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이 인용해서 유명해진 구절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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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면서 바로 이어 조선시대의 한 문인의 글 중에 일부를 인용?(해석?)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글의 출처는 조선시대에 안목이 높았던 미학자 겸 서화 수집가인 석농 김광국이 명화첩 <석농화원>을 만들며서 유한준에게 부탁하여 받은 아래 발문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니 유한준의 글이다. 유홍준 덕분에 내가 유한준을 언급하다니ㅎ)
"그림에는 그것을 아는 자, 사랑하는 자, 보는 자, 모으는 자가 있다.
한갓 쌓아두는 것이라면 잘 본다고 할 수 없고, 본다고 해도 칠해진 것밖에 분별하지 못하면 아직 사랑한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랑한다고 해도 오직 채색과 형태만을 추구한다면 아직 안다고 할 수 없다.
안다는 것은 화법은 물론이고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오묘한 이치와 정신까지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그림의 묘미는 잘 안다는 데 있으며 알 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결론적으로 석농은 그림을 단지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목이 대단히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ㅎ
같은 것을 보지만 어떤 사람은 유명하다니까 그냥 보고, 느껴지는 사람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자율신경계가 작동(교감신경이 흥분)된다는 것이리라.
아래 구절도 비슷한 맥락으로 같은 山과 江이지만 깨닫고 보면 전과 다르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거창한 불교적 깨달음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도 살다보면 일상에서 가끔 체험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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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성철스님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첫 메시지인....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것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알겠느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에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山山水水)" 라는 구절은 송나라 야보(冶父) 도천(道川) 선사의 화두를 인용?(응용?)한 것이다. (성철 스님 아니었으면 내가 어찌 야보 도천이란 선사를 알겠는감?ㅎ)
금강경 오가해(金剛經 五家解)에 나오는 야보 도천 선사의 詩....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부처가 어디에 따로 있겠는가"
(山是山 水是水 佛在何處)
뭐랄까?
넓게 해석하면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을 예수처럼 대하라' 는 구절과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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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보 도천의 선시 중에 제가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대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아무 흔적이 없네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부동
月穿潭底水無痕 월천담저수무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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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래 글씨는 자주 봐서 익숙하긴 하지만 나의 안목이 부족해서 왜 명필인지 아직 감흥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