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능파를 만나다 ] (행시)
백 : 백옥 같은 마음으로 깊은 못에 홀로 머물던 용녀여
능 : 능히 천지의 인연을 알아 귀인을 기다렸고
파 : 파도처럼 이는 시련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으니
를 : 를 따라 흐르듯 운명이 이끌어 서로 마주하고
만 : 만고의 약속처럼 맺어진 이 인연은
나 : 나뉘어 있어도 끝내 하나로 이어질 것이요
다 : 다함없는 사랑으로 세월을 밝히리라
[九雲夢] 32. 백능파(白凌波)를 만나다
양원수는 즉시 사람을 적진으로 보내어 묘아완(妙雅垸) 구슬을 찬보에게 전하고, 행군을 시작하여 태산 밑에 이르니, 산골길이 매우 좁아 겨우 말 한 필이 지나갈 수 밖에 없으니, 석벽을 붙잡고 시냇가를 따라서 나아가 수백리를 지나매 비로소 넓은 곳이 있어 유진(留陣)하고 군사를 쉬게 하니라. 군사들이 피곤하고 목이 타서 물을 찾으나 얻지 못하다가, 산 밑에 큰 연못이 있는 것을 보고 다투어 마시더니, 모두들 온 몸이 푸른 빛을 띄고 벙어리가 되며 숨소리가 멀어져 죽으려 하더라. 우너수가 괴이쩍게 여기 몸소 가본즉 물빛이 심히 푸르고 측량치 못하겠고 냉기는 가을 서리같은지라, 비로소 깨달으며 이르기를,
“필연 심요연이 말하던 반사곡이로다.”
하고, 병에 걸리지 안호은 남은 군사들을 재촉하여 우물을 파게 하나, 모든 군사가 수백 여 곳에 십여 길씩이나 파 보되 물이 솟는 곳이 하나도 없더라. 우너수가 매우 민망히 여겨 진을 다른 곳으로 옮겨 치려 하는데, 홀연 산 뒤로부터 진동하는 듯이 북소리가 산과 골짜기에서 울리니, 이는 적병이 험한 곳에 몰려 있다가 원수의 군사가 돌아갈 길을 끊으려 함이니라.
군사들은 목마른데 앞뒤 길이 막힌지라 곤경에 빠져 원수는 장막안에 장차 도적을 물리칠 계교를 생각하다가 몸이 피곤하여 졸고 있는데, 홀연 기이한 향내 장막에 가득차며 계집아이 둘이 원수 앞으로 나아와 섰는데, 그 용모가 신선 같기도 하고 귀신 같기도 하더라.
계집아이들이 원수에게 공손히 절하며 아뢰되,
“우리 낭자의 말씀을 귀인께 아뢰고자 하오니 바라옵거니와 귀인은 누추한 곳에 한 번 들리시기를 아끼지 마옵소서.”
하니 원수가 묻되,
“낭자는 어떠한 사람이며 어느 곳에 있느뇨?”
계집아이가 대답하되,
“우리 낭자는 곧 동정용왕(洞庭龍王)의 작은 따님으로 요즘 잠시 궁중을 더나 이곳에 와 머무르시나이다.”
원수가 다시 말하기를,
“용왕이 사는 곳은 수부(水府)요, 나는 인간계 사람이니 장차 무슨 술법으로 내 몸을 가게 하겠느뇨?”
계집아이가 대답하되,
“신마(神馬 )를 이미 문 밖에 매어 놓았사오니 귀인이 타시면 자연 이르게 되시오리다.”
원수가 계집아이들을 다라 진문 밖에 나아가니 추종(騶從)들의 옷차림이 다 이상하더라. 원수를 거들어 말에 올리니 말걸음이 흐르는 것 같고 말굽에서 먼지가 일어나지 아니하더라, 이윽고 수부에 다다르매 호화롭게 꾸민 궁궐이 화려하여 임금님 계신 곳 같고, 문 지키는 군사는 모두 물고기 머리에 새우 수염이더라. 계집아이 수 명이 안으로부터 나와 문을 열고
원수를 인도하여 당산에 오르게 하여, 전각 가운데 백옥의 교의를 남향으로 놓았는데, 시녀가 원수에게 청하여 그 위에 앉게 하고 비단 자리를 깔아 놓고서 곧 내전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아니되어 시녀 십여 인이 낭자 한 사람을 인도하여 왼편 월랑(月廊)으로부터 전각 앞에 이르니, 자태가 아름답고 의복의 산뜻함은 가히 형언할 수 없겠더라. 하녀가 앞으로 나아와 청하되,
“동정 용왕의 여자, 원수께 뵈옵고자 하나이다.”
