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무구의 지역 왕피천을 가다.
왕피천은 울진 왕피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 이름만 들어도 여긴 어디야 할 만큼 오지에 있다. 교통이 불편하고 서울이든 부산이든 간에 먼 거리에 있는 곳이 왕피천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오히려 이런 조건들이 왕피천을 더 가고 싶게 만든 요소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어떤 것들과 멀면 멀수록 자연 그대로가 가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왕피천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동 식물을 서식하는 그야말로 청정무구한 지역이다. 그 이름은 고려시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난 갔던 길이라 하여 왕피천이라고 불려졌다. 직접 걸어보니 왕이 이 험난한 길로 피난 갈 때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아름다운 풍광이 즐비했지만 그 분의 마음은 늘 무거웠을 그 길을 걸어본다.
왕피천 계곡 트레킹은 보통 속사마을 - 용소 - 굴구지마을 (구고분교) 약 10km 내, 소요시간 6시간 정도 계곡 길을 걷는다. 난이도는 용소를 제외하고는 초보자도 걸을만한 길이다. 또한 관계당국에서 계곡을 직접 가로질러 걷는 길 외에 생태탐방로를 따로 만들어 산책코스로도 알맞은 트레킹 코스를 갖추도록 하였다.
원점회귀를 해야 했던 우리는 굴구지마을 - 용소 (약 6km) 는 계곡으로 트레킹하고 돌아올 때는 왕피천 생태탐방로를 이용하여 흙길로 (약 4km) 내려오는 예상 소요시간 4시간의 길을 걷기로 했다. 물에 젖을 것을 미리 대비하여 배낭의 물건들을 방수 팩으로 감싸고 흡한 속건의 소재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신발은 경등산화나 샌들을 신으면 좋다. 중요한 것은 아쿠아슈즈는 꼭 피해야 하는 것인데 왕피천은 물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면 산행 수준의 바위와 돌이 있기 때문에 아쿠아슈즈를 신으면 걷는 게 굉장히 불편하고 위험하다. 간단히 채비하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배낭을 메고 얼마 걷지 않아 빛깔마저 시원해 보이는 계곡이 보인다. 산을 가던 계곡을 가던지 간에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멋들어진 관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왕피천은 들어서자마자 대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깨달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져 있었다. 이 아름다운 곳을 오기 위해 새벽잠을 설쳐대고 2-300km의 긴 거리를 마다 않고 왔다. 왕피천에 들어선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이미 모든 노고를 보상 받은 기분이었다. 초록빛 유리알 같은 계곡물에 두 발을 조심스레 담갔다. 으레 계곡물은 차가울 것이라 생각하고 약간은 긴장된 상태로 물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왕피천 계곡은 신기하게도 차지 않았고 기분 좋을 만큼의 시원함만 선사해주었다. 여러모로 이미 왕피천에 빠져있었다. 강물이 굽이굽이 산 속을 흘러 물이 매우 깨끗하다. 왕피천이 흐르는 줄기에는 차가 다니는 길이 없어 사람의 발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는 왕피천이 계속 청정하게 흐를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굴구지에서 용소로 가는 길은 대체적으로 평탄하고 경사도 역시 완만하다. 중간 중간 도강을 해야 하고 험난한 바윗길이 나오기도 하지만 단체로 간다면 초보도 갈만 한 곳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계곡 물길, 바위 길, 자갈 길 등 길이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한 여름 계곡 트레킹에 최고의 묘미는 구슬땀 흘려가며 부지런히 걸어가다 시원하게 풍덩 빠지고 싶은 충동이 들면 언제든지 그대로 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에 기꺼이 빠져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처럼 물놀이를 했다. 그리고 준비한 타프를 꺼내서 치고 휴식시간을 가졌다. 자연이 만들어 낸 절경을 보고 있자면 감탄의 연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우 감동을 받은 상태라 내가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있을까 이상한 기분까지 들기도 했다.
깨끗한 물과 더불어 빼어난 절경을 함께 두고 걷을 수 있다는 것, 도시의 모든 공해와 스트레스로부터 해방 받고 있다는 것, 왕피천을 걸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혜택이다. 느리게 걷고 사람과 캠핑하기를 좋아하는 캠핑엔트레킹 멤버들과 함께하니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간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쉬고 싶으면 쉬고, 걷고 싶으면 걷고, 수영하고 싶으면 수영하고, 마시고 싶으면 마셨다. 시계 한번 제대로 보지 않고 하늘의 해가 기우는 것에만 신경 써서 걸었다.
