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민방위 3년차 아직은 조국의 부름을 받아서 쓸모가 있단 뜻이겠지요. 현역으로 군대에도 착실히 다녀왔고
누구처럼 이리 저리 빠질 머리도 가지지 못했고.
평범한 대한 민국의 남성이다.
조금씩 흰 머리가 새치처럼 나는 나이
아직은 어디서 상석에 앉기는 곤란한 그런 나이
아직은 싱그러워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한 나이
아이들이 아직도 초등학생이어서 초보 부모 취급을 받는 그런 나이다.
황사비든 무엇이든 요즘은 비가 반갑기만 하다.
또 몰려올 황사는 나늘 우울하게 한다.
술을 많이 먹은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또 다음날까지도 나는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술과 안녕을 이야기할 때도 되었지 않나 싶다.
그 흔들리는 머리로 이를 악물고 학교에 나간 이유는 무엇이었나.
자식들에 대한 책임감
아니면 내가 맡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글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직은 거꾸러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아직은 두 발로 대지를 굳게 디디고 버텨야 한다는 의식이었다.
피고 지고
오고 가고
만나고 헤어지고
흘러오고 흘러가고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