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설레는 문집을 받았다.
방통고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쓴 글을 모아 문집을 냈다.
귀한 글,
값진 글이란 생각을 한다.
가난한 시절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
하나하나 찬찬히 읽어보고
우리 학교 아이들하고 나눠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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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행 선생님 글
문집을 엮고 나서
문집 엮는다고 밤새워 글을 치다보니, 우리가 함께 공부한 시간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3월 입학식 하고 첫 시간 만났을 때였지요. 지난해 선배 학우들이 썼던 글을 읽어 드리면서, 제가 조심스럽게 우리도 글을 써보자고 말을 꺼냈지요. 그 때만 해도 정말 우리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믿기지 않는 표정이셨습니다. 제가 지난해 문집 '쑥밥'을 보여 드리면서 올해도 글을 써서 문집을 엮어 보자고 그랬지요. 그때 모두 "예"하고 큰소리로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 약속을 지켜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부지런히 일을 삼고 글을 써 주셨기에 이렇게 새 문집이 태어났습니다.
살아오신 이야기도 쓰셨고, 식구 이야기도 쓰셨고, 이웃 사람 이야기도 쓰셨고, 시도 쓰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아픔 이야기, 직장생활 했던 이야기까지 쓰셨지요. 옆에 친구들은 하얀 칼라 교목입고 학교 다닐 때 방직공장, 고무공장 다니셨던 이야기,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도 솔직하게 풀어 놓으셨지요. 그런 글을 읽을 때면 제가 겪은 일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돌아보니, 쓴 글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참 행복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내가 쓴 글이거나, 바로 옆자리 학우가 쓴 글이라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실하게 와 닿았지요. 구필순 학우가 쓴 '이사 가던 날'을 읽으면서 울었던 일도 생각납니다.
오늘이 이사하는 알
24년 만에 이사를 간다
자그마한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묵은 짐은 절반을 버리고 간다
사랑하는 사람도 하늘나라에 보내고
이사를 간다
아름답던 추억도 몽땅 버리고
이사를 간다
시를 읽으면, 이십사 년 정 붙이고 살던 집을 떠나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한 평생 같이 산 남편 먼저 보내고, 집 안 구석구석, 마당에 돌멩이 하나, 꽃나무 하나까지 함께 했던 추억이 묻었을텐데, 두고 떠나는 마음이 어떠 했을까요. 그 아픈 마음을 같이 느끼면서 어루만져 주셨지요. 마치 내 일처럼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또 김영숙 학우가 쓰신 글, 막내 동생 업어 키운 이야기 들으면서 함께 배꼽 잡으면서 웃었던 일도 생각납니다. 동생 애숙이를 4년이나 업어 키워 났는데 엄마는 또 열두 살 터울 남동생 장수를 턱 낳았습니다. 참 기가 찰 노릇입니다. 어느 날 아침 학교 가려고 일어나 보니 옆에는 동생 애숙이와 이제 막 태어난 막내 장수가 누어 있었다지요. 5학년인데 학교도 못 가고, 장수는 업고 애숙이는 걸리고, 엄마가 장사하시는 교통부시장까지 젖먹이러 다녔다니요. 하루는 젖먹이고 오다가 보니 업고 있던 동생이 온데 간데 업었지요. 동생을 업었던 다우다 이불이 무겁고 미끄러워 동생이 쏠랑 훌렀던 줄도 몰랐던 거지요.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겠어요. 남의 속도 모르고 우리는 그 장면에서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지요. 다행히 동생을 찾았지만 학교 못 가고 동생 업어 키웠던 김영숙 학우님 이야기가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요.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이 글이 정말 우리가 쓴 게 맞을까 싶을 만큼 자기가 쓴 글에 깜짝 놀라셨지요. 글이란 게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써 보니 말하듯이 그렇게 쓰니까 되더라 하셨지요. 글재주를 부린 글보다 솔직하게 쓴 글이 더 감동을 준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저는 이 문집에 실린 글들이 어디 내놓아도 조금도 부끄럽지 않는 아주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재주를 부린 이름난 글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 한 편이 가슴을 울리지 않는 글이 없습니다. 어디 한 구석도 꾸며서쓰거나 거짓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글쓰기를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문집에 글이 없는 분도 여러 사람됩니다. 어느 분이 그러셨지요. "쓰기 전에는 창피해서 도저히 못 쓸 것 같았는데, 쓰고 나니 후련합니다. 쓰기를 참 잘 했다 싶습니다." 이 문집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언제라도, '아! 내 동무들도 이렇게 썼는데 나도 어디 한 번 써보자.' 하는 용기를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2009.2.25. 구자행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