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까지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을 기어이 다 읽고,
10시 반에 약속장소로 나갔다. 셋이서 목사님 차로 출발했다.
남경주로 내려서 불국사 입구에 있는 <동리목월문학관>을 찾아갔다.
경주 출신인 김동리와 박목월의 유품과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대소설의 효시가 된 무녀도, 사반의 십자가를 비롯하여 박목월의
윤사월, 나그네 외, 다수의 작품과 자필로 쓴 시 노트를 살펴볼 수 있었다.
1시간 남짓 문학관을 돌아보곤, 보문에 있는 맷돌 순두부집으로 향했다.
긴줄이 늘어선 걸로 봐서 소문난 맛집인가보다.. 반시간 넘게 대기하던 중,
우연히 귀인이 나타나서 163번을 주고 갔다. (앗싸~ 우리는 180번 인데..)
2층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두부 반모와 빨간 순두부 셋을 시켰다.
반찬으로 나온, 꽁치구이와 청포묵, 마늘줄기고추장무침, 계란찜 등..
서로 멀리있는 반찬은 챙겨줘 가면서, 점심을 먹고는 인근의 찻집에서
독서후 나눔을 하기위해. 보문호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판사가 쓴 책이라 읽는 내내 재미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겨우 읽었는데,
막상 독후감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좋은 기억만을 떠올렸다.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이 삶에는 지혜가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다.
힘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소신을 가지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
자신의 안위를 도모하고자 거짓을 진실인양 위장하는 인간의 간사함을 가려내는 지혜~
우리는 누구나 판사이면서, 피해자이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세월이라는 급류에 자신을 떠맡긴 채, 쉬임없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명색이 최상위 지식층인 판사도 고뇌가 있을 진데, 하물며 보통사람인 나는 오죽하랴 싶다.
직업상 수만가지의 인생을 간접경험해야하는 그들의 정서적 혼란에 비하면, 우리네 고민은
소박하다 못해, 사치스러운 고민이라고 감히 단정짓는다.
이번 책을 통하여 여러가지 사례를 보면서, 비교적 나의 삶은 순탄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 앞으로의 남은 삶은, 매사에 늘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넉넉한 마음을 키워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 2024. 10. 09 한글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