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이곳에 글을 많이 올리지 못했네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좀 아팠고 제가 바빴기 때문이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답을 찾지 못해서 였지요.
저는 얼마전부터 <아깝다 학원비>를 아이들에게 사게했습니다.
(저는 사교육 현장에서 논술과 언어영역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사 줄수도 있었지만 자기 돈으로 사지 않은 건 "꽁짜"여서
쉽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좋은 책이니 너희가 사서 읽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중학생 수업시간에 읽은 후에 자신의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을 써보기로 했답니다.
(고등학생 수업에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책을 소개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막상 수업 때 나온 이야기의 대부분은
"그럼 학원을 그만둔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였습니다.
너무 막막해 하더군요.
중학생 아이들 말이 수학은 선행과 현행(지금 학교에서 나가고 있는 진도)을 병행하는데
한 3번 이상 들으니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겁니다. 물론 성적 올리기 용이지만....
그러면서 실제로 학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성적이 많이 떨어져서 다시 다녀야 하는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실제 성공한 사례를 주변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은 당장은 학원을 다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더군요.
특히 이런 부모님도 계셨습니다.
학원을 끊는 것에 네가 '책임'을 지라는 말을 하셨다는 겁니다.
그럼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적이 떨어지면 내 책임이고
그 때 가서 복구 할 수 없으니 무섭다는 겁니다.
그리고 '잠수네~'나 '솔빛이네~' 같은 영어는
부모님의 판단과 도움 없이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더군요.
결국 아이들에게
우리가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일단 성실한 자세로 신뢰를 쌓고
(부모님들이 혼자서 하는 공부에 대한 신뢰가 없으시니까요.)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하면서 수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물론 아직 이 수업을 하지 않은 팀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막막함과 공포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솔직히 현실의 벽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요즘 선생님께서 아이들한테 혼자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면서요.
우리 애들 왜 밀어낼려고 하세요?
우리 애들 수능까지 쭈~욱 할겁니다. 애들이 불안해 하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이게 제가 요즘 경험하고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들을 그동안에도 많이 경험했었습니다.
아~ 사교육 선생이어서 설득력이 없었던 걸까요?
부모님들은 '아깝다 학원비'를 보고도 아주 논리적으로 아이들을 협박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끊어라~ 그런데 그러고나서 책임질 수 있냐?"
허걱...
이곳에 계신분들은 의식있는 부모님들이시고
당연히 공부는 혼자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 많은 부모님들은
공부를 너 혼자 못하니까 선생님과 함께 해라
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너무 너무 많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아이들은 아주 특출나거나 아주 못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더군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궁극적으로 저는 책을 많이 읽게 하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그런데 그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헛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튼 요즘 참....기운이 빠집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첫댓글 활짝웃음님~ 뵙고 싶네요..많이 바쁘시죠? 그래도 대단하시네요..아이들과 함께 변화를 시도해 나가시는 모습 멋지십니다! 화이팅 입니다!!
피오나공주님~ 피오나공주님 이야기는 말씀으로만 많이 들었답니다.(알바트님을 통해서요~^^)
저도 뵙고 싶어요. 정말 변화를 시도는 하는데....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화이팅 외쳐주시는 분들 있으니
계속 답을 찾으려고 노력 하며 살겠습니다. ^_^
에혀~~. 우리나라가...학부모님들이...학생들이...우째 이 지경까지 왔을까요~!!!
사교육은 필수라는 인식들을 갖고 있는 이 현실에...그저 답답하군요~
사교육 안받고 공부 못하면...그래서 공부 못한다 라고 인정해 버리고.
사교육 안받고 공부 잘한다면...특출나서 그렇다고 인정해 버리는 이 안타까운 현실말입니다요~
흑흑 자식농부님~
왜 저는 님의 글만 읽어도 가슴이 뭉클해질까요?
일단 답답한 현실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답을 찾을 것인가...고민합니다.
정말 답을 찾는 과정 중에 사는 삶이라는 말 밖에는.....
제가 늘 감사한 마음인 것 아시죠~ ^_^
카페에서 이렇게만 뵈어도 반가운 활짝웃음님 ^^
님의 고민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님을 아시죠? ㅎ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의 벽'.. 헐어버릴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아직) 없지만
뛰어넘거나 통과할 수 있는 길은 있다고 저는 봅니다.
바로 여기.. 그 길을 찾거나 혹은 아직 나지 않은 그 길을 닦는 곳이지요..^^
힘내서 함께 가보자구요~~ 첨부터 나있는 길이 하나라도 있었나요? 가다 보니 길이 난 거죠..ㅎㅎㅎ
그럼요~ 저의 고민만은 아니라는 것 알고 있지요~ ^^
정말 많이 다니다보면 길이 생길테니~
믿고 갑니다. 늘 감사^^
막막하고 기운빠질것 같네요. 요즘 큰아이가 학원보내달라고 시위를 하네요.
