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ree Night. 움직이는 운명의 수레바퀴
~가면 속 숨겨진 진의~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히 깊은 어둠.
끝없이 하늘을 향해 뻗은 오래된 어두운 빛의 초목의 물결. 단 한 번도 걷힌 적 없는 숲을 둘러싼 회색빛의 짙은 안개.
높이 하늘을 향해 자란 초목들이 하늘의 빛을 가려서인지, 아니면 짙은 안개 때문인지 그 숲의 모습은 늘 한 가지였다.
또한 비가 오는 날이던지, 눈이 오던 날인지, 맑은 날이던지 날씨의 변화에도 그 숲의 모습은 언제나 한 가지일 뿐이었다. 거기다가 그 곳은 낮이던지 밤이던지, 언제나 기묘한 어둠 속에 휩싸여있을 뿐이었다.
누가 끌려들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어둠. 절대 거치지 않는 안개.
그래서 때문인지 그곳은 한눈에 보아도 다가가고 싶지 않다는, 아니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물씬 풀기는 곳이었다. 아마도 인간 본인의 본능적인 ‘자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받은 그런 느낌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그 곳은 지금은 ‘저주받은 숲’, 또는 언제나 어둠속에 휩싸여있다고 하여 ‘검은 숲’, 사람을 집어삼킨다고 하여 ‘어둠의 늪’이라든지 여러 가지 불길한 이름으로 불리며 그곳 근방의 마을 주민들도 꺼리며 늘 다가가기를 두려워하는 곳이었다.
「저벅저벅―」
하지만 그날은 누구도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 그 곳에 여러 명의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 발소리를 흘려들은 경우에는 언뜻 잘못하여 이 숲속에 들어온 마을 주민의 것이라 여길 수도 있었지만, 그 발소리를 차분히 계속 들으면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의, 길을 잘 못 들어 무서운 곳에 들어오게 된 사람의 발소리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숲이 어떤 숲인지 알기위해서, 한 마디로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탐색하는 그런 발소리이다. 즉, 경계심을 가지고 긴장감을 띤 발소리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숲의 분위기가 두려움을 느끼고는, 이 숲을 기어코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그런, 다급한 발소리이다. 한 마디로 공포를 느껴 세차게 전력 질주하는 다다다―. 라는 소리로 들려오는 발소리이다. 대개 이 발소리일 경우에는 거친 숨소리와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도 함께 들려오는 법이다.
그러나 지금 들려오는 이 발소리는 전의 경우에도 없는 발소리로, 정말 믿을 수 없도록 차분하고 조용하고 일정한 간격이었다. 거기다가 숲의 가라앉은 분위기마냥 조용하고 차분한 여러 개의 발소리는 무서울 만큼 왠지 모를 숲과 조화를 이루며 비슷한 간격을 띄고 있었으며, 더 무서운 것은 그 여러 개의 발소리가 무언가 하나의 대상을 사냥하는 것처럼 정확히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신기한 점은 그들은 빛을 밝히는 장비 하나 없이 어두운 어둠 속에서도 그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발걸음을 향하고 있는데다가 기척까지 없애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숲의 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제야 찾게 되다니……. 그것도 그런 장소에서…….”
그 중 한 명, 딱 겉으로 보기에도 수상해 보이는 그는 걸친 겉옷의, 자신의 얼굴을 가렸던 모자부분을 벗고는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으려고 하듯이 쭉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가 모자를 벗은 순간, 그의 수상한 분위기는 단번에 달라졌다. 오랜 기간 쉴 틈 없이 달려와 살짝은 왜소해있고 입가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이 엉망진창이었지만 그의 다시는 보지 못하는 눈에 난 깊은 상처와 그의 몸에 밴 기품과 예절은 그가 높은 지위에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마치 인간으로 치자면 헌터협회에서도 고위급의 헌터였을 그런 강함 또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의 중얼거림으로 연 입의 안에 자리 잡은 송곳니가 그가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곳은 변하지 않았군.”
오랜만에 당도한, 낯설지 않은 광경을 향해 그는 발을 내디뎠다.
그 날 다급하게 이곳을 떠난 직후로 단 한 번도 위험해서 오지 못한 곳. 치욕과 굴욕의 장소이자 자신들의 의지를 불태우게 했던 이곳이 있는 곳.
