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질문 Ⅳ
죽음 앞에 당당하고 초연한 사람은 없으리라. 그러나 남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은 최고의 가치로 그것은 사랑이다. 박해 시대에 신앙을 위해 바친 피의 순교자나 전장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치는 행위가 그러하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기가 닥칠 때 선득 목숨을 내어놓을 수 있겠는가?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으로 미군 장교 두 명이 희생되었다. 당시 나는 강원도 전방에서 소대장 임무를 띠고 있었다. 데프콘(전투준비태세) 2가 발령되어 휴가 같던 병사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복귀하였다. 병사에게 실탄이 배급되었으며 방어 진지에 투입되었다. 곧 전쟁이 일어나리라 여겼다. 소대원 그 누구도 총을 버리고 도망치려는 병사가 없었다. 진지가 자기 무덤이라며 구축했으니 말이다. 그때를 회상하면 그 어느 순간에는 최고의 가치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리라는 생각이다.
삼성 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임종 전에 그간에 품고 살아왔던 생과 사의 ‘사생결단’ 의문점 24가지를 가톨릭 사제인 정의채 몬시뇰 신부님께 서면으로 보냈는데 답을 듣지 못하고 1987년 세상을 떠났다. 그 질의의 답은 차동엽 신부가 2012년 그의 저서 <잊혀진 질문>에서 답을 내놓았다. 다음은 고 이병철 회장께서 사생결단의 질문 네 가지(영혼, 종교의 종류, 천국, 종교의 목적)를 차동엽 신부님의 해법을 통해 알아본다.
10. 영혼이란 무엇인가?
물질계를 초월하는 생명현상, 영혼이 제대로 작동할 때 우리는 본래의 인간에 더 가까워진다.
11. 종교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계시 종교와 자연 종교이다. 계시 종교는 기독교, 유다교, 이슬람교이며 자연 종교는 불교와 힌두교 등이다.
12. 천주교를 믿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는가? 무종교인, 무신론자, 타 종교인 중에도 착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예전에는 천주교 밖에는 구원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전환점이 되었다. 천주교가 좀 더 합리적으로 반성하고 성찰하고 다른 종교의 면면을 공부해보니 천주교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 후 입장이 바꿨다.
13. 종교의 목적은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인데, 왜 천주교만 제일이고 다른 종교는 이단시하나?
천주교 교리의 깊은 뜻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면 양심(良心)대로 살아야 한다. 아무리 세상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세속적으로 훌륭하다고 해도 못 할 일이 있다. 인간으로서 제일 좋은 길이 무엇인가. 남을 해치지 않으며,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또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세상의 일을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나름대로 할 일이 따로 있다. 좀 더 양심을 올바로 이끄는 일은 교회가 잘할 수 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좋은 세상을 만들자, 구원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거다. 가톨릭은 다른 종교를 이단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옳은 길이라고 확신하며 가는 길에 대해선 말하면 안 된다. <다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