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족
송준서
지난 9월 3일부터 7일 까지 4박 5일 동안 에포크를 했다. 이번 에포크는 라트노프스키, 직조, 비보이, 마당극, 생활기술, 싱어송라이터, 미술, 밴드가 있었다. 나는 한치의 고민 없이 밴드에 들어갔다. 작년에도 밴드를 했었고 다른 주제의 수업도 체험해 보고 싶었지만 밴드 말고 할 게 딱히 없었다. 밴드 샘은 창원 샘이었다. 1학년 때 퍼커션을 했을 때 샘이 창원 샘이셨고 작년에 밴드를 했을 때도 창원 샘이었다. 3년 전부 창원 샘과 함께 에포크를 한다면 굉장히 깔------------끔 할 것 같았다. 창원 샘과 익숙하게 오디션을 보았다. 그리고 나, 도연, 윤서, 지원, 준오, 현준이 밴드에 들어가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짜지도 않았는데 마치 짠 것처럼 서로의 포지션이 전부 달라서 딱히 정할 필요 없이 스무스 하게 진행이 되었다. 나는 드럼을 맡게 되었다. 나는 나의 포지션에 대해 만족을 했다. 도연이는 베이스, 윤서는 기타, 지원이도 기타, 준오는 키보드와 템버린, 현준이는 보컬을 맡았다. 작년에는 기타가 4명이나 돼서 부딪히고 싸우고 해서 힘들었지만 올해는 그런 걱정 따윈 안 해도 되어서 좋았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첫 번째로 정한 곡은 Take me out 이라는 곡이었다. 창원 샘께서 준비해서 가져오신 곡이었다. 꾀 마음에 들었다. 느려지는 부분도 좋았고 코러스의 멜로디가 중독 적이었다. 다행히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나보다. 이 곡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시간이 되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연주하는 것도 재밌고 쉬웠다. 맘에 들었다. 사실 너무 쉬워서 약간 아쉬웠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연주법도 바꿔보고 필인도 많이 시도해 보며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하루 만에 합주를 완성시켰다. 나는 완전 흡족했다. 너무 잘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완벽한 밴드가 나온 것 같았다.
두 번째 곡은 석봉아 열정버전 이었다. 석봉아는 원래 내가 알고 있던 곡이다. 신나고 즐거운 바이브와 멜로디로 내가 좋아하던 곡이다. 하지만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았다. 드럼이 현란했고 심지어 악보도 없이 단지 귀로 따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우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겁은 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날 움직였다. 평소와 내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확실히 환경이 좋아지니 사람이 좋아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감 있게 도전 했고 석봉아도 순조롭게 완성했다.
세 번째 곡에서 살짝 문제가 있었다.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라는 곡을 했다. 전곡에 비해 잔잔하고 차분한 곡이었다. 악보도 있었고 굉장히 만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악보 따윈 버리고 자신만만하게 연습했다. 역시 예상대로 굉장히 쉬웠다. 생각보다 빠르고 반복되는 것이 헷갈려서 실수 정도는 했지만 조금만 연습하면 되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완벽한 줄 알았던 팀이 맞지 않는 것이었다. 마디가 맞지 않았고 실수가 나왔다. 당황하지 않고 실수가 나오면 멈추고 왜 실수가 나왔는지 의논했다. 처음에는 계속 들으면서 마디수를 외우고 구간을 외웠다. 하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빨리 해결이 되겠지만 더 좋은 방법을 창원 샘께서 알려주셨다. 헷갈릴 때면 마디수를 계산하지 말고 다른 팀원의 악기연주를 들으며 자신의 파트를 읽는 것이었다. 역시 월클 창원샘이었다. 그 방법으로 하니까 정말 조금씩 좋아졌다. 실수도 잦아졌고 마디수도 맞게 되었다. 정말 큰 것을 배운 것 같다.
밴드를 하며 느낀 것은 다른 악기의 소리를 잘 들어야하는 것이다. 자기 악기만 생각 한다면 그건 밴드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3곡을 4박 5일 만에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농구도 하고 쉬고 예기도 나누며 즐겁게 하니 더 연습도 잘되었고 팀워크도 늘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이것 저것 시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떤 것이던지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말고 차근차근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무대에 설 때는 긴장을 최대한 풀어야한다. 긴장했더니 손이 굳어서 드럼이 잘 안쳐졌고 끝나니 힘이 들어가지가 않고 찌릿 거리면서 아팠다. 어쨌든 같이 해준 ‘창밖의 원숭이들’ 줄여서 창원 밴드 멤버들 전부 고맙고 수고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창원샘께 정말 감사하다. 이번 에포크 정말 흡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