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상한 기분을 꾸욱 누를 심사로 침 한번 꿀꺽 삼켰다.
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나 서러움 등은 침을 삼키며 누를 수 있는데
이 기분만은 억제 할 수 없었다. 꼭 가위에 눌리기 직전의 기분이다.
앞에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떠야만 할 때의 기분이다.
이런 나의 기분을 돋우려는지 하늘은 금방 후두둑 비를 흘릴 모양이다.
꾸정물 한바가지를 뿌려놓은 듯한 하늘이다.
책상 여기저기에 펼쳐진 파일들을 다 접어 한 구석에 쌓아 올렸다.
시체 사진 몇장씩만 붙이면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가 될 것 같다.
난 다음에 접속해 카페를 클릭한다.
이번주에 새로 가입한 붉은벽돌무당집 카페.
카페에 오른 글로 기분을 달래보려한다.
붉은벽돌무당집은 아주 흥미롭다. 작은 제목의 글에 많은 얘기가 있고
많은 내용이 있고, 여러가지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이구리와 맥스폐인의 글을 읽을때면 가슴이 벅차다.
재능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고 했나..
파리넬리라는 영화를 보면 음악적 오르가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내가 이들의 글을 읽으며 벅찬 가슴을 느끼는 건 문학적 오르가즘인가?
혼자 얼굴을 붉힌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지 알 리가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살짝 동료들 눈치를 본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난 조금 더 나아가 예술적 황홀경은 성별이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작품을 여성이 보고 예술적 황홀경을 느꼈대도 상관없다.
재능엔 성별이 없고 그 재능을 보고 반하는 마음에도 성별은 없다.
난 얼굴 한번 더 붉히며 다시 직장 동료들의 눈치를 본다.
오래 전에 뜬 글도 재미있고 깜찍하다. 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쓸까.
아..
난 잘 하는 게 많다. 공부도 잘했고 손으로 하는 건 무조건 다 잘한다.
음악도 미술도 운동도 사람과의 관계도.
불법적인 것과 군대를 빼고 안 해본 것도 없고 못해본 것도 없다.
요리도 잘한다. 나의 요리는 맛있다. 내가 먹어도 맛있다.
게다가 이쁘고 키도 크고 날씬해 몸매도 좋다.
그런데 글은 못쓴다.
아..
사실 난 잘 하는 거 별로 없었다.
공부도 잘 따라가기만 했고, 손으로 하는 건 손이 있으면 다 하는 거다.
음악도 미술도 재미가 있어서 해본거지 어떤 경지에 이른 적은 없다.
혼자 사니 요리는 당연히 해야 하고, 그건 내 입에 맞출 수 밖에.
자세히 보면 이쁜 것도 아니고, 키는 너무 크고, 말라서 여름엔 힘들다.
그리고 글도 못쓴다.
그냥 넘어갔는데 얼마 전에 판타지 로맨스 소설방에 올린
나의 글이 짧다는 이유로 삭제가 되었다. 분명 오십 줄이 넘었는데..
오십줄이 넘었는데 삭제당했다는 건 역시..으으..
기분이 점점 더 가라 앉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글 삭제에 관한 생각은 과대망상이다. 난 파라노이드?
아..
오늘은 기분이 가라 앉기만 한다. 가위에 눌리기 바로 직전의 기분이다.
차단된 공간에서 머리를 날리는 귀신이 앞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떠야만 하는 상황에 닥친 기분이다.
오늘은 분명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는 생각에 약간 떨린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리링
때마침 전화가 걸려온다. 이런 건 정말 싫다.
소설에서나 나와야 하는 떨리는 생각을 할 때 전화가 걸려오는.
전화의 주인공은 누굴까, 제이슨이나 프레디쯤 될까? 후후..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윤정씨, 오늘 저녁 어때요?”
저녁이라니. 이 기분에. 절대 안돼. 둘러대자.
“아..오늘 일이 많아서 회사가 늦게 끝날 것 같아요”
“나와요. 밥 사줄게요”
밥!
“일곱시면 괜찮지만..”
