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는 영웅이 태어나는 법!' 다만 이번에는 그 주인공이 바꼈을 뿐이다. 지난 2일과 3일 미겔 테하다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과 안타로 시즌 18~19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오클랜드 어슬래틱스가 이번에는 새로운 영웅을 등장시켜 또 하나의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오클랜드는 5일(이하 한국시간) 네트워크 어소시에이트 콜리세움에서 벌어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경기에서 11-11로 팽팽히 맞선 9회말 대타 스콧헤이트버그의 짜릿한 끝내기포를 앞세워 캔자스시티를 12-11로 물리치고 파죽의 20연승 가도를 내달렸다.
이로써 오클랜드는 지난 1947년 뉴욕 양키스가 기록한 19연승을 55년만에 갈아 치우며 아메리칸리그 최다연승의 새 주인공이 됐다. 또한 1916년 뉴욕 자이언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신)가 기록한 26연승에 6경기차로 다가섰고 1935년 시카고 커브스가 세운 21승을 눈앞에 뒀다.
오클랜드는 1회말 선두타자 레이 더램과 5번타자 저메인 다이의 3루타,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의 2루타 등 6안타를 묶어 6점을 올렸고 이어 2회와 3회에 5점을 더 추가해 11-0 앞서며 무난한 20연승을 예상케 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3연패의 궁지에 몰린 캔자스시티는 4회와 8회 각각 5점씩 10점을 뽑아내며 11-10로 빠짝 뒤를 쫓았고 심지어 9회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빌리 코치를 상대로 대타 루이스 알리세아가 극적인 적시타를 터뜨려 11-11 경기는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전양상으로 치닫았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이번에도 오클랜드를 향해 웃었다. 11-11로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후 에릭 번즈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스콧 헤이트버그는 제이슨 그림즐리의 2구째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려 팀에 극적인 승리를 안겼다. 9회 오클랜드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빌리 코치는 행운의 9승(시즌 6번째 블론 세이브)을 거뒀고 반면 캔자스시티 투수 제이슨 그림즐리는 지난 3일 테하다에게 내준 끝내기 안타에 이어 이날 헤이트버그에게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해 오클랜드 연승행진의 '숨은 주역(?)'이 됐다.
오클랜드는 6일 미네소타 메트로 돔으로 장소를 옮겨 선발 코리 라이들을 내세워 1935년 시카고 커브스가 기록한 21연승에 도전한다.
한편 '빅유닛' 랜디 존슨도 시즌 20승 고지에 올랐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괴물투수 랜디 존슨은 5일(이하 한국시간)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을 단 3안타로 막고 팀의 7-1 승리를 이끌며 2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로써 랜디 존슨은 2년 연속 20승 고지 등정에 성공했으며 시즌 6번째 완투승으로 자신의 방어율을 2.57로 낮췄다.
이날 랜디 존슨은 9회 다저스 간판 타자 숀 그린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8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다저스 타자를 꽁꽁 묶어 지난달 31일 부진(5.1이닝 7실점)을 말끔히 털어냈다.
또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통산 3705개 탈삼진으로 역대 4위인 브렛 블라일레븐(3701)을 4개차로 제치고 메이저리그 역대 탈삼진 부문 단독 4위에 올라섰다. 역대 탈삼진 1위는 놀란 라이언(5714)이며 현역 1위는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로 3887개의 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애리조나는 6일 '원투펀치' 커트 실링을 선발로 내세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2연승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