‘지금이라면 아무래도 괜찮다. 우리들은 그들에게 잊혀 졌고 이제 위험쯤은 아무래도 소용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이라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의 경계가 흐트러진 지금, 그들이 눈치를 채지 못한 지금이라면 괜찮았고 지금이라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목적을 행해야했기에 위험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는 급하게 오느라 다듬지 못한 거칠게 흐트러진 수염을 만지작거리고는 최대한 이곳에 빨리 당도하느라고 땀범벅이 된 이마에서 땀을 훔쳤다.
그러고 나서 뭔가를 회상하듯이 품에서 브로치 하나를 꺼내들더니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는 그 브로치를 꽉 틀어쥐고 다른 손조차 주먹을 쥐었다.
「복……수 해주세요. 우리 가문을……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불타던 저택의 광경과 그 불타는 저택 안 속 흩날리던 한 줌의 모래들. 그 중 단 한 명 숨을 헐떡이면 자신을 향해 애처롭게 겨우 고개를 돌리며 입가에 피를 흘리며 모든 진실을 얘기해준 딸. 그리고 눈을 감기 전 마지막 순간, 자신을 밀어내며 가라고 한, 그 날의 딸과의 마지막 기억.
지금은 아득한, 먼 기억이 되어버린 그 일. 하지만 지금도 매일 그 일만큼은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자신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가족, 자신의 딸이 마지막 꺼져가던 마지막 생명으로 자신 생명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전해주고 간 사명. 그리고 복수할 대상과 진실.
자신을 살아가게 만든 단 하나의 원동력. 그리고 이 자리에 자신을 서게 만든 이유.
그렇게 그는 그것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조차 버린 채 인간을 습격하며 그 피를 겨우 뺏어가며 목숨을 부지해왔다.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복수라는 단 하나의 의지로 살아가며, 자신과 똑같이 가족을, 친지를 잃은 그들과 함께―.
이제 목숨은 어찌되든 아무래도 좋았다. 원래대로라면 그 날 그 시간, 자신의 목숨은 원래 한 줌의 모래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고 브로치를 품안에 다시 넣은 채 그는 자신의 목적을 행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멈춰 섰던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 모였나?”
마지막으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의 우위에 서 얼굴이 보이지 않게 로브를 쓴 사내가 말문을 열었다. 마치 그 광경은 비밀스런 의식에 참여하는 광신도들의 모습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그들은 뭔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뭔가에 주의하면서.
우위에 선 사내가 그들을 향해 시선을 옮기자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그들은 그를 바라보고는 물음에 대한 대답대신 무언의 침묵 속 긍정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기억하겠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목적을…….”
그 물음에 그들의 눈동자가 분노의 빛으로 물들었다. 과거의 기억을 곱씹으며 처절하게 살아가게 만든,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그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가 되지 못할 만큼 하찮은 이유로, 권력의 탐욕에 눈이 멀어 같은 동포를 사냥한 그들. 지금은 그 기억조차 아득한 기억 저편으로 기억조차 하지 않으며 호위호식하며 위에 선 그들.
자신들은 그들로 인해 그토록 비참한 시간을 보내야했건만. 그들은 자신의 명예와 지위를 빼앗은 것으로 더 큰 명예와 지위를 얻었다.
“저들 앞에 맹세를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의 치욕을 생각하는 듯 그는 손을 부르르 떨 정도로 주먹을 세게 꽉 쥐었다.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겨우 목숨을 부지해갈 때 자신들을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아 넣은 자들은 웃으며 모든 것을 누려왔다. 이미 칼을 꽂은 자들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잃은 자신. 그들을 향해 분노와 복수의 감정만이 자신을 자신으로 있게 해주었다.
어두운 숲 속 초라하게 자리 잡은 이 곳. 과거 기억 속 죽어간 그들의 보금자리. 모든 것의 시작이 된 곳.
그렇게 그들은 그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과거 그들의 의지를 다시 한 번 이어받기 위해서. 원래대로라면 한 줌의 모래가 되어 사라졌을 그들이지만, 그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 위해서 만든 묘지로.
“……님…….”