원수가 놀라며 피하고자 하니 시녀가 만류하여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그 용녀가 앞을 향하여 네 번 절하는데 패옥(佩玉)소리는 맑고 꽃다운 향기가 코를 찌르는지라, 원수도 답례하고 전상에 오르기를 청하자, 용녀가 사양하며 작은 돗자리를 펴고 앉더라, 원수가 말하기를,
“소유(少遊)는 인간계의 천한 몸이요, 낭자는 수부의 용녀이시온데 어찌 예모가 이토록 지나치게 공손하시나이까?”
용녀가 대답하기를,
“첩은 동정 용왕의 막내딸 백능파로 갓 낳을 적에 부왕 옥호항상제께서 뵈올새 장진인이 첩의 사주의 점괘를 뽑아보고 이르기를 이 낭자는 전신이 선녀로서 죄를 범하고 귀양을 와서 왕의 딸이 되었으니, 필경에서는 다시 사람의 모습을 얻어 인간세상에서 귀인의 첩이 되어 부귀와 영광을 누리며 행복을 누리고 마침내 부처님께로 돌아가서 큰 주이 되리라.”하였다 하니라.
“우리 용의 무리는 수적의 조종으로서, 사람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큰 영광으로 알고 신선과 부처님에 이르러서는 더욱 앙망하는 바이라, 첩의 맏형은 처음에 경수용궁(涇水龍宮)의 며느리가 되었더니 내와가 화합치 못하여 두 집 사이가 틀리고, 유진군에게 개가하매 친척들이 높이고 온 집안 사람이 공경하나,첨인즉 바른 인연을 찾아서 일신의 영귀함이 필시 맏형보다 나을 것이라, 잔인의 말씀을 들으신 후로 부친께서는 첩을 각별히 사랑하시고, 궁중의 대소시녀들도 하늘 위의 신선같이 대접하였나이다. 차츰 자라나자 남해용왕의 아들 오현이, 첩에게 다소 자식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왕께 통혼하니, 우리 동정은 남해용왕의 아래 관원인고로 부친은 감히 앉아서 거절치 못하고, 몸소 남해로 가서 장진인의 사주이야기를 아뢰거ㅗ 즐겨 따르지 아니하오신즉, 남해용왕은 교만한 아들을 위하여 도리어 부친께 허망한 말에 홀렸다 하고 준절하게 책망하니 혼담이 급하기로, 첨이 스스로 헤아리되 만이 부모 스하에 있으면 필연 몸에 욕이 미치리라 하고 슬하를 더나 몸을배어 도망을 하여 가시덤불을 헤쳐 짐을 짓고, 홀로 변방에 숨어서 구차로이 세월을 보냈오나 남해의 구박 더욱 심해가자 부모께서 다만 말하기를 ㄸㄹ아이는 사람 따르기를 원치 아니하고 멀리 도망하여 깊히 숨어 홀로 세월을 보내고자 하나이다 하였더니, 남해 용왕의 첨의 외로운 신세를 업신여겨 몸소 군사를 이끌고 와서 첨을 협박하자 하오매, 첩의 간절한 소원에 천지신명이 감동하사 깊은 못의 물이 갑자기 변하여 차기가 어름같고 어둡기가 지옥 같으며 타국의 군사는 능히 쉽게 들어오지 못하였나이다. 첩이 이에 힘을 입어 온전히 지금에 이르도록 위태로운 목숨을 보존하옵니데 오늘 당돌하게 귀인을 청하와 누추한 곳이 왕림하시게 함은 다만 첩의 정경을 아뢰고자 할 따름만이 아니옵나이다. 이제 천자의 군사가 구차하옴이 이미 오래고 우물에 물이 나지 아나하고 흙을 파고 땅를 뚫는 것이 또한 수고롭거늘, 물을 얻지 못하여 군사의 힘을 지탱하지 못하오리다. 이 물은 본디 청수담인데 첩이 와서 거처한 후로는 물맛이심이 흉악하여 마시는 자는 병이 나는고로, 이름을 고쳐 백록담이라 부르나이다. 이제 귀인이 오시매 첩이 의지할 곳을 얻었사옵고 귀인의 근심이 곧 첩의 근심이오라, 감히 부족하고 미련한 소견이나마 이를 다하여 군공을 돕고자 하나이다. 이제부터는 물맛이 예전과 같이 달 것인즉 군사들로 하여금 마셔도 전혀 해가 없고 병난 군사들도 또한 건강하게 쾌차하리이다.”
