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물방 POS 매장화를 추진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성물 유통업체들 사이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가톨릭출판사 사장 홍성학 신부는 7월 3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인터뷰에서 “세금 납부 문제 해결을 위해 POS는 꼭 필요한 것이며,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POS는 ‘Point Of Sales’를 줄인 말로 판매 금액을 정산하면서 동시에 소매 경영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편의점처럼 판매장에 컴퓨터 단말기를 설치해 물품을 판매하는 즉시 그 정보가 중앙 컴퓨터로 전달된다. | | | ▲ 본당에 있는 성물방. ⓒ지금여기 자료사진 |
홍 신부는 6월 이후 유통업체들이 대화에 나서지 않은 채 성명 발표와 언론 기고를 통해 가톨릭출판사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한 그는 서울대교구가 교구 기관인 가톨릭출판사에 성물방 POS 매장화 추진을 위임했으니, 유통업체도 출판사와 잘 논의해 좋은 모습으로 타결되면 좋겠다는 것이 교구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통업체 대표 10명이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성물방 납품업체협의회’는 7월 13일 성명을 내고 POS 도입 반대, 공청회 개최, 교구장 면담을 요구했다. 납품업체협의회는 서울대교구와 가톨릭출판사가 문제 해결을 위한 성실한 대화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홍 신부는 서울대교구 본당에 성물을 납품하는 10개 유통업체가 POS 매장화 반대를 계속하고 있지만, 다른 관계 당사자들인 교계 출판사들과는 조율을 마치고 시행 중이며, 성물 가운데 초 생산업체 대부분과는 이미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신부의 설명에 따르면 POS가 도입되지 않은 기존 성물방 유통 방식은 일반적으로 세무 문제와는 무관하게 생산업자가 유통업자에게 소비자가격의 50퍼센트에 성물을 넘기면, 유통업자는 본당 성물방에 70퍼센트 가격으로 넘기는 것이었다. 반면, 서울대교구가 추진해 온 ‘성물방 개선 방안’은 가톨릭출판사가 POS 기기를 본당 성물방에 제공하고, 성물방에서 판매하는 초를 포함한 모든 성물과 도서를 가톨릭출판사가 사 들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본당 수익금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다음 달에 본당에 보내며, 부가세는 가톨릭출판사가 모아서 낸다는 것이다. 그동안 본당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성물방은 대부분 세금 납부 없이 운영되어 왔지만, POS 도입이 전면화되면 서울대교구 본당 성물방에서 팔리는 성물에 대해서도 세금이 매겨진다. 성물방을 이용하는 신자 입장에서는 신용카드와 상품권을 쓸 수 있고 현금영수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 | | ▲ 가톨릭출판사 사장 홍성학 신부. ⓒ강한 기자 |
홍성학 신부는 가톨릭출판사는 유통업체들에게 납품 가격을 소비자가의 60퍼센트(부가가치세 포함)로 하고 이를 7년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유통업체들은 60퍼센트로는 운영이 어렵다며 70퍼센트(부가세 포함)와 20년간 보장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홍 신부는 “(유통업체에게) 7년간 이윤 10퍼센트를 보장하겠다는 것은 앞으로는 본당에 직접 납품하는 데 따른 물류비용을 줄이고 가톨릭출판사에 일괄 납품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POS를 설치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며, 세무당국도 이러한 방식의 거래를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오늘날 유통업자가 무엇을 가지려면 자기만의 제품 등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7년 동안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외국에 좋은 성물이 있다면 한국 시장에 소개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물 유통업체들이 ‘단순 유통업’만 고집해서는 안 되며 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신부는 POS 매장화와 관련해 가톨릭출판사가 들여야 할 여러 비용을 고려하면 60퍼센트 정도가 유통업체에게 제안할 수 있는 최대치라며, 그러나 “조금 더 협상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POS 도입 전과 비교하면 부가세 포함 50퍼센트를 받기로 한 생산업자와 본당은 (값은 그대로 두고, 안 내던 세금을 새로 내므로) 세무 문제 해결을 위한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고, 가톨릭출판사도 약 14퍼센트의 이익을 갖고 유통과 재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신부는 성물방이 세금을 내기 위해서는 관계자 모두가 자기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무 문제를 비롯한 성물방 운영을 개선하자는 데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의지도 실려 있다. 그동안 서울대교구 내 26개 본당이 POS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해 왔으며, 교구는 2016년 말까지 나머지 180여 개 본당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26개 본당에서 POS 시스템이 큰 문제없이 운영돼 왔기 때문에 지난 2월 4일 교구 사제평의회에서도 나머지 본당 성물방에 단계적으로 POS를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한편, 홍성학 신부는 개별 본당이 사업자 등록을 해서 유통업체가 성물 관련 세금계산서를 본당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업체들의 제안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나 교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게 될 경우 각 본당이 따로 기장을 해야 하고 교구도 법인세 납부 등을 위해 전체 본당의 모든 자료를 취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일을 위한 별도의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신부는 이미 모든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교구 기관인 가톨릭출판사를 통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홍성학 신부는 지금이 성물방 운영의 투명화와 신자들에게 더 좋은 성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발전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유통업체들과 협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