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세한 사항을 써봅니다. 아까는 핸드폰으로 작성한것이고 이번은 PC에서 작성해요.
저희집은 단독주택이며, 하천과 인접합니다. 제방보다는 지대가 낮습니다. 그래서 침수되었지요.
1일째 집이 침수되고 일단 갈곳이 없으니 면사무소 2층 회의실로 모입니다. 깔고 자고 있으라고 스티로폼과 박스가 지급됩니다. 인원이 많았다면 부족했을수도 있습니다. 공간은 작은데 십여가구이상이 모였으니 괜찮으냐 어떠냐 등의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누구네는 차량이 침수되었고, 누구네는 뭘 구하러 가다 실종되었다등 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쓸만한 정보는 없고 안좋은 소식만 가득합니다. 어쩔수 없죠. 분위기가 침울하니 담배라도 필까 하여 밖으로 나갑니다만 수중엔 카드랑 몇천원뿐. 이때 주변에 편의점은 없었네요. 결국 동네가게에 외상으로 합니다. 1일째는 이렇게 잠자고 깨고 먹고 걱정하고, 우리집에 물이 얼마나 빠졌나 보러 가는데 물이 아직까지 있네요. 돌아옵니다. 그리고 배급받은 속옷과 트레이닝복등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잡니다. 그런데 잠들이 안오죠. 새벽녘에나 잠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납니다. 자도 잔게 아니고요. 피로가 몰려옵니다. 다시 지급해주는 밥을 먹는데 적십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오네요. 이들이 배급합니다. 라이온스 클럽에서도 옵니다. 고맙죠.
2일째 오후 되서 물이 조금씩 빠집니다. 아직도 기다려야 하네요. 씻을생각하고 물이 있는 집으로 접근합니다만 암울하네요. 그나마 2층까진 침수가 안되서 다행이지만 침수된 티비, 냉장고 보일러등 걱정이 앞섭니다.
돌아와서 물차에서 물을 받아 좀 씻습니다. 여전히 마을사람들은 침울합니다. 위생상태도 엉망이고, 슬슬 익숙해졌는지 방구도 뀝니다. 답답해서 나와 왕복 1시간 거리 편의점을 가보려는데, 길이 복구가 안되어있고, 내리쬐는 태양은 뜨겁습니다. 포기..다시 외상으로 담배등을 사갑니다만 가족은 잘 먹질 못해요. 입맛이 없죠. 바깥에 왔다 갔다.....이렇게 2일째가 걱정으로 갑니다.
3일째 아침 물이 빠졌습니다. 집으로 접근하는데 물이 차있던곳은 뻘이네요. 미끄럽습니다. 조심히 접근해보니 장독대의 항아리는 다 깨져있고, 마당은 뻘이 한가득입니다. 다행히 수도는 나옵니다. 일단 2층으로 가봅니다. 저금통에서 돈과 차키를 들고 차로 가서 시내로 나가 호스 및 생필품등을 사가지고 옵니다. 집안에서 물건을 치워보려는데 감당이 안됩니다.그런데 주변 군부대에서 지원이 나왔네요. 이 군부대도 침수되었는데 그나마 살만한가 봅니다. 아니....지시였겠지요. 저희집으로 약 5명이 차출되어 도와줍니다. 1층의 모든 집기류는 못쓰기에 싱크대만 놔두고 모두 폐기물을 모아두는곳으로 옮깁니다. 더운지 슬며시 한명이 와서 시원한것좀 없냐고 물어서 뭐 먹고 싶냐니 맥주라네요. 사러가서 좀 먹이고 최대한 도움을 받아 뻘투성이가 되어 이날 많은 짐을 밖으로 뺍니다. 고마워요 군인들. 고생한거 아직 잊지 않고 있어요. 이날은 면사무소로 안가고 2층에서 잡니다. 침수되었어도 우리집이 좋으네요. 이런...정전입니다. 마침 양초와 담배를 펴서 라이터가 있어 양초를 켜서 밤을 지냅니다. 다음날 주말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제 친구들이 왔습니다. 하루종일 같이 일해주고 뻘범벅이 되어서도 괜찮다고 갑니다. 식수는 어찌 했냐고요? 지원받은 물로 먹었어요. 씻는건 수도물로요. 지원이 없었으면 수도물 마셨겠지요. 이날은 이렇게 갑니다.
4일째 친척분들이 오셨네요. 오전에 침수된 집에 한해 지역 보일러 수리하실수 있는분들이 오셔서 청소 및 가동이 되게 해주시고 하루종일 보일러를 틀었습니다. 아니, 바닥이 다 마르고 벽도 마를때까지 연속으로 틉니다. 이분들도 봉사자라서 돈은 받지 않습니다.
