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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루사이즘(LaRussaism)"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용어다. "라루사이즘"이란 MLB 명예의 전당에까지 헌액된 명장인 토니 라루사 감독이
1988년 클로저를 철저하게 9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만 내보내는 이른바 1이닝 클로저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는데,이를 계기로 토니 라루사 감독이 확립한 불펜 분업화를 뜻합니다. 당시 그 역할을 맡았던 선수는 데니스 에커슬리라는 투수였습니다. 전성기가 지난 선발 투수인 에커슬리는 클로저로 전향하고 그 해 4승 2패 ERA 2.35 45세이브라는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었고, AL 사이영상, MVP 수상을 하였고,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당시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몇몇 감독이 중간에 투수를 넣는 운영을 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원칙이 없었으며 중간에 투입된 투수가 3~4이닝 던지며 경기를 마무리하게 하는 식이였습니다. 정확히 1950년대 이런 운영을 하였었고, KBO에서는 김응용 감독이 삼성 감독으로 재임 시절 임창용 선수를 "애니콜"로 썼던 것과 같은 투수 운영법이었습니다. 물론 김응용 감독 이외에도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그 당시 대다수의 감독들이 이러한 투수 운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라루사 감독과 그의 오른팔이었던 던컨 코치는 불펜진 운영의 원칙을 새롭게 정립하여 뚜렷한 역할분담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로 인해 스윙맨-미들진-셋업맨-클로저의 불팬 분업화 체제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MLB 전문가들은 한때, 최고의 명성을 날렸던 데니스 에커슬리를 1이닝 클로저로 활용을 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라루사이즘을 완성한 토니 라루사 감독은 엄청난 성과를 올렸고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33년간의 감독 생활 동안 토니 라루사 감독은 5079경기에서 2728승 2365패를 기록했고, 지구 우승(12회), 리그 우승(6회), 월드 시리즈 우승(3회)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특히, 라루사 감독이 대단했던 점은 감독으로서 마지막 시즌이 되었던 2011년 맡고 있던 카디널스를 월드 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는데요, 당연히 카디널스와의 계약 기간은 남아있었고 카디널스가 아니더라도 토니 라루사 감독을 원하는 팀은 널려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감독으로서 3년 정도만 더 재임했었다면 역대 모든 감독 커리어 1위에 올라섰을 것이 확실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많은 이가 박수칠 때 아름다운 퇴장을 하였습니다. 필자가 평가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감독은 바로 토니 라루사입니다.
당시 토니 라루사 감독이 확립한 "라루사이즘"은 메이저리그에서 현재까지 주류를 이루는 투수 교체 운영법입니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토니 라루사 감독은 요즘은 당연시되는 좌타자 상대로 원 포인트 좌완 불펜을 기용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 투수 기용법을 확립함으로서 30대 중후반 노장 좌투수들에게 선수 생활 생명 연장의 꿈을 주면서, 그들이 활발히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토니 라루사 감독은 당시까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용되던 (마치 KBO에서 자행되던 쌍팔년도식 투수 운영) 투수 운영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고, 이런 시도는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해냈으며,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의 주류를 형성하는 투수 운영기법을 확립한 것입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선수 수명은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관리 야구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라루사 감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NL에서 8번 타선에 타자가 아닌 투수를 기용하고 9번 타선에 또 한 명의 테이블 세터를 기용하는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연구가이자 열정을 가진 명장이라고 칭송할만합니다.
그런데 토니 라루사 감독의 선수 시절은 초라하기만 했습니다. 고교시절 영리한 플레이로 유격수 포지션이었던 토니 라루사는 고졸 루키 신분으로 메이저리그에 무려 18세의 어린 나이에 유격수로 데뷔 전을 치르게 됩니다. 역대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격수로 18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데뷔 전을 치른 선수는 단 두 명에 불과할 정도로 미래를 촉망받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프시즌 동안 친구와 소프트볼을 하다 어깨 근육이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강인한 어깨를 자랑하던 라루사는 이후, 내리막길을 걷다 초라한 기록만을 남기고 은퇴를 하게 되었죠. 훗날 토니 라루사 감독이 본인의 선수 시절을 회고한 적이 있는데 필자는 이 말이 참으로 감명 깊게 느껴졌습니다.
