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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징비록] 9·19 군사합의 6년, 따져봐야 한다
자유일보
권태오
2018년 9월 19일 남북간에 합의했다 해서 발표한 ‘9·19 군사합의’가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완전 폐지하겠다고 했고 한국은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으로 전면 중지를 선언, 사문화된 합의가 됐다. 하지만 후일 또 다른 잘못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제대로 분석하고 잘잘못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안보분야에 있어 크게 세 가지 잘못을 했다.
첫 번째는 취임 몇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 수행기자들이 폭행 당하고 대통령이 혼밥하는 홀대까지 받으면서도 사드 배치와 관련 3불(3不, 사드 추가 배치 안하고 미국 방공망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하지 않는다)을 약속한 것이다. 중국에게 한국은 함부로 다뤄도 되는 국가라는 그릇된 신호를 준 것이다. 이후 부임한 주한 중국 대사가 저지른 외교결례는 이런 학습에서 시작된 것이다.
두 번째는 북한 위협에 대한 재고와 최신 분석 없이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며 추진해 버린 ‘국방개혁 2.0’이다. 이 계획은 정전 65주년이 되는 2018년 7월 27일 발표됐는데, 북한을 주적이라고 한 표현을 삭제함은 물론 전방군단의 예비사단 5개와 2개 군단을 해체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미 그 해 1월에 발표한 군 복무기간 단축(21개월에서 18개월로)에 이어 군사대비태세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를 결행해 버린 것이다.
세 번째는 이런 위태로운 조치를 왜 하는가에 대한 의혹의 답으로 보이는 남북간의 9·19군사합의다. 소위 ‘기승전 9·19’가 되고 만 것이다. 합의된 주요 내용을 보면,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 5㎞ 이내 포 사격과 연대급 훈련을 중지하고, 공중에서는 20~40㎞ 구간 정찰 비행을 금지하며, 해상에서는 서해 덕적도에서 초도까지의 구역에서 해상 기동훈련과 함포사격 등을 중지하는 것이다. 이는 육군 주방어선에서의 작계시행훈련을 중지시킨 것이고, 공중 정보수집 능력을 마비시킨 것이며, 서해상 함대 기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합의가 북한 비핵화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줬다. 얼마나 철저하게 미국을 기만했으면, 당시 주한미군 고위 장성마저도 9·19 군사합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크게 기여할 것이며 대단히 긍정적인 합의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합의 이후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계속됐으나 당시 정부는 ‘미상 발사체’라고 불렀다. 설상가상 미국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묻는 기자 질문에 "전혀 언짢은 일이 아니며 자그마한 시험에 불과하다"라고 답했다. 그야말로 당시 한국 정부의 치밀한 친북정책이 미국마저 오염시킨 결과였다.
잠잠하던 북한의 도발은 2019년 2월 27일, 하노이에서의 2차 미·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나면서 재개됐다. 그해 11월에는 서해 완충구역 내에 위치한 창린도에서 김정은이 지도하는 포사격이 실시됐다. 2020년 6월에는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짓을 저질렀다. 현 정부 들어서도 한국의 ‘전략적 인내’는 계속됐으나 결국 북한의 오물풍선 투하로 합의이행 전면중지가 선언됐다. 북한이 전면 파기를 선언한 지 7개월 만에 나온 조치로 언제든 다시 이행을 재개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정지’를 선언한 것이다. 당장 폐기돼야 마땅한 합의에 대해 현 정부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하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안보보좌관이었던 맥매스터는 회고록을 통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방미한 문 대통령이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음을 밝혔다. 인수위 없이 곧바로 직무를 시작한 정부가 출발부터 ‘친북’으로 노선을 정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국군통수권자가 군사대비태세 약화를 추진했던 무서운 사례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철저하게 분석하고 따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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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오 예비역 육군중장·군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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