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면 삼키고 쓰면 빼는 게 세상인심이라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이 있고, 상공인에게도 상도의라는 게 있다. 1963년 현대중공업이 울산 동구에 터를 잡아 세계적인 조선소를 성장하면서 울산지역 경제에 기여한 부분은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울산 지역민들의 희생이 뒤따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조상대대로 고기잡이를 하면 살아오던 삶의 터전을 내어준 어민과 울산지역민과 전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는 동해의 천해 자연비경을 조국 근대화라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내어준 울산시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현대중공업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바탕 위에서 성장한 현대중공업이 이제 저 혼자 살겠다고 본사를 서울로 옮기려하고 있다. 기업의 생리가 이윤을 위해서는 의리나 도리쯤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 현대중공업하면 국내를 떠나 세계가 알아주는 회사 아닌가.
다시 말해 이름에 걸 맞는 사회적 책임도 질줄 아는 세계적 기업이 됐다고 봐야 한다. 본사이전 소식이 전해진 후로 울산시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현대중공업 주시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하는 실망감과 분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본사 이전說 못지않게 우리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린다. 지역 모 방송사주가 현대중공업이 본사이전을 준비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울산시는 물론 지역 상공계까지 동참해 이전계획을 철회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현재 울산시민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본사이전 계획 철회와 관련해 지역 방송사 사주의 이런 행동은 사려 깊지 못한 것이어서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적어도 지역민의를 대변하고 지역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언론기관이라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당당히 의견을 개진할 일이지 집단 뒤에 서서 특정 여론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이 사주는 일부 지역신문에서 현대중공업 본사이전 철회를 위해 시민혈세로 만들어진 울산시 예산을 지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것도 120만 울산시민의 뜻이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광고를 냈는지 본인의 직접적인 설명이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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