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말랐을 때 비로소 깊어진다
복효근
가뭄이 계속 되고
뛰놀던 물고기와 물새가 떠나버리자
강은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처음으로 자신의 바닥을 보았다
한때
넘실대던 홍수의 물높이가 저의 깊이인줄 알았으나
그 물고기와 물새를 제가 기르는 줄 알았으나
그들의 춤과 노래가 저의 깊이를 지켜왔었구나
강은 자갈밭을 울며 간다
기슭 어딘가에 물새알 하나 남아 있을지
바위틈 마르지 않은 수초 사이에 치어
몇 마리는 남아 있을지......
야윈 몸을 뒤틀어 가슴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강은
제 깊이가 파고 들어간 바닥의 아래쪽에 있음을
비로소 알았다
가문 강에
물길 하나 바다로 이어지고 있었다
(손진은 시인)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처음으로 자신의 바닥을 보았다" 말랐을 때 가장 깊어지는것, 그 이치를 새삼 깨닫습니다. 그게 수량이 풍부할 때 외적으로 보이는 물의 깊이만은 아닌 것을. 저도 궁했을 때, 자신의 바닥이 보일 때 더 깊이 자신 속으로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강은/ 제 깊이가 파고 들어간 바닥의 아랫쪽에 있음을/비로소 알았다"는 진술처럼 그 때 발견되는 "물길 하나"가 바다로 이어지는 것처럼 힘들 때 내면에서 발견한 작은 희망 하나가 자신의 미래로 가는 넉넉한 힘이 된다는 말, 실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