바..밥이다. 밥인데 어떻게 하는가. 밥에 모든 걸 건다! 올인!!
일곱시 십오분. 늦는다.
뒤에 등지고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깽판을 놓고 싶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다.
밝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려는 저승사자 같다.
생각하는 게 꼭 붉은벽돌무당집틱하다. 하지만 재밌다.
앞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가 내리나..
찌익.
비둘기 똥이다. 우우.. 때마침 저쪽에서 승우씨가 달려온다.
“아..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어요?”
생긋 웃으며 아니라고 말했지만 오래 기다렸단 말을 얼굴로 흘렸다.
길거리엔 벌써 짙은 어둠이 닥쳤고, 이 어두음은 새벽녘까지 계속될세라
더 이상 검어지지도, 더 이상 하얘지지도 않는다.
이 어둠 속에서 나는 오늘 이런 기분으로 어떤 일을 당하게 될까.
가위에 눌리기 바로 직전의 기분이다. 귀가 웽웽거린다.
눈앞에 날카론 눈을 한 귀신이 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떠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기분이다.
오늘은 분명 어떤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여기 어때요?”
난 미소를 지으며 앞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뜨끈뜨끈한 찌개를 먹고싶었지만 식당이 너무 더운 터라 냉면을 시켰다.
승우씨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순두부찌개를 시켰다.
한 수저 떠먹을까 연신 찌개에 눈을 꽂았지만
눈치도 없는지 맛있게 먹어치우고 만다. 승우씨를 먹어치우고 싶다.
앗.. 붉은벽돌무당집틱한 생각이다. 하지만 재밌다.
승우씨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고 있을까 웃음이 나온다.
냉면을 먹으니 약간 추워졌다.
커피는 내가 산다며 근처 스타벅스로 갔다.
카페모카를 시켜 마시고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괜히 만났나 보다.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는 버스 기사와 나 혼자 뿐 아무도 없었다.
버스기사가 날 싣고 이대로 어딘가로 데려가는 건 아닐까.
살아 남을 가능성은 가위에 눌리거나 귀신을 보는 것보다 낮지만,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으니 역시 찬스는 있다.
보이는 것은 기사의 뒷모습 뿐이지만 날 어떻게 죽여야 쾌락적일까,
어떤 도구를 사용해 고통을 줘야 최고의 고통으로 늦은 죽음을 맞이할까,
괴로움에 할딱거리는 모습을 언제까지 구경할까 등의 생각등으로
분명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옷은 이리 저리 찢어저 피가 흥건이 묻어 있다.
난 버스 손잡이에 밧줄로 팔목이 묶여 매달려 바둥바둥 해보지만,
다리는 바닥에 닿지 않는다.
옷은 너덜너덜 찢어졌고 그 사이로 속옷이 드러나 보인다.
속옷도 이미 군데 군데 휘갈겨 하얀 살이 피와 함께 터져 나온 상태다.
난 죽을 상황에서도 긴 머리카락으로 가슴을 덮어 본다.
난이미 몸 군데 군데 꽂혀 있는 살인 도구에 할딱이지만 아직 살아 있다.
아니, 치명점이 아니니 이 정도록 죽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그때 녹이 송송 베긴 갈고리를 하얀 내 배로 서서히 들이댄다.
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눈물을 쏟는다.
갈고리가 갈비뼈 바로 아래로 쑤셔 들어간다.
으.. 비명은 나오지도 않은채 눈이 위로 쏠린다.
갈고리는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 아랫배까지 서서히 살을 베며 내려온다.
오늘 속옷은 어떤 걸 입었더라? 야..야하다.. 나 왜 이래..
어쩐지 몸이 달아 올라 아랫배가 싸리하다. 위도 짜릿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내렸다.
나에게 잠시 재밌는 생각을 하게 해 준 기사에게
감사합니다! 하며 미소까지 지으며 폴짝 내렸다.
그리고..
“으..으억!! “
난 그때부터 달려야 했다. 죽는 힘을 다해서 달려야 했다.
싫다. 싫다! 싫다!! 건널목의 빨간불이 길게만 느껴졌다.
