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성지장(干城之將)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장군.
干 : 방패 간
城 : 성 성
之 : 갈지
將 : 장수 장.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 토저편(兎罝篇)에,
赳赳武夫 公侯干城
씩씩한 무사는 나라의 간성(干城)이오
肅肅兎罝 椓之丁丁
숙숙토저 탁지정정
赳赳武夫 公侯干城
규규무부 공후간성
肅肅兎罝 施于中逵
숙숙토저 시우중규
赳赳武夫 公侯好仇
규규무부 공후호구
肅肅兎罝 施于中林
숙숙토저 시우중림
赳赳武夫 公侯腹心
규규무부 공후복심
가지런한 토끼그물 말뚝 박는 소리도 쩌렁 쩌렁,
씩씩한 무사는 나라의 간성(干城)이오.
가지런한 토끼그물 길가에 치는 사람,
씩씩한 무사는 임금의 좋은 짝.
가지런한 토끼그물 숲속에 치는 사람,
씩씩한 무사는 임금의 심복이네.
이 시는 나라의 간성(干城)인 군인을 찬미하는 노래다. 사냥은 고대에 중요한 기능을 했다. 하나는 군사훈련이다. 다른 하나는 백성을 해치는 사나운 짐승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군주는 사냥을 자주 나갔다. 사냥에 열중하는 군인은 나라의 방패가 된다.
이 시에 나오는 공후간성(公侯干城)에서 나라의 방패라고 하는 국지간성(國之干城)이 나왔다. 공영달(孔潁達)은“간성이란 무인이 굳세어서 방패와 같이 가려 막아내고 성실하게 지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했다. 또“토끼그물을 놓은 사람은 비루한 일을 하는데 존경을 받으니 이는 어진 이가 매우 많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후 토저(兎罝)는 재야에 있는 현인(賢人)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씩씩한 무부 공후의 좋은 방패'(赳赳武夫, 公侯干城)는 무신(武臣)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남송(南宋) 주희(朱熹)는 이 구절에 대해‘씩씩한 것은 무인의 모습이요(赳赳, 武貌) 간(干)은 방패(干, 盾也)다. 간성은 밖으로 막아내고 안을 호위하는 자다.(干城, 皆所以 한外而衛內者)’라고 설명했다. 국지간성은 나라의 방패라는 뜻으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나 인물을 비유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성공(成公) 12年(BC 579年)편에,
天下有道 則公侯能爲民干城.
천하에 도가 있으면 제후들은 백성을 지키는 방패와 성이 될 수 있다.
故 詩曰, 赳赳武夫 公侯腹心.
고 시왈, 규규무부 공후복심.
天下有道 則公侯能爲民干城.
천하유도 칙공후능위민간성.
而制其腹心 亂則反之.
이제기복심 난칙반지.
今 吾子之言 亂之道也 不可以爲法.
금 오자지언 난지도야 불가이위법.
然而吾子主也 至敢不從. 遂入卒事.
연이오자주야 지감부종. 수입졸사.
그러므로 시에 이르기를,‘저 용맹한 무사여, 우리 임의 심복이 되네라고 했습니다. 천하에 도가 행해지면 제후들은 백성을 지키는 방패와 성이 될 수 있어 그의 용맹을 억제하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그 반대가 됩니다. 이제 님의 말씀은 난세에 하는 말씀이며, 새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의 말씀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님은 손님을 대접하는 주인이시니 극지(郤至) 제가 말씀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이라 말하고는 곧 자리로 들어가 잔치 자리를 마치었다.
진(晉)나라 극지(郤至)가 초(楚)나라로 가 맹서하는데 입회하고 난후, 군주인 자작이 연회를 베풀어 접대함에 초나라 공자 반이 접대역이 되어, 지하실을 만들어 그곳에 악기들을 걸어 놓았다. 극지가 당상으로 오르는데 악기 소리가 우렁차게 나자, 깜짝 놀라 당상 밖으로 달려 나갔다.
공자 반이 나타나고, 극지는 말했다.“군주께서는 선대부터 우호관계를 잊지 않으시고 저 같은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음악까지 갖추셨소이다. 지체 낮은 신하인 저는 이런 성대한 예우를 감히 받을 수가 없습니다.”
공자 반은,“만약 하늘의 복을 받아 두 군주가 만나시게 된다면(전쟁터 에서 만나게 될테니), 다만 하나의 화살을 쏘아 서로 주고받고 할 것 아니오? 그런데 어찌 주(奏)를 할 것이오. 군주께서 기다리시니 들어갑시다.”
극지왈,“만일 서로 만나 상대를 책함에 화살을 쏜다면 그건 큰 화(禍)인데, 어찌 복이 되겠습니까? 그러기에 시에 이르기를,‘용감한 무사는 제후의 성이요 방패라고 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럽게 되면 제후들은 욕심을 부리어 침략의 욕망을 참지 않고 작은 땅을 가지고 다투어 그 백성들을 죽이고, 용감한 무사들을 손아귀 에 넣어 자신만을 위하는 배, 가슴, 팔, 다리 손톱으로 삼는 것이오.”
