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대 받던 딸처럼 천대받는 하층민처럼...

[천혜]

 나는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동안 딸들과 하층민이 불쌍하게 산다고 그들을 적극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딸처럼 살아보니 너무나 좋다. 평생을 짓눌러온 아들로서의 의무감이 사라지고 딸처럼 편안하게 자식 노릇을 하니 인생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아버지와 좋은 남편으로서 그리고 멋진 성자로서의 역할이 여전히 나에게 강박과 압박을 주지만 그 무게는 부모를 모시는 그것에 비기지 못한다.
 
 하층민의 삶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훌륭한 스승으로 살아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최저 임금도 못받는 경비 노릇과 음식 배달이나 하는 하층민으로 살아가니 역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층민의 삶을 살아보니 굳이 내가 왜 뼈 빠지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정규직으로 생고생을 하며 살았나 싶기도 하다.

요즈음 들어 오늘 살고 말것처럼 미래를 전혀 대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아주 지혜로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초래하는 마음 속의 울분과 세상의 무시만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