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3)
많은 날들을 고민하였죠
아버지 이야기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구요
픽션이냐 아니면 논픽션이냐
자칫 둘 중
하나로 흐를수밖에 없는
아버지 이야기
아버지의 자랑도
아버지의 폄하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갈등과 고민의 연속이었지요
어쩌면 우리 가족사
전체를 이야기 하는 것
대 가족인 우리집에서
아버지 이야기 만
간추려 쓰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하긴 우리집 대들보인
아버지 이야기는
우리 가족사 이야기지요
사직을 한 아버지는
2년 여 동안
화려한 백수로 邑에서 셍활하다
조부모가 계신 시골로
농사를 짓겠다고 들어갔지요
시골에는 조부모가
농삿일을 하고 있었는데
명분은 돕는다는 것
실제로는 비집고 들어간 것이죠
마름도 두어명 두었는데
해보지 않는 농삿일을
도우러 갔다고요?
시골에 가서도
아버지의 생활 패턴은 바뀌지 않했죠
술독에 빠지기 일쑤였지요
내 나이 열살즈음에
허 정 정부의
의원내각제가 들어서고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자치제를 실시했지요
아버지는 지금의
시 군 지방 의원에 출마를 했는데요
날마다 선거 유세에
술에 취하고 피곤에 지쳐
집에 들어왔지요
그 시절
지프를 임대하여
백산면 마을 전체를 휘저어 다녔고
백산 삼거리 평교 삼거리엔
후보들의 플랑카드로 술렁거렸죠
결국 이웃 마을
아버지 친구에게 고배를 마셨지요
그런데 운명의ㅡ 장난인지
박 정희 정권 군사 쿠테타로
6개월 만에 막을 내린
의원내각제와 지방자치 정부였지요
지금이나 옛날이나
선거에는 돈이 필요했지요
선거비용이....
결국은 전답을 팔아 해결했지요
아버지의 도를 넘는 술주정은
이때부터 시작이 된 것 같아요
억수로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화풀이 하는 습성도 함께...
해마다
농토는 한두락씩 사라졌고
아버지의 주벽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지요
그때마다
나는 왜 아버지가 저러실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일이 생기면
만사제치고
발벗고 나서 해결해 주는데
왜 우리 가정의 일엔
몰인정 할 만큼 무관심할까?
왜 아무런 까닭도 없이
가정불화 만 이르킬까?
우리 마을에
해방 전 오오사카에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강씨 아줌마라는 분이
일본에 사는 오빠를 찾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말 하자
일본어로 된 손편지를
오오사카에서 살았던
주소로 편지를 보냈는데
아무런 연락이 닿질않자
외무부를 통해
오오사카 총 영사에 연락을 하여
끝내
아줌마 오빠를 찾아 준
아버진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본 영화 한편이
그 해답을 말해줬지요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올리버 스톤이 감독한
플래튠
전쟁이 가져다 준
한 개인의 의식 파괴는
공포와 절망
죄의식 트라우마
순수함의 상실
가족에 대한 반발이나 저항
전쟁이 한 인간에게 부과하는
심리적 피해현상
전쟁의 도덕적 모호성은
모든걸 파괴하지요
평생 아버지는
전쟁이 가저다 준
인간상실 정신분열증을 앓다
생을 마감한 것 같아요
나 또한
아버지에 대한
저항이나 반감도
그에못지 않했지요
끝모를 방황으로 이어졌구요
지금도 방황은
내 인생에서 유효하지요
그래서
아버지가 영면 할 때 까지
화해를 하지 못했지요
세상에 모든 아버지들은
자식 잘 되기를 모두 기원하지요
친 아버지를 원망한 나보다
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유복자로 태어나
주정뱅이 계부 밑에서 자랐지요
계부가 술에 취해
어머니와 이복 동생을 때릴 때
클린턴은 이들을
계부로 부터 보호하며 자랐데요
우리 아버지
평생
끽연와 지나치게 마신 술 때문에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나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지금도 나에게 굴복하지 않고
끝내 저항하며 고집을 부리고
나를 이기려 한 너
참으로 내 아들 대단하다
하셨을까?
돌이켜 보니
아버지의 아들
아들과 아버지
그 내림과 피가 어디로 가겠어요
애비한테 대드는 넘은
호로자식이라 ㅡ불렀지요
호로자식이 된 나
인생에 뒤안길에서
씹고 곱씹어 보니
천하의 호로자식....
못난 넘
불쌍한 넘!
천하의 호로자식
하늘로 찾아가 인사 올릴께요
용서하세요!
제가 찾아 갈 때 까지
잘 계세요!
아셨죠?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시던
틉틉한 막걸리
동이째 옆에두고
부자지간을 떠나
친구처럼
밤새워 통음하며
못다한 말
모두 쏟아내게요
아셨죠?
영화 플래튠 ost
막스~베버의
아다지오 선율을
10시간 반복하여
밤새워 들으면서
아버지와 나와의
限(한)스런 삶을
씻어내고
맺힌 限을 풀어내게요
그래해 주시겠죠?
안녕히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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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3)
새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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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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