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삼위일체 (2023.6.4/ 삼위일체주일, 평신도주일)

내 인생의 삼위일체고린도후서 13:11-13 하나님의 평화가 말씀을 듣는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시길 빈다. 오늘은 삼위일체주일(Trinity)주일이다. 삼일일체 교리는 참 친숙하고, 또 생소하다. 이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이요, 참 사람이시다’와 함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역사 가운데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셨다. 그리스도인은 한 분이며 동시에 세 모습으로 존재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  성부 하나님은 ‘우리를 위하시는 하나님’(God for us),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God with us) 그리고 성령은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God in us)이다.  성부 하나님은 구약성경에서 알 수 있듯이 말씀으로, 성자 하나님은 복음서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몸으로, 성령 하나님은 교회의 시대에서 영으로 우리와 함께 하신다. 삼위일체 신앙은 신비한 그리스도교 신학의 핵심 체계이다. 세 분 하나님은 독립되었으나,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삼위일체는 연관되고 통합한 하나를 상징한다.  그리스도인은 삼위일체 하나님과 인격적으로 만난다. 기도하고, 대화하고, 호흡하고, 의지하고, 노래하며, 동행한다. 얼마나 복된 삶인가? 1)  고린도후서 13장 11-13절은 ‘고린도에 보내는 두 번째 편지’를 마무리하는 끝인사 부분이다. 인사말을 삼위일체주일 성서일과 본문으로 채택된 이유는 그 유명한 축도문 덕분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고후 13:13). 이전에는 제사장 축도문이 그 위치를 차지하였다.“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민 6:24-26) 마틴 루터는 제사장의 축복문을 개신교회의 공식 축도로 인정하였다. 다만 한국교회에는 공적 예배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제사장의 축도문과 삼위일체 축도문 모두 그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삼위일체적이라고 이해되어 왔다.  고린도후서의 마지막 권면과 끝인사 부분은 감동적이다. 이 편지에는 바울과 고린도교회 사이에 엄격한 변론과 논쟁이 담겨있다. 서로 가슴 아픈 다툼도 있고, 준엄한 꾸짖음도 있다. 그런데 결론은 연합과 화해로 마무리된다. 축복의 언어로 가득하다. 바울은 이렇게 교회를 향해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형제들아 기뻐하라 온전하게 되며 위로를 받으며 마음을 같이 하며 평안할지어다”(11a). 먼저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성도를 ‘형제’로 부른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자녀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라는 새 지평에서 서로 형제와 자매라는 새로운 관계를 이루고 있다.  11절 전반절에서 사용한 다섯 가지 단어를 보자. ‘기뻐하라, 온전하라, 위로하라, 마음을 같이 하라, 평안하라.’ 다섯 가지 단어는 신앙공동체 안에서 형제자매 사이에서 행해야 할 내용이다. ‘기뻐하라’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늘 체험하라는 의미이다. ‘온전하라’는 환자의 몸이 회복되듯, 무질서한 생활에서 바르게 되듯, 정상적인 삶을 의미한다. ‘위로하라’는 서로 권면하고 서로 격려하라는 의미이다. ‘마음을 같이 하라’는 복음 안에서 같은 생각으로 일치하라는 의미이다. ‘평안하라’, 곧 평화는 위 네 가지의 생활 속에서 얻어지는 결과이다.  그리스도인의 인사에는 그리스도인다운 법도가 있다. 한마디로 그 인사와 문안은 모두 하나님의 복을 빌어주는 행위이다. 이전의 고린도교회 모습과 비교해 보라. 이전과 달리 진정으로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축복한다.  11절 후반절을 읽어보자. “또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11b). 바울은 하나님의 성품을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으로 고백한다. 모든 인사와 문안은 ‘서로 사랑하고, 평화를 빌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서로 복을 빌어 주고, 하나님의 샬롬을 전해야 한다. 입맞춤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근동에서 전해지는 인사법이다. 초대교회는 여기에 성스러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바울은 로마교회에 이렇게 인사한다. “너희가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롬 16:16). 사도 베드로도 같은 인사법을 사용한다. “너희는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벧전 5:14). 일상의 인사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의 인사에도, 일상적인 인사에도, 습관적인 악수에도 하나님의 평화를 담으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서로 복음’이다.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피차 섬겨야 한다. 교육학자 레티 럿셀은 그리스도교 신앙교육의 차원에서 삶을 축복하고, 경축하도록 주장한다. 남에게 축복하고, 희망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화의 인사에는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11)는 임마누엘의 고백이 담겨있다. 하나님이 내 축복에 응답하신다는 믿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2) 고린도후서 13장 13절은 복음의 결정체로서 ‘삼위일체 축복문’이다.“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고후 13:13). 이 축도문에는 삼위의 이름이 모두 언급되어 있고, 세 분 하나님의 핵심적인 속성을 담아 복을 빈다. 이를 삼중적 축도문이라고 부른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여기에서 은혜는 죄인이 값없이 의롭게 된 것을 말한다.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죄값을 치루어야 하는데,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셨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주의 이름을 부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무 공로없이 주어진 선물이다. “하나님의 사랑과”...