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날이 좋은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잡혀있는 그러나 선택해야 할 스케줄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늘 단 하나의 선택으로 모든 계획을 갈무리해야 함은 물론
한 순간의 선택으로 탁월함을 발휘해야 하는 기지가 필요한 날이다.
그래서 택했다...포항에서 전시회를 하는 친구를 만나 그냥 친구여서 좋다 에 마침표를 찍기로 정하고 보니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릴 일 없이 마음이 차분해진다.
물론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온전한 1박 2일을 가졌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함께 동행 하는 친구의 여건이 만만치 않아 금요일 오후 4시 44분에 길을 떠나는 묘함.
자, 길을 떠나 보실까 싶었더니 어느새 안성 찍고 괴산 거쳐 선산 휴게소에서 기사를 바꿔야 할 시점이다.
잠시 팔 다리 근육을 풀고 운전대에 앉았다..그동안 곂에서 누렸던 놀멘놀멘의 즐거움을 넘겨주고
핸들을 돌리자니 아, 바로 이 맛 이지가 전해지는 순간 다시금 액셀에 힘이 주욱 들어가고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밤의 전령이 찾아든다.
이제 부터는 인간 네비게이션에서 하차를 하여 차 주인의 네비게이션에서 전하는 친절한 안내를 따라
포항공대 지곡회관으로 찾아들어야 한다,....그 네비게이션 친구 없었으면 그 밤, 찾다가 길을 잃을 뻔 했다.
그림 전시를 하는 친구 양숙희를 만나 짧은 회포를 풀고
포항공대 안의 국제관-이름은 그렇고 내용은 국내외 석학들의 잦은 회의로 인한 투숙객을 위해 힐튼호텔에서 운영을 한다는데
깔끔하고 나름 격조가 있었다-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그 밤이 아쉬워 포항사는 쥔장의 둘도 없는 친구가 서둘러 우리를 데리고 간 북부해수욕장.
이름은 해수욕장이고 상태는 그냥 바다가 있다 는 것이고 멀리 보이는 포항제철의 불빛과 네온으로 인한
야간 조명이 화려한 곳이라 했다만서도 요즘은 전력 아끼느라 겨우 흉내만 내는 중이고
워낙 늦은 밤이어서 바다는 그냥 모래사장을 거닐며 조금의 운치와 낭만과 약간의 소란스러움만을 전해줄 뿐이었다.
그렇게 걷는 해변에서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를 따라 찾아든 곳,
요즘 포항에서 유행한다 는 조개구이집인데 이미 윗녘에서 한바탕 바람처럼 휘몰아치고 떠난 후
이즈음의 포항을 잠식 중인듯 하다.
그리고 본래의 조개구이 맛을 즐기기 보다는 경쟁이 치열해서 그런지 조개 위로 얹혀지는 것이 더 많아
본질을 비껴가는 듯 오히려 원래 맛을 즐길 양의 푸짐함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꺼내는데는 그만 한 곳이 없지 싶다.
포항제철에서 오래 전에 마련한 땅덩어리...넓고도 넓어 누리는 땅의 호사에 감탄을 그치지 못하고
요소요소, 곳곳에 자리한 건물 또한 포항공대 답게 남성적이거나 무뚝뚝하다.
일명 박스형 건물이 많다 는 말이기도 해서 건축적인 묘미나 멋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는 그런 말이다.
허나 간간이 괜찮은 건물이 몇 군데 시선을 끄는 곳이 있어 눈길을 주다 보면 최근에 지은 건물이란다.
그럼 그렇지....그중에 하나, 전면 유리로 구성되어진 국제관의 너른 시야와 투명함은 마음에 들었으나
괜히 애국민도 아니면서 열효율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아침 식사를 하러 들어가는 뷔페식당 입구에 마련된 포항제철 소속 축구단의 축구공을 보자니
새삼 우리 축구의 위상은 어디쯤인지 싶었다.
워낙 아침은 간단하게 를 즐기는지라 식탐을 부려서는 아니되었으나
아, 길 나서면 감당 안되는 식탐에의 유혹을 간신히 뿌리치는 듯했으나 흉내만 간소하게.
다시 지곡회관으로 돌아와 갤러리에서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엊저녁에 설명없이 느끼던 감상과
다시 한번 대비시켜보았으나 역시 감상자의 눈은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그녀 양숙희 화가...결혼 후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남편 뒷바라지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
32세에 귀국을 하여 남편의 포항공대 입성 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한 여자의 아내, 며느리, 엄마, 딸의 위치에 서서 찾아지는 정체성이란
험하고도 험한 가시밭길임은 분명할 터이나 그런 가슴에서 치받히는 욕구, 뜨거움을 내어던지기에는
그녀의 자존감과 스스로의 열망의 에너지는 무한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선택되어진 열정의 분출구는 바로 그림이 되었으며 길지 않은 사사에서 독학 화가로 전향하고
9년여를 투자한 긴 시간의 감내를 마침내 전시회를 통해 드러내 보이는 즐거움을 안게 된다.
41세에 처음 시작된 개인전은 스스로 기량이 아닌 마음으로 전해지는 전시를 기획하게 되고 이제는
그 과정의 전부를 표출해 내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이 되었다.
...누구나 자신을 죄다 보여주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겪었던 갈등과 사사로움을 넘어서 다시 일어나
자신의 혼돈기와 방랑기와 좌절기를 드러내고 겪어내는 중임을 고백하겠는가...하지만 그녀 화가
양숙희는 낱낱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한 인간이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과장없이 느끼게 하고 있다.
