.2%로 이 대표 15.1%의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정치성향에서는 계층별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보수층에서는 이 대표가 오차범위 밖 선두를 보였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19.1%로 유 전 의원 12.2%에 비해 6.9%p 높았다. 반면 중도층과 진보층에서는 유 전 의원의 강세가 보였다. 유 전 의원은 중도층에서 30.4%(vs 이준석 16.5%), 진보층에서 33.7%(vs 13.2%)를 획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무선 89.0%)와 전화면접(유선 11.0%)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통계보정은 2022년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목숨 건 퇴근길, 무사히"… 귀가 서두른 시민들
"오늘은 무사히 집에 갈 수 있게 해주세요." 8월 9일 오후 5시께부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퇴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전날의 교통 대란을 떠올린 이들은 "오늘도 목숨 건 퇴근", "퇴근할 때가 되니 비가 또 미친 듯이 내린다" 같은 글을 올리며 귀갓길을 걱정했다. 오후 6시 안팎으로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장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젖어버린 바지 밑단을 접어 올린 채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아예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거나 샌들, 슬리퍼를 신은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퇴근 무렵 도심에 내린 빗줄기가 굵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찬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으악, 또 시작이다"라고 비명을 지르며 더 빨리 움직였다. 전날 큰 물난리를 치른 강남 일대에서는 마치 전투를 치르듯 비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강남역에서 만난 김상민(33) 씨는 "어제는 재난영화 촬영지 같았다. 이게 내가 매일 출근하는 강남이 맞나 싶었다"며 "오늘은 미리 2호선에 침수된 역이 없는지 확인하고 왔다. 9호선 라인에 살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화곡동에 사는 이모(28) 씨는 "9호선을 타면 빠른데 또 침수될까 봐 속 편하게 2호선을 타러 왔다"며 "오늘 밤은 무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남역 인근 버스정류장에도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두 손에 신발을 든 채 맨발로 서 있던 이모(53) 씨는 "신발이 젖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전날 한번 호되게 당했던 탓에 강수 예보를 미리 확인해 폭우를 피하려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초구에서 은평구로 퇴근하는 정모(34) 씨는 "초단기 강수 예보를 보다가 비가 그나마 덜 올 때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래도 붐비는 지하철 2호선은 오후 5시 45분께부터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승객들은 열차 내 가운데 통로에 세 줄로 겹쳐 힘겨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신도림역 1호선 지상 플랫폼에는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지만, 환승에 분주한 승객들은 마구 밟고 지나갔다. 노원구에서 구로디지털단지로 가는 백모(23) 씨는 "오늘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다들 평소보다 일찍 나오거나 늦게 나와서 그런지 지하철에 오히려 어제보다 사람이 적은 것 같다"고 했다.
9호선도 오후 6시께부터 운행이 재개되자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50대 김모 씨는 "운행 재개 소식을 듣고 왔다. 밤새 물을 빼내서 복구했다던데 참 여러모로 고생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덕역에서 만난 직장인 이홍금(52) 씨는 "그래도 지하철이 살아 있어 다행이다. 태어나 처음 겪는 물난리에 가뜩이나 힘든 퇴근길이 더 지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장거리 출퇴근을 포기하고 아예 호텔에서 장기 숙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포구 소재 은행에서 일하는 이모(32) 씨는 "어제 퇴근하고 오늘 아침 출근하며 진이 다 빠졌다"며 "결국 비 예보가 된 금요일까지 호텔을 잡았다"고 말했다.
광화문역에서도 역사 직원들이 배수구 앞 고인 물을 닦아내느라 분주했다. 그 사이 우산을 털다 물기에 미끄러져 휘청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오후 8시 30분께 퇴근 시간대가 지나자 강남역 일대는 혼잡한 교통 상황이 진정되면서 거리가 한산해진 분위기였다. 도로 곳곳에는 전날 버려진 침수 차량과 버스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간간이 레커차가 오갔다. 갈라지고 부서져 내린 도로는 아직 정비되지 않은 채였다. 시민들은 방재용 모래함에서 모래를 꺼내 건물 입구에 쌓으며 이날 밤 예고된 또 한 번의 폭우를 대비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9시 54분 기준 동부간선도로 전 구간, 증산교 하부도로, 사천교 하부도로, 가람길 중 가람교, 내부순환로 사근진입램프, 철산대교 하부도로, 청계천 전 구역, 잠수교, 노들로 여의상류IC, 노들로 당산철교→여의2교, 노들로 한강대교→여의교, 노들로 당산역→여의하류IC 구간, 올림픽대로 여의상류IC와 여의하류IC(본선은 통행 가능), 양재천로 양재천교∼영동1교 구간이 통제되고 있다. 오후 6시께 일부 구간에서 운행이 중단됐던 지하철 3호선은 약 30분 만에 복구돼 정상 운행 중이다. 9호선도 전 구간 급행과 일반열차 모두 운행되고 있다.
500mm 넘는 기록적 폭우… 사망 9명·실종7명·이재민 570명
8월 8일부터 서울에 500mm 넘는 폭우가 내리는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재민은 570명으로 증가했다. 8월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9명(서울 5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7명(서울 4명·경기 3명), 부상 17명(경기)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11시 집계보다 실종자가 1명, 부상자가 2명 늘어났는데 모두 경기에서 새로 나왔다.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10대 청소년이 귀가하다 하천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이재민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398세대 570명으로 늘었다. 전날 오후 6시 328세대 441명에서 70세대 129명이 증가했다. 이밖에 724세대 1253명은 일시 대피했다. 공공시설 가운데 선로 침수는 서울에서만 10건 있었으며, 철도 피해는 6건(서울 3건, 경기 3건), 제방유실 8건, 사면유실 28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유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2676동으로 집계됐다. 그중 서울이 대부분인 2419건을 차지했으며 경기 120건, 인천 133건, 강원 4건으로 나타났다. 또 옹벽 붕괴 7건, 토사유출 29건, 농작물 침수 5헥타르(ha), 산사태 11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영월 동강서 래프팅 보트 전복… 1명 사망
강원도 영월군 동강에서 래프팅 보트가 뒤집혀 1명이 사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8월 9일 오후 2시 43분쯤 강원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 동강에서 래프팅 보트가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해, 보트에 탑승했던 10명이 자체적으로 구조됐다. 그러나 이들 중 1명은 심정지 증세를 보여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끝내 숨졌다. 영월군은 동강의 수위가 4.5m까지 오르자 8월 9일 오후 2시 30분쯤 래프팅 영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해당 보트는 오후 1시 30분쯤 이미 래프팅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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