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네 아이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차림새였다.
가위로 서툴게 잘라버린 앞머리가 삐뚤빼뚤한 여자아이들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그 머리카락 사이로 허옇게 자리 잡은 서캐가 보이기도 했다.
남자아이들은 사정이 더 심했다. 이발기로 박박 밀어버린 까까머리 위에는 허옇게 버짐이 번졌고, 마치 서로의 머리를 보고 누구의 버짐이 더 넓은지 가늠이라도 하는 듯했다.
옷은 단벌뿐이었다. 그나마도 팔꿈치나 무릎이 닳아 구멍이 난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은 흘러내리는 코를 손등으로 훔쳐 소매에 문질렀고, 그 흔적은 반질반질하게 굳어 옷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 차림으로 학교에 가면 도시락을 꺼내 드는 순간이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노란 벤또(도시락)에 담긴 까만 보리밥은 여전히 귀한 것이었고, 고구마 한 덩이로 점심을 대신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보리밥에 계란 부침개 한 장 곁들여진 날이면 마치 진수성찬이라도 받은 듯 행복했다.
겨울은 더욱 혹독했다.
신발이라곤 검정 고무신이 전부였는데, 낡아 찢어진 구멍 사이로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양말은 엄지발가락이 훤히 드러나 있어 발을 보호해 주지 못했고, 찬바람이 스며들 때마다 아이들은 양지바른 곳을 찾아 종종걸음을 쳤다.
장갑은 사치였다. 손이 얼어붙어 갈라진 상처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저 옷소매로 훔치고 말 뿐이었다.
2.
전화기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뭔 사진?
아내는 영문을 몰라한다.
실내에서 걸을 때 찍은 사진이다.
거의 매일 마주치는 영감님의 뒷모습인데
앞에서 걷는 영감님의 바짓가랑이가 특이해서 꼼꼼히 살폈더니 바짓가랑이 부분에 색갈이 다른 비닐 조각이 불어있다.
예상하기에, 바지에 구멍이 뚫려 메꾸는 바느질보다는 손쉽게 비닐 조각을 강력 접착제로 덧붙인 게 아닐까 한다.
저 영감님,
혼자 사는 분으로 보인다.
이곳 실내 트랙장을 걷는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 부부가 함께 걷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데 저 영감님은 언제나 홀로 걷는다.
'하이고 궁상시러버라, 우찌 저런 꼴을 하고 다닐까.
그리고 왜 남의 사진을 찍어서 댕긴답니까? 그러다 큰일 납니다' 아내는 그랬다.
3.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 과잉 생산으로 심각한 환경 피해를 초래한다고 한다.
팔리지 않거나 버려진 양의 의류가 수거되어 기부되지만 대부분이 매립지로 가거나 소각되기 때문인데
전 세계 의류 생산량 - 약 1,000 ~ 1,500억 벌 /年
전 세계 매립 의류량 - 악 9,200만 톤/年으로 청바지로 계산하면 약 1,150억 벌이 매립된다,
2024년 평균 미국인은 의류 및 신발에 약 1,460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며
미국인들은 매년 약 53개의 새로운 의류 품목을 구매
유럽인들은 연간 약 490유로(약 550달러)를 의류에 지출한다.
면 셔츠 한 벌을 생산하려면 약 700갤런의 물이 필요,
청바지 한 벌은 최대 2,000갤런을 소비하며
또한 염료와 화학 물질의 사용으로 인한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과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4.
'뭔 소리여,
영감님의 감성과 개성이 넘치고 페셔너블해서 보기에 좋기만 하던데' 라고
대꾸했던 나의 대답이 잘못된 것인가? ~~~
미국인들은 매년 약 53개의 새로운 의류 품목을 구매 한다니
그 많은 옷을 대부분 한 두어번 입고서는 그냥 버린다는 말인데,
본드로 구멍을 때운 바지를 입고 있는 이 영감님 멋쟁이다.
