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rosacea)라는 영어 명칭에서도 보듯이 빨간 장미처럼 얼굴이 변한다는 의미이며 ‘장미증’이라고도 부른다. 얼굴의 혈관과 피지샘의 만성적인 염증 변화로 생기며 코나 뺨, 그리고 얼굴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붉으며, 심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발진이나 농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사가 오래 지속되면 코의 피지샘이 두꺼워져서 코가 울퉁불퉁해지기도 한다.
주사는 피부가 창백한 사람에게 더 많이 발생하며 특히 북유럽·서유럽 사람들에게 흔하다. 그래서 주사를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는 ‘켈트족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주사는 아시아인에게는 드물게 발생하는 편이지만 우리나라도 최근에 그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1.7배 더 많이 발생하고 연령별로는 20∼40대가 가장 많다. 주사에서 발진이나 농포가 생기면 여드름과 구별하기 쉽지 않고 치료법도 비슷하지만 여드름은 청소년기에 더 많이 발생하며 안면홍조 현상이 드물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주사는 하나의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는 안면 홍조, 혈관 확장, 구진, 농포, 딸기코 등의 증상들이 다양하게 조합되어 나타나는 증후군의 일종이다. 따라서 그 원인도 확실치 않고 다양하게 거론된다. 주사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햇빛 노출, 음주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여름철 강렬한 햇빛에 노출되면 쉽게 악화된다. 그 외에도 찬바람을 많이 맞는 경우, 추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더운 곳에 가는 경우, 뜨거운 목욕, 과격한 운동,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는 경우에도 나빠진다. 루돌프 사슴 코가 빨간 이유도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돌아다녀야 하고 갑자기 더운 곳에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름살 제거 목적으로 시행하는 피부박피술도 주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습진약인 스테로이드 연고를 장기간 얼굴에 바르는 경우에도 혈관이 확장되면서 주사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경우에는 갑자기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서서히 줄여 나가는 것이 주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사가 있으면 환자 스스로 느끼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하는 등 정신건강이 좋지 않게 되기 때문에 치료가 꼭 필요하다. 완치는 어렵지만 증상을 줄여주는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평소에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바르는 것이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키테틴이란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도 주사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키테틴은 식물성 호르몬제로서 강력한 보습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홍조를 완화하고 염증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모세혈관 확장이나 피부 발진을 줄여준다는 보고도 있다.
주사 치료를 위해서는 특정 연고나 약을 복용하게 되는데 1~2년 장기 치료하면 일부에서 완전히 증상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심한 경우에는 레이저 치료로 넓어진 미세혈관들을 파괴해 버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차례 반복해야 하고 치료비가 비싼 것이 흠이다.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