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1, 2개밖에 못딴다고요?” 국가대표들 눈은 불타고 있었다
베이징겨울올림픽 미디어데이
이기흥 체육회장 “더 따면 좋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예측”
선수단, 낮아진 전망에 다양한 반응… “각자 세운 목표에 최선을 다할 뿐”
“오히려 메달획득 부담 줄어 도움”… 코로나 철저한 방역에 감염자 없어
격리 많아 경기출전 기회 줄었지만, “도쿄올림픽 선전 보며 큰 힘 얻어”
대한체육회는 이날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G-30 미디어데이를 열고 현장에서 선수들이 입고 다닐 국가대표 공식 단복(왼쪽 사진)을 공개했다. 오른쪽 사진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3일 베이징에서 실시한 시상식 리허설의 한 장면. 진천=원대연 기자 ·베이징=AP 뉴시스
“각자 개인 목표를 갖고 훈련하기에 외부에서 설정한 목표를 의식하지 않아요. 더 많은 메달이 나올 것 같습니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팀 이유빈(20·연세대)은 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 수가 1, 2개이고 종합순위가 15위로 역대 최하 수준으로 예상된 것과 달리 선수들은 투지에 불타 있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금메달을) 더 따면 좋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예상인 것 같다”고 말하자 선수들은 너도나도 “그것은 외부 목표일 뿐”이라고 했다.
여자 컬링대표팀의 김선영(29·강릉시청)은 “목표를 1, 2개로 잡았다고 해서 우리가 메달을 못 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우리가 할 것에 집중하면 된다. 실망하지 않는다. 준비한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29·강원도청)도 “선수들은 누구나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대회를 준비한다. 외부에서 설정된 목표는 선수들에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날 행사는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체육회가 신년 훈련 개시식을 겸해 열렸다. 대표팀 선수들은 그동안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빈틈없는 방역으로 선수촌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들로 실전 경험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을 강력하게 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줄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메달(동)을 획득한 김민석(23·성남시청)은 “지난해 월드컵 대회를 치르고 귀국한 뒤 자가 격리를 하며 리듬이 끊겼다”고 말했다. 평창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보름도 “계속 경기에 출전한 외국의 경쟁 선수들이 과거보다 기량이 좋아진 것 같다. 올림픽을 앞두고 잘 준비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한된 상황이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곽윤기(33·고양시청)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치러진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 쑥스럽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곽윤기는 “베이징에서 열린 1차 월드컵 때 우리에게 실격 판정을 좀 더 쉽게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험을 토대로 조금의 실격 여지도 주지 않으려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천=김배중 기자, 진천=강동웅 기자
최민정 “쇼트트랙, 변수 많지만… 베이징 빙질은 내 스타일”
전통의 효자 종목 꼽히는 쇼트트랙… 中 텃세에 메달 획득 험난할 수도
스피커로 중국어 틀고 적응력 높여 “쇼트트랙은 한국이란걸 보여줄 것”
최민정(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한국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5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혼성계주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원대연 기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는 5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황대헌(23·한국체대)의 500m 레이스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황대헌은 이날 오후 이렇게 답했다. “주 종목을 500m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한체육회는 평창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지도자와 선수들의 이탈 및 귀화 등을 이유로 금메달 1개 또는 2개의 예측을 내놨다. 반면 한국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 선수들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훈련량에 기초한 자신감이다. 4년 전 평창에서 500m 은메달을 딴 황대헌은 중국의 텃세로 한국 대표팀이 불리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 불리함을) 이겨내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훈련했던 모든 걸 보여주고 나온다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텃세를 감안해도 중국 대표팀을 압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표팀은 현지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시청각 자료까지 활용 중이다. 선수들이 빙상 위 주행 훈련을 시작하면 코치진은 훈련장 내 스피커를 튼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당시 현장의 관중 함성과 중국어 중계, 배경 음악 등이 흘러나온다. 훈련 뒤에는 화면을 모니터링하며 개선점을 논의하기도 한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최민정(24)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월드컵 때 겪어보니 베이징의 빙질은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빙질”이라며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역시 한국의 쇼트트랙’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정은 최근 네 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9개를 쓸어 담은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과의 다관왕 경쟁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스휠팅과 마찬가지로 나도 (베이징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금메달 획득 개수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평창 때보다 출전 종목이 많아졌고, 경험도 쌓인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진천=강동웅 기자, 진천=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