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 후 이들 가족이 화합하여 재결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제삼자의 바람이고 본인들의 마음은 전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노래 한 번 결성하여 불렀다고 그 긴 시간의 상처가 쉽게 아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다행스럽게 재결합이 되었다 해도 그 이후의 삶이 과연 순탄하게 진행되지도 자신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습니다. 그 가족이 하기 나름이지요. 그런데 이미 큰 고통을 경험하였으니 깨질 가능성은 언제라도 있습니다. 사람 마음이 긍정보다는 부정 쪽으로 쉽게 기울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이겨나가느냐 숙제입니다.
철없는 어린 엄마와 철없이 반항만 하는 어린 아들, ‘플로라’와 ‘맥스’의 이야기입니다. 17세에 낳은 아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낳아 기르는 일만 해도 대단하기는 합니다. 어쩌면 새 생명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새 생명을 얻으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앞섰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너무 안이한 생각이었습니다. 처음 경험한 일이니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주변에 조언해줄 만한 인생 선배가 없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만한 사람을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플로라도 제멋대로 사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어린 나이에 아들을 키웠다는 것만도 대단한 일입니다. 칭찬 받을 만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런 환경, 그런 엄마 밑에서 길러졌으니 맥스가 제대로 성장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티격태격 엄마를 힘들게 해도 아주 막 가지는 않습니다. 귀가 시간을 지켜주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엄마를 ‘창녀’라고 부르면서도 엄마가 그래도 필요합니다. 때로 아빠를 만나고 도움도 받기는 하지만 엄마처럼 함께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뒤치다꺼리는 엄마가 봐줍니다. 이래저래 말썽을 피워 경찰도 잘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어쩔 수 없이 소년원까지 입소해야 했습니다. 엄마의 간절함이 통해서 그 기간이 반으로 줄기도 합니다. 아무리 막말을 퍼부으며 다투어도 엄마와 아들의 관계는 지울 수 없습니다.
어느 날 플로라가 길을 가다 쓰레기차에 버려진 기타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들이 음악에 미쳐있는 것을 알기에 아들 생각을 해서 그 기타를 가져갑니다. 비록 생일을 잊고 하루 지났지만 생일 선물로 괜찮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맥스는 훔쳐왔느냐고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하기야 맥스는 기타보다는 전자키보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컴퓨터를 통해서 다루며 작곡까지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컴퓨터를 훔치려다 잡혀서 소년원 신세까지 진 것입니다. 나중에 엄마는 그 사실을 알기에 자기 돈 다 털어 컴퓨터를 사줍니다. 물론 함께 작업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맥스가 거들떠보지도 않은 기타를 플로라가 자신이 배워보려 합니다.
기타를 치며 노래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는 남편 ‘제프’가 기가 차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플로라는 인터넷 강좌를 찾아 개인교수를 받으며 독학합니다. 다행히 소질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만한 간절함과 노력, 정성이 통했는지 발전합니다. 아들이 작곡에도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더구나 음악이 매개가 되어 다투기만 하던 두 모자가 대화를 합니다. 공통의 주제가 생기니 말이 통하는 겁니다. 자연히 관계도 좋아집니다. 함께 음악을 듣고 아들의 작품을 엄마가 쳐보기도 합니다. 그늘졌던 아들의 표정도 살아납니다. 음악이 그러하고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삶이 변하고 사람의 몸에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한결 밝아집니다.
인터넷 강의로 가르쳐주는 개인교수하고도 삶을 이야기합니다. 가까워지면 사적인 대화도 생기게 되지요. 지나간 시간 속에 당했던 아픔이나 아쉬움 억울함 분노 등을 나누게 됩니다. 자연히 가까워집니다. 여태 잊고 있던, 아니면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새롭게 피어오릅니다. 사실 본능이기도 합니다. 그만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고달프고 때로는 분노로 가득해서 애틋한 감정을 일으킬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의 향기를 잃을 수도 있지요.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됩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가능하면 따뜻한 감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 몸에도 맘에도 유익합니다.
사실 두 사람의 만남은 어렵습니다.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합니다.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끝과 미국, 그럼에도 인터넷으로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니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튼 플로라는 이제 조그만 경연대회에도 참여하고픈 옥심이 생깁니다. 아들이 작곡한 노래를 아들과 더불어 전 남편과 개인교수까지 합세하여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서 여는 경연대회에 참여합니다. 참으로 멋진 음악이고 노래입니다. 바로 플로라의 삶을 그대로 표현하는 내용입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소망과 의지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여태 좀 지루했던 이야기지만 감동으로 끝납니다. 영화 ‘플로라 앤 썬’(Flora and Son)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