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
이경배
말을 엮어
다리를 놓았다
그대에게 갈 수 있는
오직 유일한 길
꽃들이 피어난다
사랑의 말들이
마구 향기를 뿜어낸다
땅 위에서 마련된
최초의 언어들이
찰랑이는
시간의 언저리
그 말
다리는 이어준다는 의미다. 물을 건너게 하고 계곡을 건너게 하며 끊어진 길을 이어주는 삶의 도구, 다리가 있기 전의 삶과 이후의 삶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처음 다리를 생각한 사람은 인류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가지만 그것은 당연한 결과물이 되어 이제는 퇴색되고 말았다. 인류에게 건너는 의미의 다리 말고 또 하나의 다리가 있다. 언어다. 언어는 목적에 의하여 만들어진 무형의 다리다. 무엇을 가지려든가 아니면 얻으려는 목적으로 사물을 가리키고 그 가리킴이 입을 통하여 상대에게 전해져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형태의 말, 언어의 다리는 그렇게 탄생하였고 최초의 언어는 어머니 아버지다. 차츰 사물에 이름을 붙여가던 사람은 언어로 모든 것을 이뤄냈고 언어가 없다면 살 수가 없다. 그런 언어 중 가장 위대하고 성스러운 말은 사랑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언어의 다리가 놓이고 그 다리를 오가며 서로를 찾는 것은 사랑이라는 말이 가장 크고 비밀 스럽다. 이경배 시인은 바로 그것을 형상화하여 사랑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새긴다. 말을 엮어 다를 놓고 그 길을 통하여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은 모두가 동일하지만 시인의 다리는 그것을 한층 넘어 최초의 언어, 사랑을 찾아가는 꿈의 과정이다. 꽃이 피어나고 향기가 풍기는 다리, 구름 위를 걷듯 황홀하고 무지개가 그려지는 다리 너머에 항상 그대가 있어 행복하다는 고백을 망설임 없이 하는 시인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찰랑이는 시간의 언저리가 아쉽다. 그 시간도 허비할 수가 없는 것이다. 형상의 다리를 넘어 무형이지만 가장 큰 다리를 만들어낸 시인의 사람은 깊다.[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