"선수로서 나 자신을 평가하자면, 정말 용기를 잃지 않고 뛰었다는 것 정도가 전부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회고 같지만 그가 얼마나 대단한 맨탈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KBO 리그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역시나 MLB와 NPB의 역사를 그대로 쫓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KBO 초창기 투수들은 무조건 승패와 상관없이 완투를 하려고 하였고, 그것을 선발 투수의 명예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시는 당연히 불펜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경기 후반을 다른 투수에게 넘긴다는 것을 수치로 여기던 시절이었습니다. 한국 야구에서도 초창기 실업 야구 시절이나, 지금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 최동원-선동렬 연장 무승부 경기나 김진욱-선동렬 완투 경기 등, 프로 야구 태동기 시절 선발 투수들과 감독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습니다.
이후, 등장한 스타일이 투수들이 자주 나와서 팀의 승리에 관여되야 좋다는 의식이 형성된 야구 스타일입니다. 이는 특히 군국주의 잔재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주로 성행하였던 야구 스타일인데 희생정신이 강요되었던 시절의 야구입니다. 정확히는 1960~1970년대의 일본 야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라루사이즘"이 정착하기 전의 불펜 운영의 매뉴얼 자체가 없던 시절의 메이저리그의 야구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감독들의 나이대로 볼 때, 이러한 야구의 영향을 받은 분들이 바로 김성근, 김응용 감독들입니다. 당시에도 이광환 감독을 필두로 라루사이즘을 도입을 하였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감독이나 코치들이 해외연수를 체계적으로 다녀오지 못했던 시절이었고 일종의 완성되지 않은 라루사이즘 야구를 하다 보니까 김응용, 김성근 감독 등이 쥐고 있던 이미 완성된 매뉴얼 야구에 이겨내지 못 했던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후, 김재박 감독이 등장하면서 상당히 완성형에 가까운 "라루사이즘"을 장착시켰고, 상당히 영리했던 감독이었기 때문에 단기전에서는 역으로 투수들을 쥐어짜내는 운영으로 우승을 적립해 나갔습니다. 특히, 용병 투수를 클로저를 영입했던 일례는 그가 상당히 투수 분업화에 감명을 받았고 그를 따라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김재박 감독과 현대는 한가지 큰 "라루사이즘"의 핵심적인 부분을 간과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육성"파트였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팜 시스템이 좋지 못한 한국에서 지속적인 투수 분업화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육성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즉, 좋은 투수가 한 명만 이탈을 하더라도 이를 메꿔줄 투수가 KBO 팜에서는 쉽게 등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꾸준히 2군에 관심을 가지고 대체 자원을 항상 준비시켰어야 하는데 그 점을 간과한 김재박 호의 현대는 모기업의 도산과 맞물려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딱, 그 시점에서 육성과 불펜 중심 야구의 과도기에 있었던 조범현 감독이 만들어 놓은 SK를 물려받은 김성근 감독은 조범현 감독의 육성에 본인의 1960~1970년대식 벌떼 야구를 접목해 3번의 우승을 하게 된 것입니다. 김성근 감독이 이 당시 천운이 따랐던 이유는 세 가지가 있는데 먼저 애초부터 조범현 감독 체제에서 이만수 감독 체제로 가려던 SK 프런트 측에서는 징검다리용 감독이 필요했었는데 마침 재야에 있던 감독 중에 김성근 감독이 낙점이 됐었다는 점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이미 조범현 현 KT 감독이 육성에 열을 올렸고, 한편으로 SK 프런트가 당시 야구에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여 SK의 투타 뎁스가 상당히 두터웠다는 점입니다. 오죽하면 최근 이렇게 크게 활약하고 있는 박희수, 윤희상, 이재원, 이명기 같은 선수들이 백업조차 못할 정도로 SK의 뎁스는 매우 두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게 참으로 삼성 팬으로써 기분이 안 좋은 부분인데 당시 SK와 그나마 전력이 비슷했던 팀이 삼성과 두산이었는데, 두 팀 감독인 선동렬, 김경문 감독이 둘 다 김성근식 야구를 롤모델로 삼아 운영을 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 세명의 감독이 갈아버린 불펜 투수들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정입니다. 삼성 팬들이야 선동렬 감독이 얼마나 불펜 투수들을 혹사시켰는지 잘 알고 있겠지만 왜 두산 팬들이 김경문 감독을 싫어하는지는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에 두산 불펜진을 전부다 갈아버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런 구시대 야구를 하는 감독들에게 호되게 당해보고 이런 방식에 회의감을 가지게 되었던 소위 제3세대 감독들은 마침 해외 연수도 다녀오면서 이런 야구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됩니다. 바로 그 3세대 감독들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류중일, 이만수, 조범현 감독 등이었고, 김경문 감독도 깨우침을 얻어 "라루사이즘"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과도기에 잠시 롯데 감독을 맡았었던 로이스터 감독도 젊은 감독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넥센 감독이던 김시진 감독은 이것저것 따질 형편이 아닌 팀 상황이었기에 열외로 치겠습니다. 결국 관건은 이들 감독 중에 누가 가장 먼저 "라루사이즘"야구를 완성하느냐가 KBO를 지배할 감독이 되느냐의 싸움이었던 것이죠.