얼마 전, 나 또한 구멍 뚫린 바지를 입고 다녔으니 나 역시 멋쟁이이고 ~~
첫댓글 우리 어릴때?
옷은 단벌 뿐이었다
옷은 다 해져야지 새 옷을 사주었다
신도 한개 뿐이었다
신도 비올때 물이 새야지 새신을 사주었다
남자는 빢빢 머리 여자는 단발 머리 이었다
양말은 빵꾸나면 기워서 신었다
그런데? 요새는 옷과 신발이 차고 넘친다
아이들에게 우리 어릴때 ? 타령 하다가는 꼰대 취급 받는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절약하면서 삽시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그럼요, 아직도 우리는 절약이 미덕인 세대입니다.
과한 소비, 너무 흥청거리는 양태는 수긍하기 쉽지 않지요.
궁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마도,
단풍님께서 독자들에게 던진 ?이네요.
없어서 가난한 시대는
궁상이라고는 할 수가 없네요.
요즘 아이들이 보면, 기가 막힌 궁상이라 하겠습니다.
물질 풍부한 사회는
개성 존중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그 개성 존중이 다변화의 세상을 만들고
요즘 우리 사회는 정답이 없다고 합니다.
어떤 사회로 변할 것 인가는
지금 저로써는 미지수가 되겠습니다.
단풍님의 뜻있는 글에 머물며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언제나 제 글을 정확하게 보시니 고맙습니다.
요즈음 넘쳐나는 물질과 과한 소비를 보면 안따깝지요,
이런 제가 궁상스러운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풍들것네
어느 누구도, 단풍님을 궁상스러운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아요. 걱정 푸욱 내려 놓으셔요.^^
'정답이 없다'고 하는 말은,
화자가 자신의 말에 신념이 없을 때...ㅎㅎㅎ
ㅎ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의류 재활용 합시다.
저도 대부분 동생. 지인이 입던 옷 재활용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백화점 옷 가격표 보고 놀랐어요.
요즘 옷값 정말 비싸더군요.ㅠ
존경스러운 분~~ 입니다. 진짜로~ 저도 옷 가격 보고는 놀라 자빠집니다
' 옷이 날개다' 란 말은 소비를 부추기는 말이 되었네요
저도 그닥 옷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
거의 단 벌은 아니고 몇 벌로 삽니다
꽃은 피었으나,
바라볼 여유조차 없는 봄입니다
단풍님께서 올려주신 글에서 어디 숨어있던 산소가
조금씩 쉬지않고 품어져 나와
머리가 맑아지고 있습니다!
감사드리고요!
글의 서두가 낯설지는 않았나요?,
조금 과장했지만 당시의 일반적인 모습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한결 나아 보인다는 사실은 맞는 말입니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티슈처럼 일부 사람들의 과다한 옷 소비 형태는 문제가 있지요.
좋은 계절을 맞았으니
숨막힘도 조만간 사그라 들기를 기대하며 지내도록 해요 ~
@단풍들것네 당근, 전혀 아니죠
저희도 같은 시절을 살았거든요
국민학교 시절 도시락을 펴보면 거의가 꽁보리밥에
김치였었죠
그런데 3반중에 우리반이 남녀합반이었죠
울반에서 제일 똑소리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소아마비 여자아이였고 유일하게 쌀이 훨 많이 든 쌀보리밥에
멸치나 계란반찬으로 친구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아이였었죠 ㅎㅎ
지나고보니,
그때가 훨 더 좋은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야말로 물질의 빈곤이었지만,
인간이 소유한 따뜻한 마음이 함께했던 시절!!
궁상떨고 싶지는 않은데
절약이 몸에 베인 탓인지
딸들 눈에는 궁상으로 보일 수 있겠다
싶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저도 단풍 님과 같은 세대라
글이 넘 마음에 와닿네요.
비싼 옷은 아니라도 남보기에
궁상 맞게 보이지 않게 입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남편 옷은 좀 괜찮은 걸로
사줍니다.
