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만이 소유할 수 있는, 靑春 아우라
모든 작품에는 ‘청춘’이라는 향기를 자기 나름대로 구성하고 채색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 동물, 꽃과 자연, 둥근 점, 수직-수평선·면들이 각각 자리하고 균형을 이뤘다.
글 : 이성완(아트 칼럼니스트)
[2011. 11. 30 - 12. 6 갤러리바이올렛]
백지윤, 이번 갤러리바이올렛 초대전은 화단에 첫발을 내딛는 아름다운 산책이자 설렘의 데뷔전이다. 마치 시집갈 처녀가 곱게 다듬고 맞선보는 자리와도 같다. 그런 만큼 각오도 단단하다. 그가 소유한 모든 예술혼을 의욕적으로 불사를 태세로 준비하였다. 유년 시절, 피아노를 전공하셨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한동안 피아니스트의 꿈도 키웠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듯 꿈도 이상도 변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연에 깊이 동화되었고, 또 그 오묘한 세계를 나타내고 싶었다. 그런 욕구가 쌓이면서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하였고,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게 되었다. 그는 졸업 후 작품에만 몰두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도 포기했다. 곧바로 집 근처 어느 건물의 옥탑을 빌렸다. 그곳은 세찬 바람이라도 몰아치면 불안한 느낌마저 든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잠시. 작업실에 뚫린 窓-캔버스에는 민족의 명산 도봉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사계절 자리한다. 또 해가 지고 진한 어둠이 찾아오면, 밤하늘의 별똥별은 기다렸단 듯이 붓질하고 창밖으로 빠져나간다. 어린 왕자가 금방이라고 손짓하며 나타날 것 같다. 유토피아가 따로 없다. 바로 여기가 시공을 넘나드는 우주적 공간이다. 이건 필자의 일루션(illusion)이 아니라 순전히 그의 ‘이데아’였다. 이 순간 밀레의 예향, 프랑스의 바르비종이 떠오른다. 백지윤은 이 달콤한 공간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묵묵히 키워온 것이다. 그가 이번에 야심차게 선보일 작품의 테마는 나이에 걸맞게 ‘청춘 그리고 발걸음’이다. 제법 낭만적이다. 그래서 모든 작품에는 ‘청춘’이라는 향기를 자기 나름대로 구성하고 채색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 동물, 꽃과 자연, 둥근 점, 수직-수평선·면들이 각각 자리하고 균형을 이뤘다. 재료는 대부분 캔버스 위에 유화로 그렸다. 기법과 색상은 새 봄날의 청순한 기운처럼 담백하고 투명한 느낌이다. 또 여기에 젊음의 발랄, 순수함을 밝고 화려한 색으로 붓질했다. 어두운색은 거의 배제되었다. 작품의 시각적 구성은 옛 동양화처럼 여백을 살렸다. 여러 개의 단절된 수평·직선은 이상향의 통로이다. 그림을 축소해서 보면 한편의 애틋한 시처럼, 동화 속 아름다운 이미지처럼 다가온다. 이는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또는 그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과의 대화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그의 작품 속 내용과 형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생략한다. 작품의 주된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 모습이자 정체성이다. 또 그가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진정한 조형언어로서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림 하나하나에 해설은 오히려 불필요하다. 다만, 그는 “우리가 흔히 느끼는 청춘, 아니 나의 청춘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 있다. 어느 땐 나의 얼굴, 마음 등이 꽃처럼 정말 아름다웠지만, 어느 순간은 자신이 죽도록 밉기도 했다. 그것은 곧 꽃 같거나 개 같거나-하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모두 경험한 지극히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그가 겪어온 청춘기(Youth) 과정에서 내재한 감정을 거침없이 토해낸 것이다. 그리하여 작품에서는 그만의 정체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고, 더 나아가 가변적 논리와 역설미학으로 접근하였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필자의 입장은 난감하다. 청춘이라는 봄날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백지윤만의 ‘청춘 아우라’ 속에서 희망을 찾아볼 생각이다. 조금은 뜬금없지만, 백지윤의 그림 세계와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랫말을 올려본다.
세상을 너무나 모른다고/ 나보고 그대는 얘기하지/ 조금은 걱정된 눈빛으로/ 조금은 미안한 웃음으로/ 그래 아마 난 세상을 모르나봐/ 혼자 이렇게 먼 길을 떠났나봐/ 하지만 후횐 없지 울며 웃던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하지만 후횐 없어 찾아 헤맨 모든 꿈/ 그것만이 내 세상~
필자는 젊은 화가 백지윤과 몇 차례의 만남, 대화를 통해 그에게 당돌함과 순수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것은 예인으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기도 하다. 이번 첫 개인전은 내일을 향한 발걸음이다. 또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예술은 누가 뭐라 해도 아우라이다. 창조적인 자기만의 개성이 따라야 한다. 시대를 앞선 진정한 청춘-아우라(Green-Aura)를 소유하길 바라면서 이 글을 여기서 마친다.
청춘, 50X50cm
청춘, 45.5X53cm
청춘, 45.5X53cm
청춘, 162X130.3cm
청춘, 80X80cm
6.청춘, 80X8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