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예정된 24일 국회를 점령해 달라"
초겨울 추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저지하기 위한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19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광장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가 열렸다.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해 "한미FTA를 폐기하라"고 외쳤다. 이에 앞서 오후 5시에는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의 거리강연이 진행됐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회의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에 유성호 기자님)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회의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에 유성호 기자님)
이날 대회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연단에 올라 자유발언에 나섰다. 11년째 에이즈 투병중인 윤가브리엘씨는 "1, 2차 에이즈 치료제에 내성이 생겼지만 월 4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3차 치료제를 살 돈이 없어 한때 죽을 위기에 처했다, 약이 있는데도 분하고 억울했다"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았다.
윤씨는 이어 "이후 해외 단체의 지원으로 약을 구했지만, 이미 온 몸에 바이러스가 퍼져 시각장애인이 됐다"며 "한미FTA가 되면 의약품 특허 연계에 따라 복제약 만들기가 어려워 약값은 더 오를 것이다, 돈이 없어 죽음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 김지윤씨는 윤씨 사정을 거론하며 "한미FTA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살인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한미FTA 국회 비준안을 처리해야 하는 게 아니라, 한나라당을 처리해야 한다"며 "99%의 역습이 시작됐다, 끈질긴 투쟁과 폭넓은 연대를 통해 한미FTA를 폐기시키자"고 강조했다.
"떨고 있는 소수 국회의원에게 주권자들이 힘을 달라"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회의 한미FTA 비준안 강행처리 중단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에 유성호 기자님)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에 참석한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들이 고양이 가면을 쓰고 '장난
하나'의 노래에 맞춰 한미 FTA 반대하는 율동을 따라하고 있다.(사진에 유성호 기자님)
이날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야 5당 정치인들은 한미FTA 국회 비준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이 을사늑약 106주년이었다"며 "당시 이완용 등이 다수결로 밀어붙였지만 100년 지난 지금 그들은 매국노라 불린다, 한나라당도 한미FTA 국회 비준을 밀어붙인다면 매국노라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24일 주권자들이 2.4km인 국회 외벽을 둘러싸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떨고 있는 소수 국회의원들에게 주권자들이 와서 힘을 달라, 국회를 점령해 달라"고 외쳤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2004년 한나라당은 국정 수행 지지도가 30%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80%가 탄핵은 잘못됐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며 "국민이 큰 반대를 할 때는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고 말했다.
이날 촛불대회는 부산 서면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오는 22일에는 미국 각지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가 열린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주요도시의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서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23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한미FTA 반대 국제공동행동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진행자들도 참석한다.
* 참조 :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