남편 차림새가 제 얼굴이라
생각하기 때문에요.ㅎ
그럼요 남에게 초라하게 보여서는 안되지요. 부군께 잘 하시는겁니다.
한 세대가 채 지나기 전인데도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세상,, 자식들이 보기에는 우리 세대 대부분이 답답하기도 하겠지요
이베리아님,
제 눈에 꼭 맞는 말씀입니다.
절약이 생활이지요.
남편에게는 좀 그럴싸하게~^^
하고 싶은 것이 아내들의 맘이지요.
이베리아님 댓글이 빛을 냅니다.
물 한 방울이라도 아껴쓰시던 어른들을 보며 살아서인지, 군대에서 워낙 절약 교육을 받아서인지 저도 몸에 베인 습관들 때문에 간혹 아이들에게서 이해 못하겠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ㅎ
다행히 하는 일이 옷이 많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그저 제 편한대로 가벼운 행장을 꾸려 오고갑니다.
대부분 생각과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을겁니다.
트럭 운전에는 편안한 복장이 제일이겠지요, 겨울이면 당연히 따뜻해야 할테구요.
저는 65세 이후부터는 일년에 한번씩, 안과 검진에 더해서 안과스페셜닥터에게 정밀 검진을 받습니다.
눈이 쉬 피로해지는 원인은 다양한데, 그중에 눈 혹사 시키는 일을 절대 하지 말라는지적을 며칠전에 받았어요.
장시간의 티브시청이나 컴퓨터 모니터 보는 일도 포함되지요. 선글라스 항상 착용하고 등등~
이제 카페 들리는 일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려서 ,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적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형님이 입던 까만
잠바,
낡았지만 따뜻하기에,
또
소매가 달아서 빵구났지만
내게는 용돈, 번돈을 숨겨 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에
입고 다녔습니다.
그린피스의 보고서를
보니 놀랍기만 합니다.
너무 많은 의류를
생산하고, 매립하니
과잉생산,과소비가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인 것 같습니다.
어제 친구집에서
가져온
가정용 카페트 2개와
누비 요 2개를 의류 고물상에 처분하였습니다.
20킬로 6천원.
연료소비는 1리터 정도.
집에 깔을 수도 없고,
남에게 주어도
가져가질 않고....
너무 과잉생산,
과소비의 늪에
살고 있는 것 같아
개탄스럽습니다.
그린피스 보고서를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이런 지경인데도 지구가 폭발하지 않는다는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정도이더군요.
과잉생산 과소비, 언제까지 가능할지 ~ 지구가 보내는 경고를 받아 들여야 할 텐데요.
1963년도 쯤 되겠네요. 자세히 보면 손이 안보여요.
큰형이 그러는데 몇년 입어야 하니까..
살던 초가집은 1972년 큰형님 DP&E점 할 때 고향 방문하여 찍은 듯..
ㅎ 정겨운 사진이네요.
형, 누나 옷 물려입고 전부 그랬지요.
아래 사진이 1972년 이면, 새마을 운동으로 마을의 초가집들 한참 허물때 그 언저리 시기인가 봅니다.
@단풍들것네 초가집 뒤에 있는 저 소나무에 원숭이처럼 올라가면서 놀던 기억이 납니다
매일같이 집집마다 버려진 헌옷이 상상초월로 많습니다. 재밌는 것은 버려진 옷을 수거해 가는 사람이 주머니를 일일이 뒤집니다. 주머니 뒤질때마다 몇만원이 나온답니다.
그많은 옷들이 동남아로 아프리카로 재활용으로 수출됩니다. 아끼고 또 아끼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 낭비하는 시절입니다.
맞습니다. 헌옷들이 저개발국으로 보내진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제는 그곳의 의류산업을 피폐화 시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감당하기 어려운 너무 많은 양이라 소각이나 매립도 못해서 곳곳에 쌓여만 가는, 극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어떤 때는 버리려고 헌옷함에 넣으려 하면 가득 찬 경우도 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