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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거주하는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한다는 티벳장족들이 모여사는 구채구 기슭의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 마을은 구채구 수정구(水精區) 기슭에 있습니다.
벌써 바깥에서부터 분위기가 매우 이국적입니다.
사진에서 많이 보아오던 티벳민족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옵니다.
스위스 샬레 비슷하게 목조 2층 건물에 그들의 종교인 라마불교를 상징하는 온갖 그림들이 온 벽에 알록달록 그려져 있고
처마끝에는 그들의 복과 안녕을 비는 오색 깃발이 나부끼는 분위기..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다수민족인 한족의 분위기와는 완전 다릅니다.
내가 그동안 가고 싶어했던 티벳그림과 너무나 똑 같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 곳이 중국에 합병되기 전에는 동티벳지역에 속했다는 군요
그러니, 티벳의 주류민족인 장족과 그들의 문화가 사천 구채구 지역의 중심 문화인거군요
아뭏든 상당히 기대감을 안고 민속촌 내로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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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바깥쪽을 내다보니 안개낀 수정구 지역의 산자락과 너무나 분위기가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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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마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문화를 팔고 있습니다. 이런 트랜드는 세계 곳곳을 가도 똑 같습니다.
감안하고 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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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의 대표 동물인 야크뿔로 빗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직접 시연해 보이고 있습니다.
전통 가옥, 전통 의상, 전통 기술..모두가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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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색감이 매우 화려합니다.
의상뿐만 아니라 가옥도 아주 화려합니다. 유럽의 프레스코화에 뒤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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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보세요~. 산간지역의 가옥 대부분이 그렇듯이 창문은 작고..
남은 여백을 연꽃이나 전통 사방무늬 패턴으로 이렇게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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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진 골목에서 대로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괜찮습니다.
강한 색깔들이 서로끼리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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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인상과는 달리 상가대로를 타고 조금 걸어올라가다보니
역시 상가는 인위적으로 꾸민 듯한 느낌이 강하여 금방 실증이 나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화려한 치장을 한 대문이 있는 집을 빼꼼히 들여다봅니다.
대문이 아니라 골목같은 느낌이 듭니다.
무조건 발을 안으로 들여놓습니다. 누가 뭐라하면 나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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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오래된 장작이 가득싸여 있고..
나는 내가 등 돌리고 온 바깥 세상을 한번 힐끗 돌아다봅니다. 큰 세상도 작은 문으로 보니 다소 신기성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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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들어서서 올라가는 길목 제일 첫집에 요래 화려한 집이 있습니다.
이거 완전 전통 가옥입니다. 있는 그대로, 날 거 그대로 그네들이 사는 모습입니다.
이쁘게 치장한 것도 아니고, 보여주기 위하여 꾸민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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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성도에서 구채구 넘어오는 길에 가이드가 해 줬던 몇가지 정보들이 떠 오릅니다.
경전이 쓰여진 울긋불긋 깃발들과 작은 종이 쪽지들이 구복을 기원하면서 집 안팎에 걸려있습니다.
어떤 민족이든 오래된 생활문화는 예술에 닿습니다.
집 내부를 살짝 들여다보니 대문에 비례하여 내부는 넓습니다.
반 지하 형식으로 되어서 아래쪽에는 농기구나 창고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 같고,
계단 난간 위 이층에 주거 공간을 두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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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을 살짝 들여다보니 옆집 구조도 비슷합니다.
집집마다 경번이라고 하는 긴 오색깃발을 세우고 있고, 좀 있어보이는 집은 벽화색깔이 깔끔하고 화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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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시골 농가처럼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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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프레스코화가 기독교적 신앙을 구현하는 목적이 있었듯이
장족들의 벽화역시 그들의 신앙을 구현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윗집에는 그들이 궁극으로 추구하는 영원의 땅인 티벳땅 라사의 포탈라 궁을 그려놓고 있습니다.
원래 '3보1배' 를 통하여 성지순례를 하고자 할 때, 그 출발점이 여기 '구채구'라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네요~
아마 이 집의 주인도 지금은 삶이 팍팍해서 어렵지만 언젠가는 닿고 싶은 곳, 그곳을
그림을 통해서나마 닿고 싶었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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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속에 종교가 너무 뿌리깊이 박혀있어서
갖추고 있는 상징물만 봐서는 가정집인지, 절간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경번이 날리고 파사탑이 놓여 있어서 절집인가 했더니 가정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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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발동하여 윗집 담벼락 위로 올라가봅니다.
하얀 선으로 가장자리를 선명하게 두르고 있는 재색 기왓집 위로 알록달록 5색 경번들이 휘날리는 모습은
참 신비롭습니다. 게다가 건너편 수정구 계곡의 안개까지 그 신비감을 더 크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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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울긋불긋 경번은 도대체 왜 달아놓을까요?
어떤 경우에는 너무 오래되어서 색깔이 바래거나 찢어져서 너덜거리기라도 하면 그렇게 썩 보기가 좋지도 않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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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유가 있겠죠~
색깔은 5색이라 하네요. 흰색, 초록색, 노랑색, 빨강색, 파랑색, 주황색..그들은 각각 상징하는 의미가 있답니다.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은 흙, 물, 불, 바람기운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 자연으로부터 앞의 4가지 원소를 가져오고 죽을 때는 다시 화장을 통해 4가지 물질적 요소를 분해하여 다시
왔던 자리로 되돌아 간답니다. 그리고 영혼은 전생에 자신이 지은 까르마(業)에 따라 윤회를 한다고 합니다.
