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선원 백중7재중 4재
(불기2567-23년8월6일 일요일)
인연은 ‘지금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을 뿐입니다. 지금 여기가 바로 삼천대천세계의 근본 자리이며 바로 오늘이 시간을 머금고 있는 자리입니다. 순간 순간이 그대로 영원이요 무한입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수행자입니다. 세속에 발이 묶여 도무지 도(道)라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는다해도, 삶이 곧 진화냐 퇴화냐의 갈림길일진대, 우리 모두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간에 모두 수행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수행자이기에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순간 순간마다 내가 내 인생의 밭에 뿌린 마음의 씨앗은, 영겁을 두고 어느 때이든 싹이 트고 자라나서, 내게 부메랑처럼 되돌아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좋은 씨앗을 뿌리면 좋은 과보가 돌아 올 것이고, 게으른 마음을 심으면 보잘 것 없는 결과가 돌아올 것이며, 나쁜 씨앗을 뿌리면 나쁜 열매가 열릴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한 순간인들 방심할 수 있겠습니까. 수행자는 오로지 염념참회하고 매 순간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씨앗, 가장 질 좋은 씨앗을 뿌려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있는 동안에 괴로운 일은 나로부터 멀어져 있기를 바라고 오로지 즐거운 일, 만족한 과보는 내 것이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물론 그것은 가능합니다. 누구에게라도 가능한 일입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순간순간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선행이고 참회이면 가능합니다. 지금 여기가 그대로 수행처이면 됩니다.
그래서 수행자는 ‘하루살이’로 사는 것입니다. 하루살이라니까 될데로 되라는 식의 찰나주의·향락주의인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인생 전체를 쏟아붓는 식의 삶으로, 최대의 관심과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씨앗을 심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같이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뭇 중생들은 오늘보다 내일을 더 생각하고 내일에 희망을 겁니다. 내일이면 사정이 더 좋아지겠지, 오늘은 여건이 적당치 않으니 내일을 기약하자…는 식에 더 익숙합니다.그러나 내일은 없습니다. 오늘이 있을 뿐입니다. 내일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의 결과로서 내일이지 오늘과 다른 내일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가올 모든 내일은 오늘 속에 있습니다. 오늘 최선을 다 하면 최선의 내일이 그 속에 있고, 오늘 방일하면 흐트러진 내일이 또 그 속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희망찬 내일을 바라거든 오늘을 희망차게 살아야 하고. 기쁨의 내일을 바라거든 오늘을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내일이 보람되기를 바란다면 오늘 속에 보람을 심어야 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는 내게 주어진 황금의 기회이고 절호의 찬스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잘하면 다 잘되고, 오늘 지금 여기서 잘못하면 다 잘못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회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고 언제나 내 문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절호의 찬스를 어찌 허송하겠습니까. 지금 여기서 이 기회를 활용하지 않고 달리 무엇을 또 바라겠습니까. 무엇을 또 기다리겠습니까. 천리 길을 가고 싶어도 한 걸음이 확실치 않으면 갈 수가 없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아져야 천리를 갑니다. 그러므로 한 걸음이 천리길이요 천리길이 한 걸음인 것입니다. 수행자는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한걸음의 인연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