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서설 / 문병란
아버지의 귀로 / 문병란 西天에 노을이 물들면 흔들리며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리어커꾼의 거치른 손길 위에도 부드러운 노을이 물들면 하루의 난간에 목마른 입술이 타고 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또한 애인이 된다는 것, 무너져 가는 노을 같은 가슴을 안고 그 어느 歸路에 서는 가난한 아버지는 어질기만 하다. 까칠한 주름살 위에도 부드러운 夕陽의 입김이 어리우고, 上司를 받들던 여윈 손가락 끝에도 십 원짜리 눈깔사탕이 고이 쥐어지는 시간, 가난하고 깨끗한 손을 가지고 그, 아들 딸 앞에 돌아오는 초라한 아버지, 그러나 그 아들 딸 앞에서는 그 어느 大統領보다 위대하다! 아부도 아첨도 통하지 않는 또 하나의 王國 主流와 非主流 與黨과 野黨도 없이 아들은 아버지의 발가락을 닮았다. 한 줄기 주름살마저 보랏빛 미소로 바뀌는 시간, 수염 까칠한 볼을 하고 그 어느 차창에 흔들리면 시장기처럼 밀려오는 저녁노을! 무너져 가는 가슴을 안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돌아오는 그 어느 아버지의 가슴 속엔 시방 따뜻한 핏줄기가 출렁이고 있다. 문병란 1935년 전남 화순 출생. 1961년 조선대 문리대 문학과 졸업. 1959∼62년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 등으로 『현대문학』지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1970년 시집 『문병란시집』등 다수 간행. 조선대학교수. 2015년 9월 타계
아버지의 귀로 / 문병란
西天에 노을이 물들면
흔들리며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우리들은 문득 아버지가 된다.
리어커꾼의 거치른 손길 위에도
부드러운 노을이 물들면
하루의 난간에
목마른 입술이 타고 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또한 애인이 된다는 것,
무너져 가는 노을 같은 가슴을 안고
그 어느 歸路에 서는
가난한 아버지는 어질기만 하다.
까칠한 주름살 위에도
부드러운 夕陽의 입김이 어리우고,
上司를 받들던 여윈 손가락 끝에도
십 원짜리 눈깔사탕이 고이 쥐어지는
시간,
가난하고 깨끗한 손을 가지고
그, 아들 딸 앞에 돌아오는
초라한 아버지,
그러나 그 아들 딸 앞에서는
그 어느 大統領보다 위대하다!
아부도 아첨도 통하지 않는
또 하나의 王國
主流와 非主流
與黨과 野黨도 없이
아들은 아버지의 발가락을 닮았다.
한 줄기 주름살마저
보랏빛 미소로 바뀌는 시간,
수염 까칠한 볼을 하고
그 어느 차창에 흔들리면
시장기처럼 밀려오는 저녁노을!
무너져 가는 가슴을 안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돌아오는
그 어느 아버지의 가슴 속엔
시방
따뜻한 핏줄기가 출렁이고 있다.
1935년 전남 화순 출생. 1961년 조선대 문리대 문학과 졸업.
1959∼62년 「가로수」 「밤의 호흡」 「꽃밭」 등으로 『현대문학』지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1970년 시집 『문병란시집』등 다수 간행.
조선대학교수. 2015년 9월 타계
출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원문보기 글쓴이: 유당(幽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