위 경번의 다섯가지 색깔은 인간을 구성하는 5원소를 상징하는 것이고
경번이 바람에 한번 휘날릴 때마다 경전을 한 번 읽은 것으로 쳐서 그만큼 업을 감한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러니 오색깃발은 후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고 싶은 인간의 소박한 욕심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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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을 박차고 계속 올라가봅니다.
거의 마을의 꼭지점입니다. 사당 비슷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입구에는 무서운 호랑이와 사자 석조상이 지키고 있지만
나는 지은 죄가 없으므로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고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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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보니 출입문 주변의 도안이 매우 화려합니다. 그리고 벽면에는 출입구와 마찬가지로 좌호랑이 우염소가
그려져 있습니다.
라마 불교에서 염소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영혼의 동반자라고 했던가..
오체투지를 할 때도 항상 작은 염소 한 마리 데리고 다닌다고 들었던 같았는데..
상세한 의미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알아서들 한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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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에 큰 사찰이 있습니다. 올라가보려고 하다가 집결 시간때문에 포기하고 맙니다.
이 마을도 혼자서 이래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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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찰 내부도 궁금하지만,
아직은 장족 마을이 처음인지라 전체적인 마을 분위기나 가옥의 외적 요소에 마음이 많이 사로잡혀 있습니다.
누각 범어로 기록되어 있는 경전(아마도 내 짐작~)이나 기와지붕 꼭대기의 거꾸로 세워져 있는 신어(神魚)문양..
알록달록 경번과 화려한 채색화..등
라마교라고 하는 종교의 외적인 모습이 아직은 많이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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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또 사찰마당 난간위로 올라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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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도 둘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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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도 둘러보고..
이들은 어떤 이유로 해발 고지 3,000m가 넘는 이렇게 깊고 깊은 골짜기에 터전을 잡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런 오지에서의 삶이 행복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오늘날에 와서는 그들의 삶이 세상의 어느누구의 삶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연과 합일하여 그 일부가 되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점..
그것은 대부분 현대인들의 궁극의 꿈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주어진 삶에 불평하지 않고 순리로 받아들이고 살아온 과거 업에 의해서 얻어진 현생일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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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라마교 사찰
사찰이라 그런지 알록달록 롱다와 벽화채색이 더욱 화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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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승이 나오더니 어떤 주술적 행위를 하는 거 같네요~
손에 쥐고 있는 뭔가를 지붕에 휘휘 던지길래 뭔가하고 보니 하얀 쌀 비슷한 거였는데..왜 던지는 건지는..??
말이 안 통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보자고 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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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마을이 끝나갑니다.
구채구 한 계곡에 신선이 살듯이 계곡안개와 함께 살아가는 장족들..
그 모습에 완전 빠져서 나는 헤어나질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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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로 돌아나오니 경번깃발 안쪽으로 '마니차(아래부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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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탑돌이 하듯이 사람들이 마니차를 돌리면서 걷고 있습니다.
마니차의 의미 역시, 글자 모르는 신도들이 불경을 읽은 것 같은 공덕을 쌓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죠~
한번 돌면, 불경전체를 1천번 독송한 공덕이 쌓아진다는데..(너무 쉽게 공덕을 쌓는게 아닌가요..??)
허긴, 그렇게 공덕 쌓기가 쉬어도 안하는 사람은 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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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보살인가요..? 아름다운 보살님이 그려진 대형 마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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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이 예쁘서 가까이에서 찍어보니 보살님이 상당히 뇌쇄적이고 관능적입니다ㅎ
종교를 모르는 나의 눈에는 종교적 상징이라기보다는 한낱 이국의 그림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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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편으로 돌아나오니 해운사에서 '파사석탑'이라고 재현해 놓았던 탑과 비슷한 탑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습니다.
이들은 이 탑을 무어라 부르는지 궁금하여 라벨지를 보니 '俄色卓巴塔'이라 적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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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대충 앋 제르 스프로스 파 스투파(od zer spros pa stupa) 라는 음가를 가지는 모양이군요
탑군을 돌아서 나오니 순박한 표정의 한 젊은 라마승이 수줍은 미소를 보내 옵니다.
이국의 여인에게 보내는 관심의 미소쯤으로 받아들이면서~ 같이 웃어줍니다. 그랬더니 손에 들고 있는 향을 나에게 조심스럽게 내미네요~
불쌍한 중생에게 주는 보편적 보살행인줄 알고는 순진한 마음으로 받아듭니다. 그리고는 향로에 향대를 꼽고는 돌아설라하니..
다시 웃으며..
저 옆의 전각을 손으로 가리킵니다.
뭔가하고는.. 전각 앞으로 다가갑니다.
.
.
다가간 순간 ㅎㅎ...
난, 어리석은 나 자신이 얼마나 웃어웠는지..ㅎㅎ
그것은 바로 복전함이었습니다.
난, 그저 그의 미소가 이국의 여인에게 보내는 호감어린 미소였을거라고.. 망구~ 혼자 착각한 것이었죠~ㅎㅎ
네~, 가끔은 이런 착각도 재밌군요
덕분에 억지로라도 내 삶에 공덕하나 쌓게 되었으니..ㅎㅎ
좋았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티벳, 티벳..노래를 불렀는데
이제 소원 하나 이뤘다~!!
이 신성한 곳을 한 바퀴 돌고나니
내속에 남겨져 있었던 어떤 식업들이 깨끗하게 정돈되고
그 정돈된 마음바탕위에 아름다운 티벳티안 칼라가 수놓여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