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나는 당신이 가장 고상하고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믿어주세요.” 『백치』소설 속에서 미쉬킨 공작에게 예브게니라는 사람이 말한다. 이렇게 고상하고 선량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또한 백치라고 말한다. 이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앉을 때와 서 있을 때, 말할 때와 멈춰야 할 때, 현실적 상황을 빠르게 알아채는 사람이 아니면 백치라고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미쉬킨이라는 등장인물은 작가 도스토옙시키처럼 간질을 가끔 일으키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매우 건전하고 도덕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보고 백치라고 한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불우한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도와주는 사람이다. 미쉬킨 공작을 만나는 사람들은 그의 영혼이 맑고 순수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의 순수한 영혼에 감동하기도 하는데 그를 백치라고 한다. 시대 흐름에 영악하게 머리 굴리는 사람은 뭐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자신을 비교해 보았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나도 소설 속의 인물처럼 백치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어딘가 모자람이 있는 사람 실수를 자진해서 하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다.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의 실수를 하는 사람이 훨씬 인간다워 정감이 간다. “저는 사회생활에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없는 게 더 나아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 얘요. 저는 적절한 태도도 취할 줄도 모르고, 감정을 절제할 줄도 몰라요…. 제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이 소설에서 미쉬긴이라는 공작이 이런 말을 한다. 이 대목에서 나도 그런 경험이 많다는 것을 기억했다.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매너이며 세련미라 할 수 있다. 요령껏 행동하고 적당히 말하고 적당히 침묵하며 경청하는 세련미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만나기도 한다. “말 없으면 바보도 지혜롭게 보인다는 말도 있다.” 말과 행동으로 얼마나 실수를 하는지, 참고 기다리지 못해 빠르게 말하고 빠르게 행동하여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하지 않는가! 참으로 순진하고 어리석다. 얼마나 실수를 해야만이 세련미를 갖추게 되려는지.
나에게 이런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일도 참고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다. 늘 부지런히 행동하기 때문에 일이 있으면 가만히 보고 있지를 못한다. 약속 장소에 갔더니 한 시간이나 일찍 오는 바람에 가만히 앉아 있기가 민망하여 무언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생각에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여성들 앞으로 친근하게 갔다. 이 나이가 되다 보니 쑥스러운 것도 없다.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가만히 있자니 어색하네요.”라고 말하니 진행자가 반갑게 말한다. “그럼요. 도와주면 좋지요.” 그렇게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물어보고 마치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처럼 척척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를 일으켰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가슴을 쳤다. 그들은 나를 기억할 것이다. 가장 비싼 것으로 보이는 음식인데 담아놓은 접시를 몽땅 엎어버리는 실수를 할 뻔했다. 다행히 한 접시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뿔싸! 젓가락으로 다섯 번 집어 먹을 수 있는 양이었지만 나는 여성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나의 이미지가 오늘 일이 기억될 것이다.
박스를 뜯고 남은 테이프가 너덜거려 그걸 잡아떼려다가 그만 박스가 움직이면서 그 위에 얹어놓은 접시들이 떨어질뻔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른 일행이 그 옆에 있어서 떨어지는 것을 받아냈던 것이었다. 괜찮다고 일행들이 말했지만 나는 매우 난처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하련마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를 읽다 보니 나야말로 백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숲에 나무를 보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미쉬킨 공작은 말한다. 그는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고 놀림을 겪는 사람에게도 연민을 가지고 그를 대변하여 사람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아이들도 조롱하고 돌을 던지는 행동을 하는데 미쉬킨 공작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그런 착한 사람인데 눈치가 없다는 이유로 백치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야말로 눈치 없는 백치이다. 그들은 나를 확실하게 기억할 것이다. 공연히 일찍 가서 실수하고 말았다. 참견해야 할 때와 침묵할 때를 기다리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실수를 했나 보다
첫댓글요령 부릴 줄 모르고, 사람이 착하기만 하면 백치 소리를 듣지요. 그러나 옛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손해 보는 거 같아도 착하고 선하게 살아갑시다. 마음만이라도~~♡♡♡ 잘 읽었습니다. 글구 다른 샘들도 읽어보시기 쉽게 꺼내 놓고 꽃까지 붙여 놓았습니다. ㅎㅎㅎ
첫댓글 요령 부릴 줄 모르고, 사람이 착하기만 하면 백치 소리를 듣지요. 그러나 옛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선한 끝은 있어도 악한 끝은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손해 보는 거 같아도 착하고 선하게 살아갑시다. 마음만이라도~~♡♡♡
잘 읽었습니다. 글구 다른 샘들도 읽어보시기 쉽게 꺼내 놓고 꽃까지 붙여 놓았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