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확실히 이야기해 두고자 하는 것은 이 사건은 절대 딴데 보다가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혹시 지난 번에 올린 "오토바이 사고"을 읽으셨던 분이 오해하실까봐 미리 이야기합니다. 이번 일은 온전히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 것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이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컴퓨터가 여러 가지 면에서 제 맘에 들지 않아 몇 번이고 서비스를 받았지만 제대로 작동이 안되어서, 그 날은 작심을 하고 컴퓨터를 들고 구입한 가게로 가져 가려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마음을 썩이던 부분을 적어 논 종이와 컴퓨터 본체를 들고 내려와 오토바이에 실은 다음 오토바이를 꺼냈죠. 그런데 이때 그만 오토바이 받침대를 걷지 않고 성급하게 오토바이를 잡아 꺼내다 그만 그 받침대에 왼쪽 엄지발톱이 찍혀 젖혀지면서 3/4 정도가 부러져버렸습니다. 무진장 아프더라구요. 피가 줄줄(조금 과장해서) 흐르고 발톱은 벌렁거리는 데 그냥 방으로 올라갈까 하다가 컴퓨터를 들고 다시 4층 끝에 있는 방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엄두가 안나고 해서 그냥 오토바이를 몰고 먼저 컴퓨터 가게에 갔습니다.
첫 계획은 무진장 따지고 설명할 계획이었지만 발톱 부러진 데가 계속 아파 와서 할 수 없이 써 가지고 간 종이만 주고 오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는 얼른 가게를 나와 약국으로가 우선 알콜과 거즈, 붕대 등을 사서 상처를 싸맸습니다. 약을 사자마자 상처 부위에 알콜을 들입다 부었더니 두 번째는 다시 시도를 하지 못하겠더군요. 너무 쓰라리고 아파서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충 그렇게 싸매고 나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좀 괜찮아 보이는 병원을 찾아 무작정 들어가기는 했는데, 막상 신상기록을 작성할 때 생각해 보니 치료비가 걱정되더라고요. 그래서 치료받으려면 얼마나 필요하냐 물었더니 초진이 50달러고 치료비는 별도라고 하기에 놀라 신상기록부를 적지도 못하고 도로 밀며 "돈이 부족해서 안되겠다"고 하고는 돌아 나오는 데, 접수받던 이가 "그럼 드레싱만 받으세요"하며 드레싱만 받으면 15달러라고 해서 그 정도는 되기에 신상기록부를 작성하고 치료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치료실에 따라 들어온 간호사가 제 부러진 발톱을 보더니 상처가 심해서 "이것은 의사에게 보여 주는 것이 좋겠다"며 의사를 부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없이 "학생인데 학교 가다 사고를 당해 지금 돈이 충분치 않다"고 사정하니까 놀라면서, "아니 몇 살인데 학생입니까?" 하고 물어보는 거 있죠. 아파 죽겠구만.
어쨌든 간호사는 자기가 의사를 불러 제 상태를 보게 했습니다(이 경우는 무료였는지 나중에 청구되지 않았더군요). 의사는 간단한 수술로라도 발톱을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며 제게 의료보험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제가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한국이라면 몰라도. 없다고 하니까 "한국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왜 의료보험(보험회사를 통해서 하는 보험)을 들지 않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아프면 간단한 것도 2-3천 달러가 넘는 데!" 하며 은근히 겁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2-3천 달러를! 그것은 생각만 해도 엄청난 돈이거든요. 우리 열여섯 식구 한 달, 두 집 총 생활비니까요.
어쨌든 친절한 간호사 덕에 비록 드레싱이긴 하지만 치료를 잘 마치고 계산을 하려 하는 데, 그 새 의사가 처방을 하나 집어넣어 치료비는 15달러가 아닌 21달러가 되어 버렸죠. 그거 내느라 지갑을 탁탁 털어야 했지만 더 걱정되었던 것은 앞으로는 어쩌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드레싱만 받는다 해도 그 치료비는 공동체에 부담을 주는 액수이기 때문이었답니다. 신학생 공동체 하루 음식비가 15달러인데, 내가 매일 15-20달러씩 가져다 쓰면 으……
학교에 가서 나머지 시간을 공부하고는 집에 돌아와 신학생 하나를 데리고 약국에 가서 필요한 약들을 구입했습니다. 소독약, 붕대, 거즈, 솜 등을 샀죠.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아픔이 많이 가셨습니다. 덜렁거리던 감각도 많이 사라졌고 걷는 것도 조금 편해졌고 등등. 이제는 얼른 새 발톱이 밀려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직 부러진 부분을 혼자서 뜯어낼 용기는 없고, 본래 제가 새가슴이거든요, 조금씩 상황을 봐가며 벗겨낼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때 가서 가위로라도 싹뚝 잘라내야겠죠. 아니면 발톱깍기로 조금씩 깍아 나가던가요. 그때까지 집에서 하루 두 번씩 소독이나 열심히 하렵니다.
한 순간의 성급함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절대 밖에서 지나가던 아가씨를 둘러보다 생긴 일이 아닙니다.
첫댓글 매번 컴퓨터가 말썽을 부려요.
ㅠ.ㅠ 신부님 넘 아팠겠어요.... 그래도 남자는 울면 안되요... ^^;
신부님 검단베드로입니다.평생 잊지 못할 기억중에 하나가 되지않을까요?
신부님 이제 다친 상처는 어떠하신지....조심 ~ 조심 하세요..
오늘 아니 한국 시간으론 어제, 덜렁거리는 발톱을 혼자 손(발)톱깍기로 잘라냈습니다. 덜겅거리는 거 다 잘라내다 보니 엄지 발가락에 발톱이 한쪽에 쪼그맣게 붙어있더군요. 이제는 잘 걸어다닙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감동의 눈물도 흘렸단 거 아시죠?)
ㅋㅋ 축하드려요.. 신부님....
오늘 다시 남은 발톱의 일부를 잘라냈습니다. 이제 정말 새끼 발톱만큼도 안남아가는 데, 덜렁거리는 거 잘라내니 그나마 충격보호가 안되다니~~. 아! 하느님의 놀라운 창조신비여!!!!!!
드레싱에 한번에 하루 음식비라...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