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23·애리조나)이 올시즌 신무기로 장착한 서클체인지업 외에 제5의 ‘마구’를 개발한 것일까. 최근 김병현이 연습 투구 도중 너클볼을 던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병현은 최근 스프링캠프 홈구장인 투산 일렉트릭파크에서 너클볼을 던졌다.경기 전 캐치볼로 가볍게 몸을 푸는 도중 너클볼을 던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확연하게 잡혔다(사진). 검지와 중지를 구부려 손톱으로 공을 파듯 잡고 던지는 기본적인 너클볼 그립이다.
너클볼은 현대야구에서조차 신비의 구질로 여겨지고 있다. 공의 회전이 거의 없어 바람이나 공의 흠집,릴리스포인트에 따라 변화가 일어난다. 스피드는 80㎞밖에 안 나지만 바로 그 변화무쌍함 때문에 제대로만 익힌다면 위닝샷으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팔에도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익히기가 까다로워 메이저리그에서도 너클볼에 정통한 선수는 별로 없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의 동료였던 톰 캔디오티(은퇴),현역선수 중에는 팀 웨이크필드(보스턴)가 너클볼의 명수다.
김병현이 너클볼을 새 구질로 연습하고 있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워낙 장난을 좋아하는 김병현이 장난삼아 던져본 것일 수도 있다. 정통파도 던지기 힘든 너클볼을 잠수함 투수인 김병현이 던진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변신을 추구하는 김병현이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병현은 21일 샌디에이고전이 끝난 뒤 “캐치볼을 하면서 다양한 그립을 잡고 던져보고 있다.아직까지는 서클체인지업말고 새롭게 추가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병현은 지난해에도 틈날 때마다 “싱커나 체인지업이 아닌 제3의 구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한 바 있다.
99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김병현은 해마다 하나의 히트상품을 들고 최고투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처음 2년은 업슛(떠오르는 커브)이 히트를 쳤다. 지난해에는 커브가 조금 위력을 잃었지만 원반처럼 날아가는 슬라이더로 헤쳐나갔다. 그리고 올해에는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을 장착했다. 메이저리그 롱런을 위해 김병현은 제5의 무기로 과연 어떤 구질을 선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