천천히 그림을 감상하고 난 후,
이제부터 온전히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되었다 는 그녀를 보면서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그리고
안도와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성령이 임하신 충만됨을 그림으로 표출하여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축복의 기회를 주는 듯
초창기 정신적인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 발자욱의 그림들과
피폐해진 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용기로
여러가지 상처를 치유해내고
생각을 가다듬으며
순종과 극기의 시간을 거쳐 새봄의 시기로 도약을 하며
좌절과 혼돈과 방황과 슬픔의 깊은 강을 사랑과 함께 라는 이름으로 건너와 기도로써 환란을 극복하고
기나긴 터널의 끝에 드리운 삶의 절제력을 일상으로 맞으며
그리고
내 생의 기쁨으로 전환되는 순간에 그녀 양숙희가 새롭게 자신의 삶의 진두 지휘자가 되어간다.
더불어 또다른 영감으로 삶의 기쁨을 노래할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그림에 심취하여 이른 아침을 보내고 다시금 가을날의 정취를 마구마구 느끼며
등뒤로 쏟아지는 햇살의 따사로움을 만끽한 채 가슴이 뭉클하고 울컥의 심사가 올라온다.
그대. 빛나던 그 시절이여...
포항까지 와서 호미곶의 명물을 지나치면 곤란하다...바람을 가르고 갈라 바닷길을 돌고 돌아 찾아드니
그 하루의 끝자락이 풍요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호사로움으로 마감되는 수순은 그래도 포항의 명물 자연산 횟감 앞에서 더욱 빛이 나고
허겁지겁 미식가의 위용을 자랑하며 코를 빠뜨리면서도 황홀한지라
그렇게 나이들어가며 만나는 친구와의 1박 2일은 넘치는 情으로 가득할 수밖에....
...돌아오는 길,
다시 교대 운전의 묘미를 맛보며 바람을 가른다.
...길.었.다
첫댓글 밤잠 못잔 친구에겐 길었던 여행이기도 했을터이나 내겐 오랫만의 여행이 눈도 마음도 즐거웠네요~!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정담이 더욱 즐거웠던 일박 이일이었네요~! ^ ^
ㅎㅎㅎ 쥔장은 아주 좋았습니다...길었다 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부여되었습니다.
읽는 사람에게는 지루 할 수도 있겠다 는, 친구들과 오랫만에 만난 시간은 길게 느껴질만큼 참으로 좋아서 반어법적으로...
또한 친한 친구를 만나는데 왜 그리 긴 시간이 걸려야 했는지...작가인 친구에게는 정체성으로 존립되는 자존감 찾기가 길었다 는 등등...
아~! 그런 함축된 의미가 있는 줄 잠시 읽고 지나는 나그네로선 거기까지 이해가 불가 했습니다 그려~! ㅎㅎㅎ
이제 뭔 말인지 이해가됩니다~! ^ ^
포항이라는 말에 냉큼 들어왔네요~ㅎㅎㅎ 낯익은 풍경이 맘을 편안하게 해주네요^^ 선생님과 포항....연이 있을까싶었는데....여튼 먼 길 여행, 좋은 추억 챙겨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입니다~^^
아~! 정말 고향이 포항이라고 하셨었죠~? 기억나네요~!
이번에 가서 여기 저기 다녀 보니 포항이 아주 많이 좋아졌던데요~! ^ ^
우리 딸래미도 잘 있구요~? ^ ^
그러게...안그래도 내려가면서 잠시 생각했었어.
유담은 어느 길을 선택해서 갈까 싶은.
잘 지내고 있지...올 해는 얼굴 보기가 쉽지 않군.
그러게요....계절이 계절인지라 한 때의 긴 수다가 그리워지네요.....한 번 찾아뵐께요....^^
그리고 원장선생님, 지우는 잘 지내고 있어요. 얼마전엔 가을소풍도 다녀왔고, 오늘은 올해 심은 고구마도 캐왔어요~선생님도 잘 지내시는 것 같아 좋아보이셔요^^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지우의 똑 떨어지는 예쁜 얼굴이 눈에 삼삼하네요~! ^ ^
이기자님! 같이묻어가기로 하고 깜빡했습니다. 오늘에서야 사진과 글을 열어보았네요. 감사하고 정말 다들 마음에 들어하시네요. 번개팅할때 또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바쁜주에 초대에 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세월이 너무 덧없어서 허무하네요.서글프기도하고....언제나 활력이 넘치는 모습 보기좋습니다.
많이 바쁜 것 같아서 연락하지 않았습니다...정신적으로 형편적으로 여유가 없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신껏, 원칙적으로 일이 풀려나가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잘 될 겁니다.
얼마전 양동마을을 거쳐 경주,포항을 돌아왔습니다.
글구 망내며느리(친정이 포항)가 아기를 낳아 우리 공주님 알현(?)하러 또 포항에 다녀오구요.
이래저래 포항과 인연이 많습니다요.
오랜만의 친구들과의 만남은 너무 즐거우셧을 꺼예요.
그래요
보고싶은사람들 보고
하고싶은 일들 하며 그렇게 살아가자구요.
야아...요즈음은 자주 길을 나서는 모양입니다.
이제 다리는 완전 복구 정상이 된 듯한뎁쇼.
...게다가 포항의 인연은 더욱 깊군요...보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것 같구요
쥔장 또한 웬만하면 그리 살아볼까 싶습니다 ㅎㅎㅎ.
어디든...기회만 되면 튑니다.
살까 말까 하는 건 사지말고 갈까말까하는 곳은 가라고들 하지요.
언제까지 이렇게 절뚝거리며라도 다닐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어제는 횡성으로 끝물고추 따러갔다가 고춧잎만 잔뜩 따가지고 와서 살짝 데쳐 널어놨습니다.
무우오가리와 함께 무쳐먹으면...
으음 침넘어가는 소리.
ㅎㅎㅎㅎㅎㅎ 여전히 바쁜 행보에 탐식에의 열정까지라...보기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