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법조계의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박건호 변호사는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혐의 사건에 대한 형량을 예상했는데 ,박 변호사는 "김호중이 처음 사고를 내고 차에서 내려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정도로 끝났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는데, 소속사 막내 매니저에게 직접 전화해 범인도피교사 혐의가 더해졌다는 것입니다.
박 변호사는 "음주가 인정되지 않는다 해도 특가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는 이미 실형이 포함된 죄이기에 징역 3년 이상의 실형 선고도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김호중은 잠적했다가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했는데, 이후로도 줄곧 음주 의혹은 부인하던 김호중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사고 열흘 만인 지난달 19일 뒤늦게 입장을 번복하고 음주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김호중은 이날 생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는 음주 운전을 했다고 밝히면서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김호중의 팬심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미 정치인들의 후안무치와 강성 팬심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인기 연예인이 음주운전이나 도박·마약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적어도 1~2년 정도는 자취를 감췄다.
자숙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진 것 같다. 최근 인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는 음주 뺑소니도 모자라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저질러 놓고도 버젓이 대규모 공연을 강행해 많은 국민을 경악시켰다.
김씨는 세간의 비난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지난 18~19일 창원 단독 콘서트를 끝마쳤고,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다음 날인 23일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슈퍼 클래식’ 공연에 출연했다. 심지어 24일 공연에도 나가려고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출연이 무산됐다.
다음 날 구속될 수도 있는데(실제 구속됐다) 대중 앞에서 공연을 하는 후안(厚顔)은 어떻게 가능한가. 강성 팬덤이 그 원동력이다. 김씨의 팬들은 사건 보도 이후에도 “음주운전,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우리는 무조건 별님(김호중)을 응원한다”며 무조건 김씨를 감쌌다.
창원 공연은 VIP석이 23만원, R석이 21만원으로 만만찮은 가격이었지만 실내체육관 5800여 석이 이틀 만에 모두 매진됐다. 김씨는 음주 뺑소니 이후에도 티켓 수익으로 4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시중 여론이야 어떻든 간에 팬심은 불변이다.
이러니 왜 자숙하겠나. 공연을 강행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김씨는 과거에도 사생활과 관련한 여러 시비에 휘말렸으나 강성 팬덤의 헌신적인 방탄에 힘입어 가수 활동을 이어 왔다.
이런 상황은 자연스레 정치권과 오버랩된다. 현재 국회 원내 제1당의 대표는 전과 4범에 지금도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고, 제3당의 대표는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 놓은 인사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지금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은 정치 팬덤의 활약 덕분이다.
정치 팬덤은 특정인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맹신으로 움직인다.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문제가 드러나도 그것은 정치적 음모와 탄압일 뿐이어서 오히려 팬덤의 신앙심이 더욱 돈독해진다. 극성스러운 소수는 침묵하는 다수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 조직화한 팬덤은 당 조직을 뒤흔들고 여론을 주도한다.
다음 날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공연을 강행해 목돈을 챙긴 가수나, 2심까지 실형을 선고받고도 총선에서 당선된 정치인이나 성공 비결은 유사하다.
팬덤뿐이 아니라 권력의 내 편 감싸기도 정치권의 도덕적 권위를 추락시킨다. 대통령은 부인 관련 수사에서 원칙적 입장을 견지했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좌천성 승진시키고 수사 실무를 지휘한 1·4차장도 다 바꿔버렸다.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은 무시됐다. 앞으로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놔도 믿기 어렵게 됐다.
김호중씨 팬들은 최근 성명서에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국회의원에 출마 후 검찰 독재를 부르짖는 당선인,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고 당에 부결을 읍소했던 당선인, 4년 동안 단 한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피의자.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겨냥한 건지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다. 이들은 “국민을 기망하는 권력자들은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자기 잘못을 시인한 이후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는 김호중에게만 이다지 가혹한 돌을 던지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허위 자료를 제출해 11억 원을 불법 대출받은 진보 언론인도, 음주운전 1회와 무면허운전 3회 처벌 전력이 있는 변호사도, 유튜브에서 상습적으로 막말을 떠든 교수도 무난히 국회의원이 된 요즘이다. 김씨 팬들의 주장은 물론 궤변이지만 부분적인 진실은 담겨있다 할 것이다.>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김정하의 시시각각, 김호중 팬들도 조롱하는 정치권
제가 여기서 전에도 인용했지만
김씨가 죄를 저지르고 이처럼 배짱인 이유는 우리 사회에 죄를 짓고도 떵떵거리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공정과 상식, 염치가 사라진 대한민국이 됐다는 뜻이 겁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국 대표인데, 김씨 사건 전개과정은 조 대표와 판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닮아 있습니다. 조 대표는 자녀 조민과 조원씨의 논문 제1저자 등록, 가짜 경력증명서와 인턴'예정'증명서 발급, 유급인데도 장학금을 받은 이유 등에 대해 김씨처럼 언론의 보도→ 부인 → 증거인멸 시도 → 부분 인정 →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대장동·성남에프씨(FC)·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위증 교사'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일본군 위안부 후원금 횡령 등 혐의로 2심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은 윤미향 의원 등도 피의자나 범법자이면서 오히려 떵떵거리며, 이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검찰의 표적 수사 희생양으로 코스프레하면서 대통령 탄핵과 '가짜 정의'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들이 믿는 구석은 목소리 큰 소수, 열린 사회의 적인 '개딸'과 같은 강성 팬덤층입니다. 김호중씨가 '빈체로'를 외치는 건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겁니다.
그리고 좀 더 깊숙이에는 유권무죄(有權無罪), 가벼운 죄라도 서민은 바로 구속시키면서 권력층은 아무리 무거운 죄를 지었더라도 활개를 치도록 허용한 법원이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세상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