초록불이 켜지기 전에 차량용 신호등의 빨간불을 보고 신호등을 건넜다.
이거다! 이거야! 하루종일 기분이 이상했던 이유!
난 이런 일이 생기고야 말 줄 알았어!
눈을 질끈 감고 달리고 싶었지만 눈을 감으면 안된다!
이대로 뛰어야 한다. 이대로 뛰어가야만 한다!!!
발톱이 너무 긴지 뛸 때마다 구두 앞부분에 부딪혀 발이 너무 아프다.
발톱이 빠질 것 같다. 하지만 달려야 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으아..싫어! 싫어!! 제발.. 안돼.. 안돼..
있는 힘껏 달렸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집이다!
쿵쾅쿵쾅쿵쾅쿵쾅! 달깍.
뿌지지지지지지직!
설사다..
욱! 위가 울렁이는게 쏠린다. 구토도 난다.
아.. 안돼.. 아직 설사가 끝나지 않았단 말이야.
난 대충 휴지로 마무리를 하며 일어나는 동시에 뒤를 돌아 허리를 굽혔다.
오늘 아침에 먹은 샌드위치에 있던 토마토다.
변기엔 토마토의 껍질이 소화도 되지 않은 채 둥둥 떠다녔다.
욱!! 뿌웨에에에에엑!
방금 먹었던 냉면과 커피 컴비네이션이다.
왠지 커피를 쏠아서 그런지 향이 그런대로 괜찮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싫어진다..
하지만 코로 먼저 느꼈으니 어쩔까.
욱!! 아.. 안돼.. 아직 토가 끝나지 않았단 말이야.
난 대충 휴지로 입을 훔치며 허리를 펴는 동시에 뒤돌아 앉았다.
뿌지지지지지지직!
그래..난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어!
그렇게 변기엔 설사와 구토가 차례대로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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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느끼는 공포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아요.
실체가 정확하지 않은 것을 상대로 느끼는 공포나 두려움도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아요.
병때문에 죽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면 엄습하는 죽음의 공포같은거요.
어제 설사에 구토 때문에 괴로웠어요. 친구들이 사스라는 군요 --;
사스라니 왠지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 글을 쓰면서도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오늘은 어지럽기까지 하군요. 우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제 발견한 게 있는데,
설사와 구토가 함께 급하면 설사가 먼저라는... 헤롱헤롱 (@.,@)
첫댓글 하하하.^^ 마지막에..잼있었어요. 짐 입가리고 마구마구 웃는중.^^
어케 설사와 구토가 한거번에 급할수 있을지..>>ㅑ~신기해욥~~*0*
달릴때까지만 해도 열라 무서웠는데...막판엔 웃음이..ㅡㅡ;; 그래도 제목이랑 내용이랑 잘맞고 완성도도 높은거 같요..잼있게 봤습니다^^
왕~~왕 *^ㅡ^* 웃긴당~!!
어흑...진짜 섬뜩한...웃음이....
ㅋㅋㅋㅋㅋㅋ 님..너무..벙~~찔정도로 웃겨여...ㅋㅋㅋ 근디..정말..두개가 같이 가능한가여??ㅋㅋ
재밌어요-_-ㅋㅋ
와우~ 마치 내 머릿속에 있는 걸 샤샤샥~~ 읽은 느낌~~~ 냐하항~~ (그래서일까... 왠지 아는 사람일 것 같은... -.-)
아직 설사랑 구토를 같이 해본적이 없어서 많이 실감나지 않네여.^^
사실???;; 건강하게!!
오옷!! 감사합니다!! 네. 이런 적은 한두번도 아니라 설사랑 구토가 함께 가능하고요. 후속편이나 이탄등을 만들 계획입니다. 흐흐.. 더러븡 소재들이 많습니다. 흐흐..
전 고3때 학교에서 무쟈게 고생했지요. 토부터 하고 설사를 하는것이 전 더 편하더라구요. 그 날 저희 학교에 급수가 중단된 날이었지요.ㅡㅡ;
짱입니다요!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대박임니다.뭔가 대단할 일을 벌일거라곤 예상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