이윽고 그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묘지의 저 끝 중앙에 위치한, 유품을 넣어 만든 가장 큰 묘지로, 그 묘지의 주인의 성을 부르며 그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그 묘지 앞에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들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주먹을 꽉 쥔 채 자신들의 주인을 지키지 못한 자신들을 자책하고 있었다.
불타던 아름다운 저택, 그리고 비명 소리조차 사라진 채 처참하게 펼쳐졌던 시체의 산. 자신들이 지키고자 한 주인은 지키지 못했다. 모든 것은 끝나있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다시 한 번 그때 그 죽어간 사람들의 의지를 이어받아, 마음을 이어받아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우두머리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품속에서 과거의 주인이, 이 무덤의 주인이 주었던 소중한 것을 꺼내들었다.
“그분께서 남기신 마지막 희망을 찾았다. 이제 그 분을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걸 때가 왔다. 원래 그 분이 누렸어야할 것, 원래 그 분의 지위와 명예를 되찾게 하기 위해! 그 분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 이 검에 걸고, 이 피에 걸고 맹세할 지어다!”
같은 모양의 같은 크기의, 날카로운 검을 꺼내들고 그들은 자신의 손에 생채기를 내며, 그들은 각자의 피가 묻은 검을 허공을 향해 치켜들고 서로의 검을 교차했다.
피의 맹세―.
피를 마시고 피를 탐하는 그들, 밤의 일족이 자신의 긍지와 자존심을 모두 걸고 행한다는 의식. 자신의 목숨을 걸 때 행한다는 의식.
그러고 나서 그들은 맹세를 끝내고 검을 내려놓았다. 다시 그들은 검집에 검을 넣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그들을 향한 분노를 불태우면서.
이윽고 그런 그들의 강한 분노를 대변이라도 하듯이 좀처럼 이 숲에서는 빛나지 않던 금속의, 푸르디푸른 아름다운 푸른빛의 장미 장식이 빛났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찾아온 카린입니다!
이번 Three Night 제목은 지금까지 Night 중 최장 제목이 되겠습니다.-_-
예고한 대로 이번 Night는 위기부분이 되겠고요.
위 글에 등장한 푸른 장미의 뱀파이어들은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인물이 되겠습니다.[...]
저것도 하나의 복선 중 하나니까 열심히 앞으로 내용을 추측해보시길...
그럼 다음주쯤에 다시 한 번 소설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ps. 오타나 지적, 감상평 덧글은 환영합니다!
첫댓글 이, 이거 대체 무슨일이.... 설마 반란(?) / 음악 좋군요.. 역시 카린님의 소설은 매력적_ _*
음악 위기 부분이라 좀 긴박하고 으스스한 걸로 골랐지요.
호오, 잘 읽었습니다. 음악 때문인지 섬뜩한 느낌이 순간 들었어요. (...)
이번 음악을 좀 그런 쪽으로 골랐어요.ㅎ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드디어 올라왔네요 !! 이번에 나오는 인물들이 중요한 인물이 된다고 하니 은근히 긴장감이 됩니다 ! 이번편도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
아직 이름도 제대로 못 지은 아이들...[...] 아니, 아저씨들이라고 해야하나...
저 중에서도 몇 명만 이름 나올 듯...ㄷㄷ
<STSTEM>카린님께서 막장 작명하기 스킬을 발동하셨습니다.
작명 힘들면 도와줄게.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 문자 고고싱.
어떻게든 내가 해보려고 노력중... 괜찮아.
열심히 해 +ㅁ+! 파이팅~
휘유, 분위기는 아무래도 못 따라잡을 듯. 이번에 나온 존재들, 전부 뱀파이어라면 카인을 증오하는 자들? [...]
설정집 뱀파이어편을 잘 보면 알 수 있음.
ㄷㄷ.. 열심히 기다렸어요! ㄷㄷ..
기다려주셨다면 감사해요~
맨 첫장면에서 복선을 알아차리기란 거의 불가능이니, 뭐. 세번째 밤도 천천히 봐야겠군요. 건필하시와요~.
저 뒤에 또다른 복선이 등장합니다... 이번 셋째밤은 복선 천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라는 건 단순하게 읽으시면 때찌예염!이라는 거군요. (...)
때찌...때찌보다는 뒤통수때리기에 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