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도 한적한 고갯길이 된 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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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도 한적한 고갯길이 된 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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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2.31. 22:24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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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고갯길이 된 운령

영평군의 일부를 떼어내 1777년 3월에 하나의 군으로 삼은 금야군 남쪽이 고원군이다. 김극기의 시에 “연기 낀 수많은 버들가지 땅에 늘어져 금실을 나부끼는데, 몇 번이나 꺾여서 정든 사람 이별 속에 주는 것 당하였나. 숲 밖의 한 매미 손님이 한(恨)을 익히 알고, 맑은 소리 길게 뽑으며 석양 가지에 와서 오르네”라고 노래한 고원군의 옛 이름은 덕령진(德寧鎭) 혹은 홍원군(洪源郡)인데, 조선 태종 13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꾸밈없이 순수하며 부지런하고 온후하다. 학문을 숭상하고 무예를 높이 여긴다. 농사에 힘써 세금과 부역을 잘 바친다. 어렵고 급한 처지의 사람을 잘 도와준다”라고 「풍속」조에 실려 있다. 고원군에는 백산ㆍ강계산ㆍ재령산 등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들이 많지만, 동쪽으로 갈수록 완만해지면서 충적평야인 금야평야를 펼쳐놓았고, 깃대봉에서 발원하여 송전만으로 접어드는 용흥강이 흐른다.

고원군의 객관 고주관(高州館)에서 김한철이 한 편의 시를 남겼다.

나그네 집 떠난 지 벌써 열흘이라지,

고원의 객관 밖으로 바다는 끝이 없네.

슬픈 노래는 한밤 잠자리에 어지러이 흐르고

보배로운 칼은 일곱 척 키의 이 몸 따라다니네.

변방 요새 길은 멀고도 먼데 나는 늙어만 가니

귀문관(鬼門關) 살아가는 건 너의 일이리.

외딴 변경의 나그네 심정은 본래 적적하고 쓸쓸해

기러기, 제비의 새로운 걱정 괴로워 쓰라림만 더하네.

이곳 고원군에 신당연(神堂淵)이라는 연못이 있다. 민간에 전해오기를, 예전에 서낭신이 이 연못에 빠졌다고 한다. 신령하고 기이함이 일찍부터 드러나 해마다 단오절에는 고을의 기생과 무당들이 이 연못가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며 신령을 맞이하는데, 앞에서는 징과 북이 이끈다. 관문 밖에서 잔치를 벌이며 즐기면 경내에서 호랑이에게 당하는 재앙이 없다고 한다. 허균의 누이인 허난설헌이 이곳 고원의 제영을 두고 다음과 같은 시를 노래하였다.

층층대 기둥 하나 높고 험한 산을 누르고

서북 하늘 뜬구름이 변방에 닿아 뭉게뭉게

철령에서 패권 노리던 용(龍)은 이미 떠나고,

목릉에 가을빛 완연하니 기러기 먼저 지나네.

산줄기는 대륙을 감돌며 세 고을을 삼키고

강은 들판을 가르며 아호부 물줄기 받아들이네.

만 리 밖에서 올라보니 날은 저물려 하고,

취하여 긴 칼에 홀로 슬픈 노래 부르네.

한편 고원군에는 애수지(隘守地)라는 고성(古城)이 있는데, 거란ㆍ여진족의 남침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고려 때 이곳의 성주 강민첨이 죽전령(竹田嶺)에서 거란군에게 대승을 거두었다고 하며, 운곡면 태흘리와 평남 양덕군 오강면 원동의 경계에는 운령(雲嶺)이라는 이름의 고갯길이 있다. 해발 775미터의 이 고개는 고원군, 영흥군, 양덕군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였으나 남쪽에 있는 차령에 평원선과 국도가 건설되면서 한적한 고갯길이 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적한 고갯길이 된 운령 (신정일의 새로 쓰는 택리지 6 : 북한, 2012. 10. 5.,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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