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전화도 함부로 받지 않습니다. 문자가 와도 섣불리 열어보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확실하게 판명된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덮어두고 넘어갑니다. 얼떨결에 한 번 눌렀다가 어떻게 당할지 몰라 두려워집니다. 때로는 이 전화가 왜 자꾸 오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그러다가 눌러 통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겁이 나서 아예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생각하면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슬퍼집니다. 많이 편해지기는 했는데 그만큼 불안요소가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차라리 불편해도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낫지 아니한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 세상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전에는 중고품을 사려고 해도 직접 상점에 찾아갔습니다. 좋은 점은 금방 점검을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작동은 제대로 되는지, 어디 흠은 없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로서의 눈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용이 가능한 것인지 현장에서 볼 수는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직접 운반을 하든지 아니면 차량을 불러 운반해야 합니다. 작고 가벼운 물건이 아니라면 그렇게 해야 되겠지요.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그 모든 것을 집에 앉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판매자는 자기 사용하던 물건에 대하여 가능한 자세한 정보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합당하다 싶은 가격을 알립니다. 구매자는 설명과 사진을 보며 확인하고 가격의 합리성을 따져봅니다.
중고품 거래량이 굉장히 늘어났답니다. 하기야 그만큼 모든 소통수단이 발달되었고 서로가 편하기도 합니다. 일일이 물건을 내놨다 들여놨다 할 필요가 없고 말 그대로 말만 하면 집 앞에서 집 앞으로 옮겨집니다. 이런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더 편리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한 생활을 원하고, 뿐만 아니라 시간도 절약이 되고, 어쩌면 중간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개인 대 개인으로 연결하여 팔고 사는 일입니다. 여기 중요한 점이 상호 신뢰입니다. 서로 믿어야 돈이 오고가고 물건이 옮겨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뢰사회 속에서 그것을 빌미로 악을 행하는 자들이 가끔 나옵니다. 애꿎은 피해자가 생깁니다. 물건을 속인다든지, 돈만 받고는 잠적해버린다든지 합니다. 구매자는 닭 쫓던 개 지붕 바라보듯 당합니다. 물론 경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요청하지만 개인 사정만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부지하세월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내기로 작정합니다. 이런 놈은 혼나봐야 해. 맘을 먹고 뒤지고 기다립니다. 분명 한번으로 끝낼 놈이 아니라는 거죠. 비슷하게 거래 요구가 인터넷에 뜹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내서 쫓아다니며 사기꾼임을 알립니다. 장사(?)가 될 리 없습니다. 그 놈이 가만있을까요? 이미 악한 마음을 먹은 좋지 못한 놈입니다.
단순히 온라인상의 전투가 아닙니다. 인터넷과 통신의 귀재임을 몰랐던 탓이겠지요. 개인의 신상을 다 들추어냅니다. 그리고 개인의 생활을 따라다니며 망가뜨립니다. 이미 주소와 연락처는 알려졌으니 그곳으로 시키지도 않은 배달이 줄기차게 날아듭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자신의 움직임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이 모든 사정을 들고 경찰을 다그칩니다. 이래도 안 도와줄 겁니까? 어쩔 수 없이 함께 상대방을 찾아 나섭니다. 상대방의 거처를 알아내서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사람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사건이 그냥 사기사건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건이 좀 더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동료가 희생되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그냥 좀도둑의 사기행위로 여겼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괜히 벌집을 건드렸구나 싶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는 물러설 길도 없습니다. 맞닥뜨려 싸워야 합니다. 생활은 이미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당하며 버티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직장에서 치근덕거리는 상사가 사기 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한 근거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상사마저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한 번 그 몹쓸 놈과 직접 부딪칩니다. 그리고 인질이 됩니다. 경찰이 발견하여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결국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잘 도와주던 경찰이 사망하게 됩니다. 속된 말로 이런 놈은 결코 살려둬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참으로 질기지요.
세상이 발전하여 그만한 기술과 지식이 있으면 맘껏 쉽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그것을 이용하여 악행을 저지르고 남을 해하는 범죄도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사회가 안정되게 유지되려면 상호간의 신뢰가 깔려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악용하려는 못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 들고 일어나 전쟁을 벌일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예방하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유지해야 합니다. 악은 결코 선을 이길 수 없다는 자연법칙을 믿고 말입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롬 12 : 21) 영화 ‘타겟’(Don't Buy the Seller)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