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은 바다를 보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바로 평소에 맘에 뒀던 연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 메시지의 답이
'나도 그런 생각이 든 날이다'
당신과 그는 직장이고 뭐이고 다 접어두고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한 후에 만난다.
'동해야, 서해야, 아님 남해야?'
공교롭게도 당신이 생각한 동해란다.
기막한 코드맞춤이다.
당신의 차는 두고 그가 모는 차의 옆자리 탄다.
날씨는 맑고 열어 둔 차창으로
훈풍이 들어온다.
그가 당신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싱긋 웃는다.
순간 가슴이 미어져 온다.그건
매사에 답답한 짝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엔 지금 이 행동이
얼마나 부질없는가에 대한 회의이기도 하다.
우짤건데....
영동고속도로!
진달래가 군락을 지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대학시절 학과 MT때,
관광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대관령을 오르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지금은 직선으로 몇개의 터널과 다리로
그 때의 꼬불길은 찾아보기 힘든다.
3시간 남짓을 달려 정동진으로 접어든다.
바다가 보이고 갈매기가 한가롭게 난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2차선 꼬부랑길이다.
오른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린다.
드디어 정동진역이 나오고 평일이라 텅빈 주차장에
당신의 사랑스런 연인은 멋스럽게 주차를 한다.
당신의 짝과 연애 시절에 팔짱을 끼고 걷던 모래사장이다.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깟 별껏 아닌 걸 그는 왜 해 주지 못할까?
순간 지금의 동행이 영원한 짝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곧 도리질을 한다.
부질없음에....
바다는 잔잔했다.
온통초록색으로 멀리 수평선까지 물들여 놓았다.
당신과 그는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고 물가로 간다.
발이 참 예쁘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모래 사장에 나란히 앉았다.
그가 당신의 손을 꼭잡고 자신의 얼굴에 댄다.
얼굴이 차다. 그렇지만 신선하다.
둘은 아무 말이없다.
바다는 찰랑이고 물결은 온갖 색깔로 바뀐다.
바다속은 변화가 없이 그대로인데
겉물결만 보고 사람들은 은빛이니 금빛이니로
찬사를 보낸다.
어리석은 인간들,
그 물빛은 보지도 않구....
그가 당신의 입술을 만진다.
당신은 순간 망설인다.
그렇지만 그를 받아들인다.
주루룩 흐르는 눈물....
짝에 대한 미안함과
당신을 이토록 아껴주는 그에게 대한 고마움이다.
그도 물론 짝이 있다. 그렇다면 그 짝에게도
미안해 해야 되는거 아닐까?
바다가 보이는 곳에 서있는 횟집에서
폼나게 점심을 먹었다.
당신과 그는 서로 계산하겠다고 나선다.
당신이 이겼다.
차를 몰아온 그에 대한 당신의 배려가 이겼다.
그리고 노래방에 들린다.
맥주 한 캔씩을 그가 시켰다.
안주는 새우깡이다.
처음부터 심수봉과 배호노래가 레파토리다.
약간의 주기에 당신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어깨를 감싸주는 그의 손이 따습다.
긴 키스로 노래는 반주만 계속된다.
그러나 당신은 더이상 그에게 안길 수 없음을 안다.
그가 먼저 당신으로부터 멀어진다.
당신과 그는 현실 주의자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둘다 아이들이 있고 양가가 있다.
돌아가야 한다.
아침에 불현듯 떠오른 객기는 여기까지다.
흐뜨러진 옷매무새를 바로 잡고
밖으로 나왔다.
올때와는 달리 강릉쪽으로 차를 몬다.
십 분쯤 거리에 낙가사에 들러 오늘의 일들을
부처님 앞에서 털었다.
점심에다 맥주 한 캔 한 것이 심한 졸음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꿈 속에서
당신의 짝을 만나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한다.
짝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때 무릎위에 그의 손이 놓인 것이 느껴져서
꿈에서 깨어났다. 벌써 문막을 지나고 있었다.
'휴게소에서 쉬어갔으면...'
기막힌 텔레파시 그는 휴게소로 차를 밀어 넣고
당신을 깨운다.
커피 한잔으로 졸음이 가셨다.
이번엔 당신이 그의 손에서 키를 건네받는다.
여주를 지나 이천으로 접어든다.
저녁놀이 유독 곱다.
샘들...
이런 생각으로 전 산답니다.
즐건 일욜 오후 되셈.
첫댓글 넓고 푸른 망상의 자유 맘껏 펼치세요. 더군다나 오늘은 일요일.
하하하... 망상이라...
재밌다.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그뒤 둘은 어떻게 될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