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골프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풀밭위를 어슬렁거리고 돌아다니며 가끔씩 작대기를 휘두르는 것이 꼭 마네킹이 풀밭위 여기저기 세워져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루해보이기도 하고,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내 나이 30대가 후반에 이를 부렵, 어느 친구가 내게 골프를 하자고 했다.
나는 물론 거절했다.
하지만, 그냥 건물밖으로 나가 공기도 쐬고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친구의 말에,
7번 아이언을 하나 가지고 파3 골프장을 찾았다. 물론 그 친구가 준 낡고 녹이 슨 채였다.
친구가, "공을 맞추기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상관없으니 한번 휘둘러 보라" 고 했다.
난 별 생각없이 채를 휘둘렀다.
그런데,,, 공이 딱! 하고 맞으며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좀 독특한 느낌이었다. 상쾌하긴 했다.
파3 골프장에 나를 좀 데려가 달라고 그 친구에게 조르기 까지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공을 헛치는 일도 많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뭐, 공을 맞추는 스윙이 절반을 넘었으니까.
그 파3 골프장에서 어느날 7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딱 하고 날아가 깃대 옆 1.5 미터에 붙어서, 가볍게 "버디" 라는 것에 성공한 그 홀을 난 평생 잊지 못한다. 친구의 부러워하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난, 이윽고 드라이빙 레인지엘 다니기 시작했다.
7번 아이언만이 아니라, 우드까지도 배웠다.
아마 난 골프에 천재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과 반년도 되기 전에 이렇게 잘 치게 될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친구가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나는 여러번 내 눈으로 확인했던 터이다.
아마 내가 한 일~이년 열심히 한다면, 나를 가르치던 그 드라이빙 레인지의 프로와 한 판 붙어서 그놈의 무덤덤하고 침착한 체 하는 얼굴을 일그러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 아이언도 한 세트를 구입다. 3번 아이언부터 샌드웨지 까지. 그것도 중고가 아닌 새것으로!
연습끝에 3번 나는우드로도 볼을 앞으로 쭉쭉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친구가 말을 꺼내기도전에, 내가 먼저, "이젠 나도 파3를 벗어나 정규코스에서 칠 때가 된것 아냐?" 하고 물었다.
며칠 후, 드디어 정규 18홀 첫 티박스를 향해 걸어가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 짝이 없었다.
이번엔 파3 골프장과 달리 나의 동반자는 친구놈 외에도 두 명이 더많았다.
첫 홀은 파5였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난 좌측의 나무들과 우측의 호수를 확인하고서, 그것들을 피해 한 가운데로 무사히 샷을 날렸다.
뭔가 좀 이상했다. 볼은 가운데로 가긴 했는데, 좀 짧았다.
원래 위치로 부터 불과 3 미터 전진했나보다.
난 티를 빼어 주워들며 세명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난 내 얼굴이 어땠을 것이라는 기억이 전혀 없다.
그들중 한명은 먼 곳을 보며스트레칭을 하고 있었고, 한명은 그립을 점검중인 듯 했다.
그들이 내게 일부러 못본 척 한 것이라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며칠 뒤? 몇 달 뒤? 그건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나머지 한명, 나의 친구는 전혀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허니 내게 말했다.
" 티박스 바로 앞에 있으니까, 7번 아이언으로 쉽게 쳐..."
... 난, 내가 7번 아니언으로가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그 볼을 쳐서 맟추거나 하늘로 날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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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어느 심리치료사가 골프심리에 대해 책을 쓴 것에서 자전적 얘기를 한 것을 일부 옮긴 것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