원수가 이르기를,
“이제 낭자의 말을 듣고보니 우리는 하늘이 정한 연분이라, 월색의 언약을 어지간히 맞출 수 있음직한데, 낭자의 뜻 또한 나와 같으뇨?”
용녀가이에 대답하였다.
“첨이 비록 몸을 낭군께 허락하고자 하나, 지레 낭군을 모시고 인연을 맺으매 가당치 않은 것이 셋이니,첫째는 부모를 돌아보지 않음이요, 둘재는 환골탈태(換骨奪胎)한 후에야 가히 귀인을 모실 것이어늘, 이제 비늘 껍질에 비란 지느러미와 갈기를 지닌 누추한 몸으로써 귀인의 자리를 더럽히지 못할 것이요, 셋째로 남해 용자가 매양 나졸을 이 근처로 보내어 샅샅이 살피니 만일 그가 알게 되면 필연 한바탕 풍파를 일으킬 터이온즉, 그 노여움을 격동시킴은 해오울까 두려워함이오니, 원수께서는 모름지기 속히 진으로 돌아가 군사를 바로잡고 도적을 멸하사 큰 공을 이뤄 개가를 부르고 상경하시면, 첨이 마땅히 치마를 걷고 물을 건어 귀인의 장안댁으로 따라 가오리다.”
원수가 말하였다.
“낭자의 말이 아무리 가상한 말이나, 내가 생각하매 낭자가 이곳에 와 있는 것은 다만 뜻을 지킬 뿐만 아니라, 용왕께서 낭자로 하여금 여기에 머물러 소유가 오기를 기다려 곧 따르게 하려 함인즉, 오늘부터 서로짝이 됨이 어찌 부모의 뜻이 아니겠느뇨? 또한 낭자는 신명한 후신이요, 시명한 성품이라 사람과 귀신 사이를 넘나들매 간 데마다 옳지 아니함이 없거늘 어찌 비늘과 지느러미와 갈기로써 그대를 거려하리오? 소유가 비록 재주 없으나, 천자의 명을 받아 백만대병을 거느리고 비렴으로 길잡이를 삼고 해약으로 후진을 삼으니, 저 남해용자는 모기나 개미같이 볼 따름이라, 이제 그가 만일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망령이되어 항거코자 하면 내 칼을 더럽힐 다름이렸다! 오늘밤 다행이 서로 만났으니, 좋은 때를 어찌 헛되이 지내며 아름다운 기약을 어찌 쉽사리 저버릴 수 있으리오.”
하고는, 용녀를 이끌고 자리에 드니 그 즐거움은 꿈이냐 생시냐 하는 것이더라.
출처: 구운몽
첫댓글
백번 말하고 실천 안하면
능력이 무슨 소용 있으리
파~ 하고 웃어 넘길일야
만천하에 말만 많은 사람
나를 비롯해 실없다 하네
다들 언행일치의 품격을
요즈음 선거철의 유명인사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백번이나 천번이나 떠들어도 공염불
능력발휘 하고파도 지맘대로 않되지
파란마음 가졌다고 공약이나 지킬까
만민은 안중에 없고 잿밥에만 눈독
나라살림 잘하겠다 공약은 지켜볼일
다~~공수레 공수거 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