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원리 또한
무능해 지기 쉬운 조직의 병리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피터는 자신의 저서
<피터의 원리)에서 조직 내의 모든 사람은 무능한 수준,
즉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오를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파킨슨의
법칙’이 공직사회를 겨냥한 일종의 풍자였다면 ‘피터의 원리’는 훨씬 더
과학적인 졉근이었다. 피터는 정부, 군대, 산업
조직을 역사적,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결국 조직의 높은
자리는 무능력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군대를 예로 보자.
일선 지휘관이 능력을
인정받아 더 높은 자리로 승진했다면 새로이 승진한 직위에서는
군인으로서의 그의
자세나 부하 통솔력, 용맹스러움 등이 점점 더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높이 승진할 경우에는 정치인이나 정부 관리들을 다루고
이해관계자들을 조종하는
일이 주요 업무가 된다. 여기서 원칙에 투철한 군인은
정치인으로서는 무능해
지기 쉽다는 것이다.
맥아더와 아이젠하워를
비교해보자.
유능한 군인과 무능한 정치인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두 사람은 성격도 스타일도, 걸어간 길도 극적으로 대비되는
군인들이었다. 맥아더는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50세에
대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미군 역사상 가장 빠른 승진 기록이다. 그만큼
그가 유능한 군인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연 아이젠하위는
맥아더보다 12년 후배로 그저 그런 성적으로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중령 계급장만 16년 동안 달았던 무명의 초급 장교였다.
그러다가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아이크는(아이젠하워
장군의 애칭) 마샬 장군에게
발탁되어 승승장구, 해마다 소장, 중장, 대장으로
진급했고 마침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영웅이 되어 귀국했다.
두 사람을 비교하자면
맥아더는 장군으로는 유능 했지만 정치적으로 무능했던 반면
아이크는 초급 장교
시절까지는 그저 그런 군인이었으나 별을 달면서부터 준장-소장-
중장-대장까지, 그리고 대통령까지 한 걸음에 내달린 사람이었다.
여기서 관료제의
병폐가 나타난다. 만약 미국의 대통령 선발이 선거가 아닌 관료주의의
특성인 내부승진
방식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연공서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맥아더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맥아더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맥아더가 군사적인
전략 밖에 모르는 고집불통이었다연 아이크는 장군이 되면서부터는
조정자로서, 중재자로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아이크의 리더십을 보자.
연합국 사령관인
아이크는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 미국의 패튼 장군, 영국의
처칠 수상,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협조가 절실했다.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협조하지 않으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성공할 수 없었다. 알다시피 앞서 언급한 인사들은 모두 당대
최고의 고집불통들이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색깔이 강한 이들을 다독거려 공통의
분모를 만들어낸
인물이 바로 아이크였다.
즉 지위가 높을수록
전문적인 업무 능력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을 다루고
설득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통분모의 법칙'이다.
맥아더와 아이크,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C. 홉스 기쟈의 회고록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는 어느 날 맥아더와는 점식 식사를, 아이크와는 저녁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맥아더와
식사를 할 때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알게 되지요.
그러나 아이크와 식사를 같이 하면 제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게 된답니다."
맥아더는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아집의 사나이였지만 아이크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재주가 뛰어났던 것이다.
그것이 높은 자리로
승진할수록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산이었다.
조직에 있어서도
하위직은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를
보는 안목과 조직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기술자나 현장 책임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승진을 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가장
무능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부하직원들이
올리는 결재 서류에 사인만 하는 예스맨으로 전락하고 만다.
관료조직은 그렇게
될 위험이 아주 높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통상 자리가 하나 비게 되면 바로 아래의 하위직에서 유능한 사람이
발탁되는데, 그 사람이 더 높은 자리에서도 유능한 지는 전혀 검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유능한 중간
관리자가 무능한 부장이 되고 만다. 그리하여 관료조직은 모두 무능한
사람들로만 채워지
기가 쉽다는 것이다.
- 이영직
저,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