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8천여 평의 밤산을 오르내리며 밤을 줍는 일이 버거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생산량이 적은 밤나무를 하나둘 솎아내고, 그 자리에 매화나무를 심었다. 매화나무를 들인 지도 어느덧 스무 해에 가깝다. 2009년, 춘천의 친구 도움으로 삼백 그루를 심었으니 말이다.
오늘은 매화나무 아래에서 고사리를 꺾다가, 한 그루 매화 옆에 뿌리를 내린 오동나무를 보게 되었다. 그 위용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매화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분명 그 자리에 없던 나무였다. 어느 해 보니 등산지팡이만 하던 것이, 세월을 타고 자라 어느새 거목이 되어 있었다.
매화나무를 심은 건 열매를 거두어 이익을 보려는 뜻이 아니었다. 나이 들어 힘이 부칠 때, 밤 대신 꽃을 보며 계절을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러니 굳이 오동나무를 뽑아낼 이유도 없었다. 함께 자라도록 두고 보았는데, 자람의 결은 서로 달랐다. 오동나무는 하늘을 향해 크게 뻗었고, 매화나무는 그 곁에서 자람이 비틀린 채, 마치 기대어 사는 듯한 모습이 되었다.
풀도 억센 것이 살아남고, 짐승도 강한 것이 살아남는다 했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다면, 자연에서 나온 인간 또한 그 흐름을 따르며 살아가는 것일까.
도람푸도 그래서 저럴까 싶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 문맥을 다듬을 때 챗봇의 도움을 받았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