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크래시가 종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크래시는 특정 일선 경찰서의 교통범죄관련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 즉 교통범죄수사팀이 벌이는 수사입니다. 예전 주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였던 경찰 강력반이 아닌 교통관련 부서가 핵심이라는 것이 독특합니다. 사실 요즘은 교통과 관련이 되지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고 차량을 떠나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도로위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와 상황들은 바로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로의 범죄자들이 벌이는 각종 악행들을 파고 들면 대형 사건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소한 접촉사고나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들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형 범죄와 연관되어 있을 개연성도 상당합니다. 드라마 크래시는 바로 그런 상황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검은 유착과 거대한 음모가 사소한 사고로 위장되고 그런 사고를 수사하던 수사관은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의 핵심에서 멀리 떠나버리고 간혹은 수사 책임을 물어 황당한 징계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 크래시 드라마에서 나오듯이 말이죠.
문제는 가해자 다시말해 피의자가 수사를 지휘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점입니다. 가해자가 수사를 진행하면 당연히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고 애쓰겠죠. 그러면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영문도 모른채 피의자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해자가 수사를 한다면 말이죠. 가해자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합세를 하면 가해자가 벌이는 수사극은 막장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여기에 핵심포인트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이 교통사고나 도로위의 상황으로 국한되겠습니까. 이 세상에는 수사를 받고 죗가를 치루어야 할 가해자가 수사를 지휘하고 가해자가 자신은 아무 잘못이나 그런 사건자체에 연루된 것이 없는 듯이 행동하고 활동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드라마의 제작진들은 그런 부조리를 고발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아무리 증거자료를 가지고 체포하고 영장을 신청해도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그런 상황을 두고 그러면 그럴수록 계속해서 수사해 잡아야 한다...끝까지 추적해 잡고 또 잡아야 한다는 대사 말입니다. 가해자가 수사를 지휘하면 더욱 더 그래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이 세상에 던지는 화두이자 경고의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인 크래시는 crash 즉 충돌하다, 추락하다, 붕괴하다, 폭락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드라마속에는 이런 충돌 추락 붕괴 폭락의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듯합니다. 수사관들이 거대 범인들에게 충돌한다, 그래서 그 빌런들을 추락시키고 붕괴시킨다, 그 빌런들은 폭락하고 패망한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드라마속처럼 그렇게 세상은 시원시원하게 풀려가지는 않습니다. 빌런들은 교묘하게 자신들의 범죄사실을 숨기고 선한 인간처럼 행동합니다. 비록 조그만 단서를 노출시켜도 또 다른 수법으로 무마하고 없는 것을 만드는데 그야말로 달인들입니다. 그런 빌런들을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추적하고 체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런 사회를 희구하는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려는 그런 드라마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회에는 지금도 거대 악의 축들이 교묘한 방식으로 그들이 마치 수사관이자 정의의 사도인양 행동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4년 6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