점점 올라 갈수록 물이 흐르는 속도가 상당했다. 꽤 신경 써서 걸어야 했지만 이제 곧 용소가 나올 것이라는 신호탄이기도 했기에 조금 흥분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채비를 하고 놀멍 쉬멍 걸은 지 3 시간 후 눈이 시원한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끄럽게 내비친 뽀얀 바위와 기암절벽의 향연 그리고 수심을 할 수 없을 만큼의 푸른빛의 물이 그득 차 있었다. 기암절벽의 골을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과 병풍 같이 펼쳐 진 아름다운 산을 보면 감탄하기에 앞서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 절로 숙연해질 만큼의 웅장함이었다. 사람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었고 사람 손이 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대자연에 흡수 된 듯 우리는 절벽 위로 올라가 다이빙을 하며 자유를 느꼈다.
조금 서둘러 내려와 다행히 완전히 어둠이 깔리기 전에 내려왔다. 세워둔 차로 돌아가 어디서 숙영을 할지 고민을 했다. 원래는 여기 굴구지마을에서 야영 하려고 했으나 상의 끝에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통고산 자연 휴양림으로 가기로 했다. 새벽부터 서둘러 300km를 넘게 달려 울진까지 왔고 계곡 트레킹을 5시간 정도를 하고 젖은 몸으로 통고산 자연휴양림까지 오느라 체력이 말이 아니었다. 각자 텐트를 치고 미니 타프에 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고기 굽는 냄새를 맡으니….휴…이제 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이 반찬인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지글지글 구운 고기를 후후 불어 야무지게 입에 넣는다. 그리고 행복했던 왕피천에서의 추억을 곱씹으며 소주 한 잔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백패킹 하루를 마감했다.
[왕피천 백패킹 관련 정보]
왕피천 : 맑은 물의 대명사.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발원하여 울진군을 지나 동해로 흐르는
길이 60.95km의 강.
왕피천 가는 길
블로그는 네이버만 해서 후기 하나 못 올렸네요.
첫댓글 ㅎㅎ 레종 데트르님 안녕하세요..^^ 멋진 계곡과 활짝웃는 모습이 멋진 후기 잘 봤습니다..
근데 나머진 배꼽 열깨... 사진 한장 입니다... ㅠㅠ
안가보신 횐님들께 좋은글이 될듯 한데요..^^
아 감사합니다. 다시 올려야겠네요ㅎㅎ
네이버와 호환이 안되는군요. 수정했습니다.
항상 멋진야영지 소개해주셔서 감사해효
여기서 뵈니깐 더 방갑네요
네 반갑습니다^^
네이버하다보니 다음으로 오는게 쉽지가 않네요^^
왕피천 정말 좋은곳이네요, 기회되면 꼭! 가보겠습니다^^
네 정말 좋습니다. 꼭 한번 가보세요.
사진보다 훨씬 백배 더 좋아요.
저희가 타프 친 저기가 사실 숙영지로 딱인데요....
전 취재차 간거라 합법적으로 숙영 가능한 곳(통고산자연휴양림)에서 쳤어요.
통고산도 가보니 엄청 좋더라구요. 계곡도 옆에 흐르고 여름 숙영지는 참 좋습니다.
여기도 자주 오세요!^.^
네 한번씩 왔어요. 실타프 공구 언제하나........ 보러 왔죠^^;
자주 놀러올께요^^
존 정보 감사합니다 ...
와! 넘 멋져요~
여기도 계시는군요 ㅋ
아 왠지 벌거벗겨진 느낌인데요...ㅎ
왕피천,,,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드는군요. 후기 잘 봤습니다.
레종님~!! 반가워요~^^
캠트식구들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 여기서 보니 또 가고싶네요~~^^
네 반가워요. 캠핑엔트레킹 식구들 잘 지내시죠?
참 분위기 좋고 사이도 좋고
정말 재밌게 놀다와서 요즘도 이걸로 맘속으로 추억팔이하고 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