근데 아시다시피 이만수 감독은 감독 선임 문제부터 꼬이기 시작해서 본인이 꿈꿔온 야구를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했고, 조범현 감독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강성 타이거즈 팬들의 등쌀에 밀려 실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프런트의 절대적인 지지와 프랜차이즈 감독 출신이라는 이점을 십분 발휘한 류중일 감독이 선발 야구와 불펜 분업화 야구를 절묘하게 완성시킬 수 있었고 그 결과 현재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이런 야구를 확립시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삼성이야말로 그에 딱 맞는 상황이었고 또한 이런 야구를 확립시키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코치, 선수들과의 융화력인데 이는 이미 류중일 감독이 갖추고 있던 장점이었습니다.
토니 라루사 감독과 류중일 감독은 상당히 흡사한 면이 많습니다. 먼저 영리한 유격수 출신이라는 점과, 자팀을 떠나서 모든 팀 감독, 코치,
선수들에게 두터운 인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 또는 흡수한다는 것입니다. 류중일 감독이 주창한
트리플 세터진도 사실 토니 라루사 감독이 제시한 패러다임과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여러 가지 토대가 마련된 상태에서 이미 장기적인 플랜을 가진 준비된 감독이었고 삼성 시스템 야구와 육성 야구를 충분히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 우승을 하는 야구를 시작하자 지속적으로 장기 집권이 가능한 야구로 발전을 하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토니 라루사 감독은 감독 취임 이전에 이미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을 정도로 영리한 감독이었습니다.
한편, 류중일 감독은 선진 야구 시스템을 흡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강한 2번, 강한 6번, 타 스포츠와의 접목 등 꾸준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고 KBO 리그를 리딩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팀 감독과 프런트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고 따라잡기 위해 투자를 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상당히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이제 류중일호 삼성 라이온즈에 남은 과제는 딱 하나인데요, 한국 야구 팜 자체가 형편없는 만큼 계속된 1위로 인한 하위 픽으로 인해 좋은 재원을 뽑지 못했다는 부분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가서 세대교체에 성공하느냐
못하느냐가 류중일 감독의 장기 집권의 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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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르시는분들이 있기에 퍼왔습니다..한번씩들 읽어보세요...ㅎㅎ
퍼서 감독님에게 읽어보라고 하고싶네요
메이저리거도 아이들이라고 하시는분인데요 자기가 하는 야구가 선진 야구고 정답이라고 생각 하시는분 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라루사이즘식 운영은 문맥에도 거론하셨지만 kbo에도 어느정도 정착한듯 싶네요. 글을 보니 삼성팀의 입장에서 쓴듯 싶은데 최근 삼성이 한화에 이상하게 약하네요. 삼성vs한화의 지략 대결이 또다른 볼거리라 앞으로 기대되네요~^^
펌글은 본문에 펌글이라 적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토니 라루사의 야구게임 이라는 게임이 불현듯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