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립 몽상가의 자유
강흥수 지음/포럼 펴냄
정여립은 기축옥사의 주모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에 대한 기록에는 그가 꿈꾸었던 이상세계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이 소설은 조선을 바꾸려 했던 기축옥사의 주모자 정여립이 아니라, 민중을 돌아보며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꿈꾸었던 조선 최초의 공화주의자 정여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여립은 '천하는 개인의 것이 아닌 만인의 것이며 왕을 세우는 것 또한 민중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대동사상을 제시하였다. 그는 인민주권론을 내세우며, 이 땅의 참된 주인이 백성이라는 것을 일깨우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사농공상의 신분제를 뛰어넘는 만민평등의 계모임인 '대동계'를 조직하여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다.
정여립과 대동사상, 그리고 그가 조직한 대동계. 과연 정여립이 꿈꾸었던 대동(大同)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말하는 대동은 중국 최초의 문헌학자인 유향이 편찬한 '예기'에도 실려 있다. 대동이란 천지만물이 하나라는 뜻으로, 천하는 개인의 것이 아닌 만인의 것이며 왕을 세우는 것 또한 민중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여립이 꿈꾸었던 세상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정여립은 왕정이 판치던 수백 년 전에 인민주권론을 내세웠고, 이 땅의 참된 주인이 백성이라는 것을 일깨우려고 노력하였다. 세습왕권체제였던 그 당시 이러한 사상은 무척이나 위험한 것이었다.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는 것 자체가 역모요 불충인 시대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여립은 전주로 낙향해 만인들에게 이런 사상을 설파하고, 마침내 추종자들을 규합해 대동계를 조직했다. 그렇게 조직한 대동계의 무사들을 이끌고 손죽도를 침범한 왜구들을 징벌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수많은 계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대동계처럼 사농공상의 신분제를 뛰어넘는 만민평등의 계모임은 일찍이 없었다. 그 당시 계모임의 성격은 대부분이 유사한 신분의 규합체였으며, 그것이 아니라면 사적 야망을 위한 모임 정도였다. 그러나 정여립은 이 모든 전례를 깨고, 사농공상의 구분 없이 모두가 평등한 대동계를 조직하여 이 땅에 대동사상을 뿌리 내리려 노력했다.
그는 끊임없이 신분 고하의 차별 없이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즉 대동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를 따르던 수많은 무리 중에는 양반은 물론이요, 백정과 스님, 중인과 상인,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모두가 서로를 형제처럼 대했으니 적서의 차별조차도 엄격했던 그 당시로서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은 백성을 의한, 백성에 의한 나라를 꿈꾸었던 혁명가 정여립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정여립의 포부와 숨결을 소설 속에 담아내며, 그가 꿈꾸었던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살펴본다.
저자 강흥수는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현재 서울디지털창작집단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역사 분야에 관심이 많아 이번 역사소설 시리즈로 그 포문을 열게 되었다. 여러 편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으며, 드라마 작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