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씨가 미술학원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늘은 뒤돌아서 닫기도 했다. 매번 교실에 들어가기에 여념이 없어 닫는 모습은 생소하다.
양해민 씨는 익숙한 공간의 문은 여는 방향도 기억해서 연 후 닫는 것도 잊지 않는데,
미술학원도 양해민 씨에게 그런 공간이라고 확신한다.
오늘은 지난번에 물감이 마르지 않아 챙기지 못한 판화를 가져가기로 한 날이다. 판으로는 액자를 만들기로 했다.
이미숙 선생님이 재활용 종이상자를 판 크기에 맞게 잘라서 가운데를 비워 액자 모양으로 만들어 주셨다.
종이상자가 액자 틀이 되는 게 새롭다. 양해민 씨도 주변 사물이 달리 보일 것 같다.
만든 틀에는 색지를 붙여 멋을 더한다.
양해민 씨가 도안책을 보며 색을 골랐고, 역시 반듯하게 자르는 것은 이미숙 선생님이 도와주신다.
한창 자르시던 선생님이 어딘가 만족스럽지 않으신 듯하다.
“에이, 너무 삐뚠데…. 선생님이 보기에는 괜찮아요?”
“좋은데요? 오히려 너무 반듯한 것보다 삐뚤삐뚤한 게 더 만든 작품 같아서 멋이 있는 것 같아요. 해민아, 괜찮죠?”
“그래요…?”
색지까지 모두 자르고 이미숙 선생님이 앞서 잘랐던 상자와도 견주며 아무래도 다시 만드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양해민 씨 작품을 돕기 위해 이토록 애를 써 주시니 참 든든했다.
“이 주 전에 판 파서 처음 찍어내고, 지난주에는 다른 색을 더해서 찍어내고 오늘은 액자까지….
생각보다 엄청 대장정인데요, 선생님?”
직원이 웃으며 말하니 이미숙 선생님도 웃는다.
양해민 씨도 배시시 웃으며 소리 지른다.
액자 틀은 또 만들기로 하고, 찍어낸 판화를 가져가기로 한다.
“와, 너무 예뻐요. 올해가 또 붉은 말의 해니까 붉은색이 딱이네요. 편지지로 써도 좋겠어요.” 직원
“아, 그렇네요. 편지지로 써도 예쁘겠네요. 이렇게 반으로 접어서 쓰면….” 이미숙 선생님
그렇지 않아도 설 맞아 양해민 씨가 감사한 분들 찾아뵈려고 했었다.
몇 장이나 필요한지 떠올리며 함께 세어 보니 족히 일곱 장은 필요하겠다.
새삼 양해민 씨 주변에 사람이 많고, 모두 감사함 전할 분들이라 감사하다.
“해민아, 그러면 선생님이 이거 붙여줄게.”
편지를 쓰겠다고 하니 이미숙 선생님께서 판화 한 장 한 장마다 속지를 붙여주셨다.
“그리고 이런 비닐 포장지에 담으면 예뻐. 아, 사 놓았던 걸 다 써서 지금은 없는데…. 다이소에 가면 있을 거예요.”
이미숙 선생님이 남아 있는 비닐백을 몇 장 해민이에게 보여주시고, 직원에게는 판매처를 알려주셨다.
“이렇게 하면 깔끔해요. 저도 가끔 서류 보낼 일 있으면 담아서 보내거든요.”
이미숙 선생님 덕분에 더욱 정도에 맞는 선물을 할 수 있겠다.
편지 쓸 의지도 샘솟는다.
양해민 씨가 편지를 쓰지 않으면 이 종이들이 무용지물이 될 테니, 직원도 더 잘 돕고 싶어진다.
2026년 2월 5일 목요일, 서무결
대장정 끝에 만든 편지지라 전하는 양해민 씨, 받는 사람 모두 마음을 잘 주고 받을 수 있겠습니다. 양해민 씨,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의 편지가 전해질 날이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박효진
해민 군이 만든 편지지로 소식할 걸 생각하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복된 소식 주고받기 바랍니다. 미술학원이 해민 군 삶을 충만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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