‘사랑’은 하나님의 성품이다. 성경은 그 사랑을 이렇게 증언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요일 4:16). 또 하나님의 사랑은 이 세상의 어떤 사랑보다 크고, 완전하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사 49:15). 하나님의 사랑은 무한한 자비와 연민이며, 오래 참음과 관용이다.  “성령의 교통하심이”... ‘교통’(코이노니아)은 하나님과 사랑의 연합은 물론 성도 간의 교제를 가능케 하는 성령의 도우심이다. 성령과 공감하는 삶, 교감하는 생활, 친밀한 관계 속에서 진실한 나눔을 의미한다. 성령의 활동으로 올바른 교회가 성립되고 유지된다. 코이노니아는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가질 때에, 성도가 서로 사랑할 때에 이루어진다. 성령으로 하나가 되고, 복음을 전할 능력을 얻으며,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사명을 다 할 수 있다.  우리는 날마다, 때마다, 매일매일 일용할 양식처럼 예수님의 은혜, 하나님의 사랑, 성령의 친교 하는 삶을 살기를 간구하며 복을 빈다.  삼위일체의 축복을 보라. 복은 사람이 스스로 얻을 수 없다. 복은 하나님이 주시는 풍성한 삶이다. 복은 하나님 주도의 절대성을 지닌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복 주시기를 원하신다. 그래서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에게 그 복을 간구할 수 있는 축복의 은총을 주셨다.  축복문은 말 그대로 복을 비는 말씀이다.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이 “너희 무리와 함께”(13) 하시기를 기원하는 말씀이다. 성경에서 복은 무엇인가? 하나님이 함께 하심이다. 성경이 말하는 복이란 자기 삶을 통해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심’을 자각하는 일이다. 그래서 모든 축복문에는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담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복음서 마지막에서 제자들과 이렇게 약속하며 인사하셨다.“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0). 복이란 하나님이 나와 하심을 믿는 것이다. 아빠의 손을 잡고 가는 아이는 겁날 것이 없다. 엄마와 함께 있는 아이는 늘 평화롭다. 불신자는 아무리 성공하고 번영하여도 하나님이 자기와 함께 하심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신앙인은 실패하고 또 죽음이 닥쳐올지라도 하나님이 나와 같이 하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앙생활은 하나님이 나를 향해 ‘보기에 참 좋구나!’(창 1:31) 하셨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런 하나님과 친밀감 속에서 사랑과 신앙이 자라나고, 이러한 이해와 신뢰, 고백이 나를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한다.  3) 지난 주에 인사동에서 열린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회 오픈 행사에서 만난 이애경 화가의 스승인 전창운 선생은 80세가 훨씬 넘으신 원로이신데 어찌나 덕담을 구수하게 잘하시는지 감탄하였다. 내가 처음 본 그분에게 인사드린 후에 “그 에너지를 제게도 나누어주십시오”라며 같이 손잡고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우리가 지구에 사는 이유가 있습니다. 적어도 세 가지는 누릴 줄 알아야지요. 먼저 김치찌개 맛을 알아야 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자연을 그릴 줄 알아야 하고, 그렇게 좋은 예수님을 믿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지구에 온 의미를 모르는 겁니다.”  세 가지로 요약하는 그분의 말씀이 재미있었다. 자신의 신앙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라. 바로 ‘삼위일체’ 방식이다. 예로부터 ‘영어의 삼위일체’니, ‘민관군 삼위일체’니, ‘빛과 열과 에너지의 삼위일체’니 삼위일체 방식은 보편적인 관용어로 널리 사용된다.  ‘내 인생의 삼위일체’를 소중한 의미를 담아 요령껏 정리해 보면 즐겁다. 신앙생활이든, 삶의 원칙이든, 미래의 비전이든 3가지로 꼽는다면 남달라 보일 것이다.  예로부터 가톨릭 수도자가 되려면 세 가지 덕목을 지킬 것을 서약해야 한다. 부에 대한 탐욕을 떨어 버리는 ‘청빈’, 그리스도를 위해 순결한 삶을 살기를 다짐하는 ‘독신’, 교회의 질서에 절대복종하는 ‘순명’이다.  젊은이들의 신앙공동체로 떠오른 떼제는 ‘기쁨, 소망, 자비’, 이 세 가지를 지향한다.  존 웨슬리는 감리교 목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를 ‘준비’할 것을 주문하였다. ‘설교할 준비, 이사할 준비, 죽을 준비.’ 여기에서 ‘준비’란 인간적인 집착이나 업적주의를 버리고, 자신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에 기꺼이 순종하려는 삶의 태도이다. 내가 볼 때 이를 가장 잘한 사람이 토마스 하디 선교사이다. 그는 한국감리교회 139년 선교역사 중 한국에 파송된 선교사들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사역하였다(1890-1935년). 처음에는 독립 평신도 의료선교사로 왔다가, 8년 후에 남감리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영적각성의 부흥운동가로 알려져있으나, 한국 기독교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한 에큐메니스트로도 크게 공헌하였다.  여러분의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를 요약하면 무엇인가? 삼위일체주일을 맞아 자기 신앙의 삼위일체를 정리해 보라.  사도 바울은 신앙의 3총사로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고전 13:13)를 강조하였다. 예수님은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눅 13:33)라며 ‘제3일’의 길, 곧 십자가와 부활 신앙을 가르쳐 주셨다. ‘내 인생의 삼위일체’처럼 누구나 올바른 신앙을 위해 뚜렷한 목표 의식과 좌표가 필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세 가지 ‘정립형 신앙’을 지녀라.실망하지 말고 대안적 모습을 찾는 ‘제3의 신앙’을 모색하라.인내심으로 용서와 배려의 ‘삼 세 번의 신앙’을 추구하라.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믿음과 고백 위에 같이 하신다. 언제나 여러분의 삶을 은총으로 도우시고, 복 주신다.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거룩한 입맞춤으로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