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간 금요일
2026년 10월 29일
오늘의 말씀, 최 빠코미오 수사
1독서: 필리 1,1-11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실 것입니다.>
복음: 루카 14,1-6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끌어내지 않겠느냐?>
제목: 은총이 이끄는 완성
1. 굳어버린 식탁
잔칫집의 식탁은 본래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 지도자의 식탁은 아주 차갑게 얼어붙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 법을 어기시는지 가만히 지켜보며 감시만 합니다. 마침 그곳에는 몸이 붓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서 있었습니다. “마침 그분 앞에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었다”(루카 14,2). 성경은 그날의 답답하고 굳어버린 분위기를 담담하게 전해줍니다. 규칙에 얽매여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메마른 마음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짐승이나 자기 자식이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이라도 당장 구해내는 것이 사람의 도리입니다. 그러나 고통받는 이웃 앞에서는 차갑게 등을 돌리는 율법주의의 위선을 예수님께서는 예리하게 꿰뚫어 보셨습니다.
2. 앞서 다가오는 자비
예수님께서는 그 차가운 시선들 속에서도 망설임 없이 환자를 살리십니다. 환자가 먼저 병을 고쳐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그의 고통을 먼저 보시고 다가가신 것입니다. 우리가 도와달라고 외치기도 전에 하느님의 자비가 먼저 우리에게 다가온 셈입니다. 우리 삶의 기준도 이처럼 생명을 살리고 사랑하는 일에 두어야 합니다. 겉모습이나 규칙에 갇혀 이웃의 아픔을 외면한다면 참된 신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쏟아지는 비난 앞에서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 병자를 고쳐주신 주님의 따뜻한 마음을 우리 삶 속에서도 그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3. 마침내 완성될 은총
이러한 주님의 끝없는 자비와 동행을 바오로 사도 역시 굳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두운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신자들과 끈끈하게 친교를 나누며 하느님을 향한 기쁨을 선포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필리 1,6). 우리 삶에 시작된 좋은 일들은 결코 우리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은총이 이끌어 주셔야 마침내 완성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성껏 봉헌하는 미사 전례는 바로 그 놀라운 완성을 시간 속에서 미리 맛보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신앙의 성숙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성령의 이끄심 안에서 끊임없이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먼저 시작하신 착한 일에 우리는 그저 묵묵히 응답하며 걸어가면 됩니다. 우리를 끝까지 돌보시는 하느님의 굳건한 약속을 온전히 믿고 의지합시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일상 속에서 올바른 분별력을 가지고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기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