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레크리에이션 종강 하는 날.
낮부터 바람이 불다. 흐리다. 눈 오다. 개었다.
날씨가 요동을 합니다.
총무님과 회장님의 참석요망의 문자는 들어오고,
밤에 레크를 배우러 목대평생교육에 가야 하는데,
마음이 심숭생숭.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늘님이 “차 가지고 가지 말고 버스타고 가” 라는 말을 무시하고,
‘바람만 불지 설마 눈이 와서 눈이 쌓이겠어?’하는 마음으로 차를 가지고 갔습니다.
레크를 하는 동안 ‘나오기를 잘 했어‘ 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머 어떻해!! 나 눈길 운전 못하는데...” 발을 동동거리다가 기도를 한 후 가보자 하고,
서행운전을 했는데도 차가 돌아버립니다.
긴장 또 긴장.
하늘님께 도움을 청할까 하다가
하늘님도 동문회 송년모임에 갔으니 벌써 주님과 친해 있을게 뻔하고,
애기한들 말을 안 듣고 차 가지고 왔으니 혼날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 남편이 정말 남의편이 되는 겁니다.ㅎㅎ
기어는 D와 R밖에 써 본적이 없어서 눈길에는 무얼 쓴다고 하는데 L로 한번 써볼까? 하고 했더니 차가 바로 갑니다.
한번 겁을 먹은지라 차를 터미널 옆에 주차하고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막차가 지나갈 시간이 조금 넘기는 하였지만 혹 눈 와서 연착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기다렸더니 감사하게 차가옵니다.
얼마나 고맙던지.... ‘이젠 무사귀환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 쉽니다.
기사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기사님께서 “눈오는 날은 차가 일찍 끈길 수도 있으니 일찍 귀가를 해야 합니다.”라고 조언을 하십니다.
갈수록 태산 청계 무안 쪽을 오니 눈이 더 많이 내리고 쌓였습니다.
정말 차 두고 오길 잘 했다라고 몇 번을 생각하고 “하나님 감사해요”를 연발하고...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훨 넘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아침이 되어
창밖을 보니 흰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눈을 보니 어제의 악몽은 사라지고, 밖으로 나오라고 눈이 저를 유혹합니다.
오후에 가도 되는데 방문상담을 일부러 눈길을 걸을려고...
호박죽을 끓여서 할머니들을 만나러 갑니다.
속이 없는 걸까요?ㅎㅎ
오전에 3가정을 방문하고 호박죽을 드리니 좋아들 하십니다.
오후에는 신학리 마을까지 상당한 거리를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눈오는 날 책을 보면서 가는 기분 아실런지요?
저는 읽을 책만 있으면 어디든지 힘이 들지 않습니다.
집에 앉아서 책을 보면 주부들은 할 일이 자꾸 생각이나 집중도 안되고
사실 시간이 아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반신욕을 할 때나 산책할 때 주로 책을 본답니다.
겨울에 비 대신 눈이 내리는 이유를 아시는지요?
기온이 내려가니 비가 얼어서 눈이 되기도 하겠지만.
추운겨울 비가 내린다면 왠지 더 슬퍼지거나 사람의 마음을 움츠리게 하여,
밖에 나가기가 싫어질 겁니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추억이 생각나고,
첫사랑도 생각하고(지금 하늘님이 저의 첫사랑이어서 저는 생각 할 것도 없지만),
어디선가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고, 꼭 고구마는 구워서 먹어야 할 것 같고...
사람들의 마음은 따뜻하고 포근해져 구세군의 냄비에
구제금이라도 넣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눈은 추운 겨울날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귀한선물입니다.
- 안개꽃 생각 -
첫댓글 ㅎㅎㅎ 아직 열 여섯 꿈 많은 처자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정신연령이 열 여섯입니다. 아주 감성적이고 수줍어 하고 작은일에도 까르르 잘 웃고, 잘 우는 ...
근데 그게 정신 건강에는 엄청 좋답니다.ㅎㅎ
^^
정말 너무 열심히 활동하십니다. 어쩌다 들리는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열정적으로 삶을 사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건강하세요
건강하신지요? 푸른아빠 좋은 글 솜씨 보고픈데 자주 소통하시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