설명들어도 모르겠고 혼자공부하기 힘들다고 친구들 다들 다니는데 혼자만 이러고 있다고
답답하다고 난리를 피웁니다. 엄마가 내인생 책임질거냐고 대드네요.
성적때문에 고민하는 아이의 마음이 이해되기는 한데, 자기시간을 더많이 갖길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시킬지 벽에 부딪칩니다.
친한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라고 권해 보세염.
방과후 친구들끼리 학교 교실이나...친구 집에서 함께 토론식으로 공부하면
그보다 좋은 것도 없다고 봅니다.
친구들끼리 토론식 공부에 대하여는 자녀공부 손자병법 지성교육편에서 글로 함 써 올리겠습니다.
저도 백배 동감합니다. 사교육에 중독될만큼은 아니지만 약 2년정도는 영어수학등학원을 보냈어요. 아이가 더 적극적으로 원했지요. 그런데 막상 학원을 못다니게 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하자고 하니 중2인 울작은아이는 불만이 많더라고요. 보습학원에선 문제를 찍어주잖아요. 그렇게 해야 공부하는것 같다고해요. 책읽기 습관도 안된아이를 자기주도학습까지 이끌고 가기엔 아이와제가 해야할일이 너무 많은거에요. 중2인데 책을 읽어주자니 서로 낯설더라구요. 이러면서 제가깨달은것은 아이와 마음을 통히는것이 자기주도학습보다 더 중요하구나라는 거에요
네 맞습니다. 정말 맞는 말씀이세요~~~~
아이와 마음을 통하는 것이 자기주도학습? 이런 것과는 비교 할 수도 없을 만큼 중요합니다.
박 철은님~ 그 생각 변치 마시고 쭈욱~ 갖고 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님도 화이팅!!! ^_^
어떤 공부를 어떤방식으로 하더라도 아이와 부모사이에 신뢰가 없고 참견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면 실패한다는 거죠. 그래서 박노해 시인은 믿음의 침묵이라고
했나봅니다. 암튼 날마다 고민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 오늘은 아이가 절 믿어주길 기대하면서 집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학부모님 보면서 매우 공감하는바입니다 자기주도라는것이 한순간에 이루어지는것도 아니고 아주 긴 시간 부모와의 유대관계 목표 자기성찰 독서습관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어느날 갑자기학원부터 끊고 네 할일과 길을 찾아라 그리고 니 인생은 니것이니 책임도 져라 하는것이 정말 사교육걱정이 찾는 길
길일까요? 그건 아니라 생각됩니다 사교육에 이용 당하지말고 현명하게 이용하라는 뜻이 더 많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진한 감동으로 아이 인생이 달린 중요한 문제를 두고 부모도 아이도 준비가 되지않은 상태의 무기력에 빠져 갈팡질팡하기 보다 현재의 자신에게 꼭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게 무엇인지를 살펴
봐야겠지요 내가 그 집 부모일수 없고 내 아이가 그 아이가 아닌데 절대적인 방법이 어디 있을까요 그만둬라가 아니라 현명하게 이용하라.주변을 보지말고 내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영역이 무엇인가를 살펴라.그래서 맹목적으로 앞만 보면서 하나를 향해 몰아가는 그 어느쪽도 위험하지는 않은지...생각하게 됩니다
긴 답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네 맞는 말씀 입니다.
현명하게 이용해라~
네 저도 그렇게 말은 했으나....왠지모를 답답함이 남아서 이런 글을 썼습니다.
정말 "맹목"은 위험합니다. 명심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긴 답글에 너무 짧은 덧글이나...앞으로 더 노력하면서 긴 글~ 행복한 글 올리겠습니다. 그 때 또 뵈요~)
안녕하세요? 활짝웃음님
언제나 반갑습니다^^
글이 길어져 댓글이 아닌 답글로 붙였습니다.
선생님의 생각과 행동에 감동받았습니다!
더 힘내셔야지요~ㅎ
저도 언제나 반갑습니다.^^
정말 더 힘내야겠습니다~
힘내세요 선생님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을 합니다.차츰 사교육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기 자리를 잡아갈 좋은 경험담들이 많이 올라오지 않을까요?모두가 학원안보내고 뭘어떻게 해야하지 고민하고 있는사이에도 누군가는 아이와 좋은시간을 보내며 긍정적인 경험담을 올려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_^
과도기.....그렇겠지요. 저도 가고 이 곳에 여러분들이 가는 길이니 언젠가...큰 길이 뻥 뚤리겠지요.
우와~ 상상만해도 행복합니다. 그런 날이 오겠지요. ^_^*)//