이어서, 위 주해(註解)편의 말을 계속 이어갔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권제43 김유신(金庾信) 하(下)를 보면
夫爲將者, 作國之干城, 君之爪牙, 決勝否於矢石之間.
부위장자, 작국지간성, 군지조아, 결승부어시석지간.
必上得天道, 下得地理, 中得人心, 然後可得成功.
필상득천도, 하득지리, 중득인심, 연후가득성공.
대저 장군이 된 사람은 나라의 간성이고 임금의 조아(爪牙; 무기)가 되어 승부를 화살과 돌 가운데서 결단하는 것이다. 반드시 위로는 천도(天道)를 얻고 아래로는 지리(地理)를 얻으며 가운데로는 인심(人心)을 얻은 연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하였다. 비슷한 뜻으로 위국간성(爲國干城; 나라를 위하는 방패)이 있다.
▶ 干(간)은 상형문자로 乾(건), 幹(간)의 간체자(簡體字)이다. 干(간)은 방패로, 창 과(戈; 창, 무기)部는 창인데 방패를 쥔 모양으로 그것을 생략한 모양이다. 干(간)을 들고 돌진하므로 침범하다의 뜻이다. 또 옛날에는 날짜를 干支(간지)로 헤아렸다. 여기서 干(간)은 幹(줄기 간), 支(지)는 枝(가지 지)이고 干(간)은 竿(장대 간)도 된다. 마르다, 말리다의 뜻은 乾(건), 旱(한)과 음(音)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방패 순(盾)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창 과(戈), 창 모(矛)이다. 용례로는 바람 또는 요구함을 간구(干求), 방패를 간로(干櫓), 나무를 솎아 베어 냄을 간벌(干伐), 다른 사람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비웃으며 하는 말을 간경하사(干卿何事), 명분을 어기고 은혜를 배반하는 짓을 간명범의(干名犯義),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인재를 간성지재(干城之才), 구름을 침범하고 해를 덮는다는 간운폐일(干雲蔽日), 남의 나라 안 정치에 관하여 간섭하는 일을 내정간섭(內政干涉), 나라를 구하는 방패와 성이라는 구국간성(救國干城) 등에 쓰인다.
▶ 城(성)은 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成(성)으로 이루어졌다. 成(성; 이루어지다)은 盛(성; 수북하다), 整(정; 일치하다, 정리되다)과 뜻이 통한다. 城(성)은 흙을 높이 쌓아 방벽을 지어 백성을 지키다의 뜻으로, 적군이 쳐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올린 큰 담, 성곽(城郭)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동네 전체를 성벽으로 에워싸기 때문에 동네를 성시(城市)라 한다. 용례로는 성의 주인을 성주(城主), 성의 담벼락을 성벽(城壁), 성을 새로 쌓거나 또는 고쳐 쌓는 일을 성역(城役),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성의 둘레에 깊게 파 놓은 연못을 성지(城池), 수령과 백성 사이의 신분과 권리 상의 한계를 성화지분(城化之分), 수도의 성 밑까지 적군의 공격을 받아 할 수 없이 강화를 맹세하고 굳게 약속한다는 성하지맹(城下之盟), 성곽에 사는 여우와 사단에 사는 쥐라는 뜻으로, 임금 곁에 있는 간신의 무리를 이르는 말 성호사서(城狐社鼠) 등에 쓰인다.
▶ 之(지)는 상형문자로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이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나 어조사로 차용한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함을 이르는 말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將(장)은 형성문자로 将(장)의 본자(本字)이다. 문자의 오른쪽 부분은 月(월; 肉)과 寸(촌)을 합(合)한 모양, 옛날에는 肉, 月과 人(인)을 합(合)한 모양으로나 또는 肉, 月과 手(又; 손)을 합친 모양으로도 썼다. 고기를 손으로 가지는 일이라 생각된다. 음(音)을 나타내는 爿(장)은 몸을 의지하는 침대에서 의지(依支)가 되는 것을 나타낸다. 將(장)은 어린아이의 손을 끌거나 노인의 팔꿈치를 잡거나 하여 걸음을 돕는 일로, 나중에 壯(장; 씩씩한 남자)과 결부되어 군대가 의지(依支)로 삼는 사람에서 군대를 이끄는 대장(大將)의 뜻으로 쓴다. 또 음(音)을 빌어 어조사(語助辭)로 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장수 수(帥)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병사 병(兵), 마칠 졸(卒), 선비 사(士)이다. 용례로는 장교와 사병을 통틀어 장병(將兵), 군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를 장수(將帥), 군을 통솔 지휘하는 무관을 장군(將軍), 장수 집안에서 장수가 남을 장문유장(將門有將), 장수나 재상이 될 만한 인물이라는 장상지재(將相之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