오후 가전제품 수리기사님들이 오셔서 집에 남아있는 유일한 냉장고를 말리고 수리해주시고 갑니다. 냉장고의 물건은 다 비웁니다.
일단 냄새가 나고요, 물에 오염이 되었더군요. 방수는 안되는군요.....여름이지만 보일러를 돌리니 말라갑니다. 친척분들 이외 분들이 십시일반 보태주셔서 현금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봉사자분들께서 빨래할것이 있으면 달라고 하시는데 다 뻘에 물들어서 빨래를 해봤자 말리는것과 보관, 그리고 어머니께서 이것 다시 사용하시는게 싫다 하셔서 없다고 말씀드리고 돌려보냅니다. 이날은 1층에서 바닥과 벽을 말리기에 역시 2층에서 잡니다.
5일째 아직 남아있는 친척분들과 마당을 청소합니다. 이넘의 뻘은 치워도 치운게 아니군요. 움직이니 다들 배고파하는데 먹을게 걱정이지만 아직 배급을 하네요. 다 같이 가서 먹습니다. 배달이요? 안되더군요. 돈이 있는데 ..... 먹을게 없어요. 아니 요리도 할수 없으니 당연하겠지만요. 염치불구하고 도와주는 친척분들 데리고 가서 먹어요. 이제 기다립니다...빨리 마르기를....
6일째 오후 다 말랐다고 생각되었지만 벽이 문제군요. 이것도 마르기를 기다립니다.
7일째 침수보험 든곳에서 조사하는분이 나와 조사하고 갑니다. 침수된 높이에 따라 보상액이 달라진다고 하네요.
8일째 다 말랐는데 물에 움직이던 자재가 충격을 준것인지 바닥 보일러 엑셀관에서 물이 나왔나보네요. 사람불러 고칩니다. 벽도 고칩니다. 이제 다 끝난줄 알았지만 아닙니다. 집안에 가재도구가 아무것도 없어요. 싱크대와 냉장고뿐.....돈이 많으면 한번에 모든것을 사겠지만 침대, 옷장, 가스렌지, 전자렌지, 티비, 식기, 그리고 옷가지등을 사러갑니다...솔찮게 돈이 깨집니다. 이제 손길이 필요한곳을 청소합니다. 구석구석......이날은 얇은 이불로 1층에서 잤습니다.
9일째 회사에 이야기는 했었지만 뭐.....직장을 다시 구해야지요.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사회는......돈이 최고죠.....
음...끝을 어찌 내야 할지 모르겠지만서도, 일단 자연재해는 거부하지 말고 대피하세요. 사람부터 살고봐야 이후도 보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만약 이때 텐트라도 있었다면 면사무소 2층도 그리 못있을곳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지원하는 군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최대한 활용하세요. 염치를 생각할수도 없습니다.
적십자 돈내세요. 어찌될지 모르죠. 주변에 베풀면서 사세요. 결국 돌아옵니다.
평온한 밤 되시길......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고생이 많으셨네요 아주 현실적이고 세세한 글 감사합니다. 싸구려 텐트라도 꼭 준비해야겠네요. 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사댓글 1. ^^;
그렇군요,
서로 도우면서 지내야죠.모금활동이 시작되겠죠.
적십자
헌혈 좀 더 자주 해야 겠어요
잘봤어요~~^^ 해처먹는 인간좀 어찌 못뽑아 버릴까요??그놈들이 몰래 뽑아먹는걸 뉴스로 보니 적십자회비가 아까워지더라구요.
ㅠㅠㅠ 그래도, 좋은 분들 훨 많습니다. 저도 $ 내고, 1년에 꼭 4번 헌혈(육 보시)ㅋㅋ 했슴다. 삥 해 처먹는 극히 일부
인간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막상 필요할 땐, 엄니 수술할 때, 도움 전혀 안됨. ㅠㅠ
그러나, 매우 건강하다는 증거 이므로... 육 보시 합니다. 한국 갈때, 마다 자발적 으로 합니다. ^^
고생 하셨네예 ㅠㅠ 아무리 후져도 자기 집이 최곱니다. 그래서 버티기 신공(비축 물품) 필요합니다.
집 구할 때, 지형 지물?? 잘 생각해야 하는 이윱니다. 어제 저희 부모님 집(김해) 지대 높은데 도, 베란다에 빗물 들어왔다고.ㅠㅠ
그 정도로 이번 태풍 세게... 자연 앞에서는 가오 세우다 한방에 갑니다. 여러번 경험해 봐서 절절하게 느껴 집니다.ㅠㅠ
그리높지않는 고지대에 .....비트구축 틈날때 슬슬....나만아는 장소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